병원은 아침이 일찍 시작된다

아마 환자들 태반이 누워서 하루를 보내니

환자의 수면시간의 양을 따지기보다는 매일의 진료 스타트를 바삐 끊어두는게 나은가보다

혈압을 재고 소변통을 확인하고 주사액이 제대로 내려오나 매일 아침 확인한다

길이가 짧아 정말이지 불편한 간병인 침대엔 바퀴가 모서리 사방 네개 달려있는데

그 딱딱한 선반 위에 누워 튀어나온 다리를 구부린채 자는 건 정말 불편한 경험이다

다리를 쭉 펴고 누워서 잘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내몸을 뉘인 바닥이 어딘가로 굴러갈 수도 있다는 점이 간병인의 수면의 질을 제일 떨어뜨리는것같다

난 어제 밤 꿈에서 아주 기묘한 경험을 했다

꿈이란건 흐트러진 수면의 증거이고 푹 자는 사람은 꿈을 꾸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글쎄 내 경우엔 꿈을 거의 꾸지 않는 편이고

컨디션이 특별히 나쁘지 않는 한이면 알람 없이도 항상 비슷한 시간에 눈이 떠진다

아마 내가 평소 꿈을 잘 꾸지 못하는건 질적으로 우수한 휴식의 반증이라 여겨져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지만

머리를 뉘이자마자 눈을 떠보고 그리고 간밤의 내 머리가 텅 비어있었다는 그 느낌만은 솔직히 가끔 불만스럽기도 했다

나는 어제 밤 그 불편한 침대에 누워 정말이지 기묘한 꿈을 꾸었다

꿈은 현실에서 경험한 것들을 한데 싸그리 모아만든 그 뒤죽박죽한 기억력의 찌끄러기를 가장 평온하고 조용한 밤사이의 시간을 이용하여 그저 남모르게 부산스럽게 정리한 흔적이라고 한다

피곤했기 때문에 꿈을 꾼 것이라면 악몽이어야 하지 않으려나 싶은데

나는 도무지 꿈의 씨앗이 된 단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어서 지난 며칠간 현실의 기억을 바삐 되짚었다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납득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개꿈이 분명한데도 한번 생각을 하게되니 집착할수밖에 없었다 불편함을 일으키는 단서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호사가 커튼을 젖히는 소리에 깬 나는 누워있던 몸만 간신히 일으켜

아버지가 혈압을 재는 동안 찌뿌둥한 어깨를 주무르며 멍하니 꿈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꿈에서 난 커다란 나무 도마를 앞에 두고 싱싱해보이는 멍게를 손질하고 있었다

나는 명절만 되면 시골집에서 닭을 손수 잡는다

닭을 잡는 행위는 집안의 장남인 아버지의 몫이었고

차남인 내가 그 행위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것이 내게 주는 은밀한 쾌감과 우월감은 짜릿했다

장남인 나의 형은 비위가 약하고 마음이 여려 동물을 죽이지 못하지만

나는 어렸을 적부터 명절마다 아버지가 닭장에 들어가 닭을 고르고 그 닭을 죽이는 모습을 지켜보는걸 즐겨했다

아빠 아빠 그 닭 말고 저걸 잡아 저 발이 느리고 통통해보이는 닭 말야 꽁지 깃이 거의 다 빠진 저 닭으로 해

수컷닭이 자주 올라타는 암탉은 수컷의 발톱에 긁혀 꽁지 위의 깃털이 다 빠진다고 한다

동물간의 외모를 구별하는게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동물 또한 제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있다

살찌고 둔한 몸뚱아리와 다른 닭보다 어쩐지 어려보이는 눈매의 생김새를 보고

역시 저 닭은 여느 닭보다 더 예쁘장한게 아닐까 그래서 등의 깃털이 다 빠진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남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면 저 지능없는 생명은 슬퍼하려나

내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암탉의 등위에 올라타려나 그런 아주 사소한 호기심이 동했고

