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밝지않은 조명 아래, 뼈다귀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하얀 티셔츠는 피범벅에 여기저기 찢겨졌고,  옷 틈 사이로 금이 가거나 심하게 부서진 갈비뼈가 보였다. 조금 올라간 티셔츠 아래엔 아무것도  입지않았다. 이미 어긋난 상태로 붙은 척추, 중간중간 금이간 팔과 완전히 구겨진 듯 꺾인 손뼈. 깨진 골반뼈와 억지로 탈골된 듯 한쪽 다리엔 종아리뼈가 없었다. 이미 모든 힘이 빠진 그는 간헐적으로 뼈가 덜걱거리며 잘게 떨고 있을 뿐이다. 그의 티셔츠가 가쁘게 오르내리다 이내 점차 속도가 느려지며 오르내리는 폭이 작아졌다. 반 이상 감긴 눈구멍에는 불이 나간 형광등처럼 동공이 느리게 깜빡였고, 오래 전에 웃음기가 사라진 입에선 피와 침이 뒤섞여 굳었다.

\"왜 리셋이 안되는거냐고!! 이러면 안되는데...!\"

당신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초조하게 그의 주변을 왔다갔다거렸다. 이전처럼 당신은 샌즈를 망가뜨리고 망가뜨려서 회생이 불가능이 될 정도로 가지고 놀다가 새 인형을 사는 것처럼 다시 리셋하려고 했을 뿐인데!
이번말고도 당신은 여러번 샌즈를 부수기도 하고 약에 쩔어서 사고력을 가지지 못하게 하거나 동생이 보는 앞에서 강간하거나 큰 냄비에 물을 끓여 구겨넣고 몇날며칠 나오지 못하게 했었다. 그때마다 샌즈는 욕설. 회유. 반항. 부탁. 눈물.....공포와 절망...심지어 자신이 잘못한건 없는데도 잘못했다고 빌기까지 했다. 물론 그땐 진짜 미안한 감정이 들긴했지만. 그 이후에도 멈추지않고 계속하긴 했다. 그러면 인형같이 움직이면 움직이는대로 부서지면 부서진대로 제정신을 못차리고 멍한 모습이 싫어서  리셋.리셋.리셋.리셋....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지금 왜 리셋이 안되는거지?\'
당신은 계속해서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누운 뼈다귀에게 시선을 주면서.

\'이젠 저건 필요없어.\'

이게 당신이 들은 생각이다.
\'저건 샌즈가 아니야. 샌즈는 평소에도 의욕이 없지만 잘 웃고, 농담도 하고, 반항도 하고 욕설도 한다고.
저렇게 널부러지고만 있지않다고
날 도발하거나 노려보기라도 해야한단 말이야.\'

그런데 만약 리셋이 안되면? 영원히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면?
아니 애초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리셋이 없다.
누군가를 다치게하면 그 사람은 평생을 고통받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는다면 그 사람과 했던 대화. 손길. 그 사람이 사준 선물. 같이 걷던 거리. 즐거웠던 시간. 미웠던 모습. 그 사람의 잔소리까지도 그리워진다.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
우연히 찾아온 리셋이라는 능력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당신은 리셋이 타고난 능력처럼 함부로 다루었고, 심지어 그를 괴롭히는 것에 써왔다.
어짜피 리셋되면 당신이 그에게 했던 모든 일은 범죄가 아니라 무죄가 된다는 자기합리화에.
당신은 그 사실을 깨닫기엔 철이 없었다.

\"이게 다 샌즈때문이야. 샌즈때문에 리셋이 안되잖아!!\"
화가 난 당신은 그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그의 상체를 밟았다.
*컥..허억.....!
뿌드득! 뚜둑!
숨넘어가는 비명과 함께 앏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고통으로 지쳐있었던 눈구멍이 크게 떠지고 동공이 요동쳤다. 당신은 개의치 않고 화가 진정될 때까지 그를 짖밟았다. 샌즈는 덜걱거리며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아...으..윽...끄윽...!그...헉!그마..안...!!흑!!허억..!
고통에 못이겨 당신의 다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꺾여진 손과 팔뼈를 바르작거릴 뿐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입을 한껏 벌리고 이미 다 쉰 목소리로 숨을 멈출 듯 신음을 내며 고통을 그대로 받는 것 뿐이다.
\"왜! 이렇게!  약해! 빠져가! 지고! 리셋! 못하게! 될 때!! 까지!! 만들어어어!!!!\"
*......!
마지막은 온갖 짜증을 차버리 듯, 샌즈의 갈비뼈를 뻥 차버렸다. 당신의 발길질에 그는 어딘가 부서진 소리를 내며, 몇바퀴 굴렀다.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인지 엎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구른 자리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그가 엎어진 곳에선 검붉은 피가 오일을 쏟은 것처럼 느리게 흘러나왔다.
그의 티셔츠가 축축하고 검게 젖어들어간다.
당신은 그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며 분노로 막혔던 이성을 되찾아간다.

\'잠깐만..리셋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샌즈는 마지막이니까.
샌즈가 먼지가 되버리면 이젠 다시는 샌즈를 볼 수 없는거잖아?!\'

아까는 생각을 못했지만, 당신은 그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중요한가?
당신이 한 짓을 봐라.
이미 그는 죽어가고 있는데 이제와서?

당신은 아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돌려 품에 안았다. 힘없이 늘어진 샌즈는 숨을 쉬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흠뻑 젖은 검붉은 티가 그의 갈비뼈에 달라붙어, 얼마남지 않은 갈비뼈가 몇 개인지 그리고 어디가 어떻게 부러졌는지 보여주었다. 반쯤 감긴 눈구멍은 동공이 완전히 꺼져있었고, 다물지못한 입은 침과 피거품이 뒤섞여 흘렀다. \'가만. 이게뭐지?\'
당신은 그의 어깨와 척추를 감싼 손에 보드라운 모래같은게 느껴져 그게 무엇인지 바라보았다.
먼지.
당신은 헉! 소리를 내며 샌즈의 얼굴과 가슴께를 살폈다.
숨이 멈춰있었다.
그걸 알아챈 순간 샌즈는 서서히 그리고 점점 빠른 속도로 모래처럼 무너져내렸다.
파스스 흩어져 공중을 떠다니거나 재처럼 그가 누운 자리에 그대로 가라앉았다.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아..안돼!안돼!안돼 샌즈으으으!!!안돼애애애!!!!\"
당신은 그의 검붉은 티셔츠만 움켜쥐고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당신은 눈물흘리며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샌즈를 다시 보기위해, 다시 만나서 정말 잘 해주겠다고  더 이상 아프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리셋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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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샌즈는 죽어서 티셔츠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