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으로 시작한 척추반사글인데 왜 자꾸 분량이 늘어가는 것...? 물론 제댜로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맞춤법 검사, 설정오류 체크 그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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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7-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진 자세히 모르겠지만 머리의 두통이 사라져 있다. 눈을 떠 봐 주변을 살펴본다. 눈밭이다.
"뭐야, 왜 다시 세이브 포인트야?"
불안한 마음으로 덜덜 떨리는 왼팔을 잡아서 숫자를 살펴봤다.
-9,997-
"아-"
허탈함이 주위를 맴돈다. 또 하나 줄었다. 머리가 아파서 쓰러진 것 까진 기억이 나긴 하는데, 그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끊긴 필름처럼 기억이 끊어져 있다.
"너 괜찮아?"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플라위다.
"너.. 그 자리에 쓰러져 있다가 그 미친놈이 발견하고 우리 둘 다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어. 널 깨울려고 별 짓을 다 했는데 결국 안되더라. 하..하... 미안."
나를 또 다시 가차없이 죽였다. 마음 속에 있었던 그가 점점 지워져 가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 일이 아닐수 없다. 아니야 아니야, 이미 난 모두를 만번은 넘게 죽였어. 이 정도로 그러면 안되지.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 이번 세이브 포인트는 스노우딘 근처 숲이다. 이대로라면 토리엘이 죽을 일은 다시는 없겠지. 이대로 계속 쉬면 또 허무하게 죽을 것 이다. 일어서자.
플라위와 눈이 마주쳤다.
"너 어디가는 거야?"
"스노우딘. 가야만 해. 이대로면 또 다 죽어버릴거야."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날 향해 찡그리는 표정을 짓는다.
"굳이 따라오고 싶지 않으면 안 따라와도 괜찮아."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고 토해지질 않는다.
"...나 때문이니까."
몇 발자국 더 하얗게 쌓인 눈들을 밟는다. 뒤를 돌아보자 힘겹게 뿌리로 기어오는 플라위가 눈에 밟힌다.
"네가 따라오면 괜히 너 까지 나 때문에 들켜서 죽고 말거야. 그래도 따라올거야?"
묵묵히 눈밭을 기어오기만 할 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곧 긍정일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나는 플라위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기어다니면 너도 힘들잖아. 자, 이제 편하지?"
식물이기만 할 뿐일텐데 왠지 모르게 얼굴이 슬쩍 붉어진 듯한 느낌이다. 눈보라 때문에 제대로 앞을 분간하긴 힘들지만 저 앞, 나와 닮은 조명 옆에 키 큰 형체가 보인다.
"파피루스?"
커다란 키, 타이즈로 감싼 다리와 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쿨'한 옷. 파피루스가 틀림없다.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기분이다.
"파-"
그리고 그를 덮치는 섬광. 폭발하는 소음과 함께 그 자리에 남아있는건 한줌의 먼지 뿐 이었다. 눈이 마치 빠질듯이 커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게 느껴진다. 목 구멍에 맴돌던 소리가 결국 입밖으로 폭탄처럼 크게 튀어나온다.
"뭐 하는거야!"
분노로 인해 두려움따윈 잊은지 오래다. 그는 잠시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다 다시 웃을 뿐이다. 아무리 미쳐있다고 해도 이정도일 줄이야.
"나만 죽이면 되잖아. 뭘 더 바라서 그러는 거야? 대체 왜.."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굵은 물줄기가 뺨을 감싼다. 안겨 있던 플라위가 잎사귀로 내 눈물들을 훔쳐줬다.
"프리스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도망쳐야 돼 어서!"
발을 떼려고 할 땐 이미 늦었다. 후회는 곧 섬광과 함께 사라졌으니까.
-9,996-
다시 숲길. 왼팔 소매를 들춰본다.
-9,996-
벌써 네 번 죽었다. 내 로드로 인해 같이 다시 살아난 플라위가 내 행동을 미심쩍게 보다 결국 시선은 내 왼손목에 닿게 됐다.
그가 쏘아붙이며 말한다.
"그 숫자들 뭐야?"
들켜선 곤란하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뭐.. 문신인 셈이야. 그래, 문신."
이미 들키고도 남는 발연기 실력이다. 시선은 이미 땅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 역시 남을 속이는 짓 따위 나랑은 적성에 안맞는 일인가 싶다.
"똑바로 말 해. 뭐냐고 대체 그거."
어쩔수가 없다. 그냥 말하는 수밖에.
"나.. 사실 이젠 의지를 9,995번 밖에 사용 못 해. 지금이 9,996번 째고."
그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미 차라가 내 의지를 거의 다 사용해 버려서 이젠 이걸 다 써버리면 난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어져. 손목에 나타난건 남은 횟수고."
믿기 힘들어 하는 눈치다. 당연한 일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갑자기 그의 낯빛(꽃이라 이게 정확한 표현인진 모르겠지만)이 어두워 진다. 그의 시선을 따라 앞을 보니 악몽이 되돌아 와 있다. 샌즈다. 너무 수다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너희도 참 태평하네. 이런 곳에서 죽치고 앉아서 수다나 떨고 있고 말야. 누군 너로부터 모두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발 벗고 나서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말야."
이젠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서 동생을 죽인거야?"
차갑게 툭 내던져진 내 진심.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지났다.
항상 웃고있던 조커같은 그 미소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맞는 말 이잖아. 나만 죽이면 될 것을. 도대체, 왜, 파피루스가 그런일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플라위는 이미 '난 이제 죽었다.'는 표정으로 옆에서 멍을 때리고 있는 듯한 얼굴이다.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무슨 말이야? 내 동생은 바로 내 옆에 있는데. 안 그래 파피루스? 그리고 내가 LV를 올리지 않는다면 모두 너한테 죽어버리고 말 건데, 그럴 바엔 차라리 나한테 죽는게 더 의미깊은 일 아닌가?"
단단히 미친 것 같다. 분노로 뺨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곧 그 뜨거워지는 부위는 다리가 돼 있었다. 밑을 내려다 보니 오른발을 날카로운 뼈가 관통 해 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 까지는 분명 섬광만을 쓰던 그였을 터인데, 갑자기 왜 이런 공격을 하는진 이해를 못 하겠다. 자길 화나게 건드려서?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은 곧 고통들로 지워져갔다.
"이야, 정말 좋아하는 구나? 소리 까지 지르고 말이야."
피가 벌어진 상처로 부터 새어나오고 있다. 고통으로 인해 간신히 쓰러진 몸에서 머리를 일으켜 다리를 살펴보자 이미 뼈는 다리를 관통해 땅에 박혀있는 상태다. 맞서기로 다짐했던 의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또 다시 도망치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다리의 상태를 봐서는 그것도 글러먹은 일이다.
다리에서 다시 시선을 위로 두고 그의 표정을 살펴 본다. 마치 곤충의 날개를 떼며 재미있어 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죽음의 공포가 다시 엄습해 온다. 샌즈의 머리 뒤에서 생겨난 뼈는 이번엔 왼팔을 뚫고 지나갔다.
아파. 그만해, 아프다고. 아파. 제발, 그만해.
그렇게 소리치다 뻗어져 고정된 왼팔의 상태를 보기 위해 시선을 돌리다 왼팔에 도달됐다.
-9,980-
갑자기 한번에 수치가 확 줄어들었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그러나, 아픔 때문에 그런걸 신경쓸 처지는 안 됐다.
"아파.. 제발 그만 해. 제발."
그리고 뼈는 머리 가운데를 통과했다.
-9,979-
존나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