특히나 이틑날부터 수탉을 꾸준히 관찰을 하여 어떠한 결론을 내릴것도 아님에도

무의미하게 동물을 괴롭히는 행동을 아무 생각없이 하고는 했었다

닭을 잡을땐 발톱을 조심해야한다

두 날개를 한손에 그러쥐면 날개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것이다

그렇다면 닭모가지를 한바퀴 접어 날개를 쥔 손에 합쳐 주먹 안에 대가리를 쥐어낸다

닭은 알을 품는 동물이다

닭의 체온은 뜨겁다 따뜻한게 아니라 알이 익을 수도 있을 정도로 뜨거운 동물이다

날개죽지 아래에 파묻은 손가락 아래로 점점 거세지는 심장박동이 섬세하게 들릴 정도로

지능이 딸릴지는 몰라도 죽는게 무엇일는지 그런 공포에 대해서 만큼은 온몸으로 잘 알고있는 동물이다

한바퀴 돌아간 모가지 아래로 둥그렇게 부푼 숨주머니가 있다 거기에 칼을 찔러 피를 뽑는다

일단 칼을 한번 찔러넣으면 닭이 세차게 발길질을 하기때문에 발톱에 긁히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피를 다 뽑으면 뜨거운 물을 붓고 깃털을 뽑는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고

계란이 되지 못한 노른자 덩어리와 똥이 들어있는 내장을 하나씩 분해해서 손질한다

고모가 제일 좋아하는 모래집은 항상 고모가 좋아하는 방식을 따른다

토막을 내지 않고 내부의 질긴 주머니 막만 떼어내어 온전한 모양으로 다듬는다

닭의 뱃속에 든 내장은 닭이 죽은 후에도 뜨겁고 갈비뼈 곳곳에 고인 핏덩어리가 심장이 벌떡이듯 일순 꿈틀거릴것만 같다 물론 그건 내 감상일 뿐이고 공포영화가 아닌 이상 그럴리가 없지만 말이다

지금껏 닭을 잡는 방법에 대해 아버지가 내게 무언가 가르쳐 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경험론자가 아니다

일전 겪어보지 않더라도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한번의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말이다

멍게가 아니라 닭이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훌훌 털고 일어나 양치를 했을테지만 석연치 않았다

꿈이란 것이 현실의 기억을 되감기하는 과정의 일부라면

적어도 나는 현실에서 멍게를 손질했거나 손질하는 과정을 보았어야했다

브이제이 특공대며 아침마당에서 통영편을 보았던가? 아니었다

그저 어디서 멍게를 본건 아닐는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지난 며칠간 멍게를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횟집 앞을 지나쳤던가? 어제 운전을 하다 들은 라디오 방송에 멍게를 재료로 한 요리방송이라도 있었던가?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기억하는 한 단서는 없었다

꿈 속에서 나는 커다란 나무 도마 앞에 있었다

그 도마는 내가 닭을 잡을 때마다 마당에서 사용하던것으로

당장이라도 입에 집어넣을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다듬기에는 부적절한 도마였다

그 도마 위에서 배를 갈린 닭이 백마리가 넘었다

내가 가장 먼저 기억하는 그 도마의 기억은 할머니 댁이 아직 초가집이었을 무렵이니 말이다

그 도마는 분명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도 닭을 잡기 위해 썼을게 틀림 없었다

내가 목격하지 못한 닭들은 더 많을것이고 그러니 그 도마는 닭을 죽이기 위해서만 쓸 수 있는 도마였다

나는 어제밤 꿈에서 그 더러운 도마 위에 싱싱한 멍게를 잔뜩 쌓아두고

은쟁반 위에 놓인 분홍색 바가지 안으로 손질해낸 멍게살을 던져넣고 있었다

놀랍게도 꿈속의 나는 멍게의 체액이 내뿜는 진한 바다향기를 맡고 있었다

꿈속에서 향기를 맡아본적이 있었던가? 그간 단 한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깨어나서도 코가 찡할 정도로 생생하게 내음을 맡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나는 그간 내가 알고있었던 꿈에 관한 지식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꿈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기억의 찌꺼기 이상 이하도 아닌 무의미한 뇌의 동작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그런 신선한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꿈일기에 대해 내게 처음 알려주었던 Q는 꿈일기를 쓰는 것은 나의 무의식을 조종하기 위한 가장 첫번째 단계라고 말해주었었다

당시의 나는 꿈 그리고 일기 그 두가지의 단어가 만드는 울림이 신비로웠고

수첩을 사다 두세번 쓰다 이내 그만두었다 꿈을 잘 꾸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렸을 적의 난 빈번히 환상적인 꿈을 꾸고는 했으니 말이다

그저 당시의 난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할 만큼 집중력이 뛰어나지 않았던게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만둔지 오래 되었던 그 꿈일기를 오랜만에 다시 쓰고있다

이 모든게 오로지 답이 하나 뿐인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수식을 여럿 나열하는 과정같았다

흐리멍덩한 와중에 시작했던 글쓰기가 중반 정도 쓰다보니 답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점차 느껴진다

꿈속의 나는 한 무더기의 통통한 멍게를 손질하기 위해 닭을 잡느라 수백번 갈아 닳아버린 식칼을 쥐고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끊임없이 멍게의 몸통을 가르고 있었다

손끝으로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시원한 해수욕장에 맨발을 담근것같은 차가운 온도를 느꼈다

매번 칼을 찔러 넣을 때마다 나는 더욱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멍게를 손질 할 수있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칼집 하나만 넣고 손가락으로 몸통을 훑어내어

온전한 한 덩어리의 알맹이를 달랑 끄집어낼 정도로 꿈속의 난 능숙하게 멍게를 손질하는 방식을 터득했다

그리고 간호사의 커튼을 젖히는 소리

꿈을 깨던 순간 도마 위에 남아있던 멍게는 단 하나도 없었기에

미련 없이 아주 명쾌한 꿈이었다 간호사가 조금이라도 빨리 왔다면 아주 짜증이 났을텐데 말이다

인문학적 교양이 부족한 나는 한때 아주 복잡하고 짜증나는 철학인지 무엇인지

평소같아서는 도무지 찾아읽지 않는 어떤 책을 읽은 후 깊은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책을 쓴 저자는 외국인이었다

그 교수인지 뭔지를 앞에 데려다 두고 문답을 나누고 싶을 정도로

나는 그 책이 내게 던진 수많은 질문과 강의를 내게 남긴 그 저자와 함께 교수와 학생처럼 토론을 하고 싶어졌다

저자의 이름은 외우기 어려운 비 영어권 이름이었으니 교수가 앞에 있었더라도

나는 내 질문을 구성하는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 담고있는 심오한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자신은 없었다

독일어든 스웨덴어든 그게 어느나라 언어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었다 내가 말할 수 없는 어느 언어임에 틀림없었다

당시 나의 질문은 그것이었다 그 질문이 생생하게 지금 머리에 떠올랐다

꿈속에서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면 제가 정말 그 아이스크림의 맛을 알고있는걸까요?

그저 내 뇌에 뒤섞인 기억을 짜깁기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를 그 아이스크림의 맛을 정말이지 제가 잘 알고있다고 말해도 괜찮을까요?

달고 상큼하고 메론향인지 알수 없는 보라색 맛이었어 라고 말을 한다면 내 말을 들은 상대방도 수긍할 수 있을까요?

내가 알고있는 달콤함과 상대방이 알고있는 메론맛은 정말 같은 맛인가요?

그건 머스크 메론인가요 허니듀 메론인가요?

나는 내일이든 모레든 기회가 된다면 당장 멍게를 사다 꿈속의 내가 통달한 방식을 시험해볼것이다


그러니 내가 좀전까지 설명해둔 닭을 잡는 과정을 읽은 당신은 이제 나 없이도 닭을 잡을 수 있다

클래식 소설의 초략본을 읽고 아 저도 그 소설 읽었죠 이러이러한 내용이었잖아요 라고 말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이유로 당신은 이제 닭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