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보다 고단한 잠이 흔들리다 가라앉다 그러다 수면으로 떠올랐다. 부디 다음번이라면 네가 더욱 아늑한 휴식 속으로 잠으로 깊이 더 깊이 도망쳐 달아나버리길. 꿈속의 너는 무슨 몸부림을 쳤기에 네 눈꺼풀에 쓰인 잠이 이다지도 고달플까. 그 끔찍한 생각에 나는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아이의 표정은 너무 낯선 나머지 가장 작은 것 뒤라도 좋으니 나는 어디든 숨고만 싶어졌다. 목소리는 육신의 일부야. 샌즈,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 나는 그저 벙어리가 되어 고개를 휘저었으나 곧 몇 겹의 메아리가 머릿속을 울리었다. 아이는 다시 잠결에 빠져있었다. 때때로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면서도 가슴을 세차게 울리우는 것이 아이의 말에 담겨 있었다. 나를 울게 만든 것은 그러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눈물이 날 일이 없는 그런 부분 말이다. 말의 주인이 아이였기에 더욱 괴로웁고 애처로울 따름이었다. 어쩌면 내가 눈물을 흘렸던 건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네가 죽어 못 보아야하는 이별이어야 했다면 차라리 죽음 같은 이별이 나았다. 그럼에도 입 안을 떠도는 이 감정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질긴 혀뿌리에 얽혀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삶은 낭비야, 이건 죄악이야. 날 놓아줘, 부탁해, 제발. 내 지난 기억들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게 날 놓아줘. 아이의 입 속에서 증기가 된 울음은 차가운 공기 너머로 흩어졌다. 그 부연 입김을 쐔 해골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아롱진 물기는 말갛게 눈가를 물들였다. 단 한걸음만 더 내딛을 수 있다면. 그건 네 눈앞을 향해야만 해. 이건 잘못되었어. 너는 미쳤어. 네가 알던 나도 알던 그 분노는 건너편의 다른 세계에 놓아두고 왔다. 하지만 이 회한의 감정을 정녕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이라면 나는 네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해포석처럼 가벼운 해골의 손등에 아이는 눅눅해진 입술을 맞추었다. 아니야. 꼬맹아, 오도되지 말아줘. 넌 믿을 수 있냐 이 말이야. 나의 대답을 함께 실은 손끝으로 보듬어 본 네 얼굴은 이미 차갑게 굳어있었다. 그리고 일순간 장면은 와해되며 암전. 언젠가는 아이의 시도가 더 이상은 관용적 의미가 되지 않기를 희망했다. 아이는 어느새 무성영화의 인물이 되어 백치처럼 버둥거린다. 그리고 영사기는 다시 돌아간다. 마음을 눅이는 탓탓 소리를 내며 구르는 필름롤 너머로 너는 또 넘어지고 그 필라멘트의 방 안에서 나는 또 주저앉아야만 했었다. 낱낱의 장면을 더욱 잘게 쪼개어 나는 그사이에 존재했을법한 본래 공백이었던 장면들을 공상한다. 영원히. 그런데 지금의 이 순간만큼은 너무도 낯설었다. 나는 지독하게도 질려버리고 말았다. 너도 그랬음이 틀림없을 텐데. 이젠 그저 팔램프세스트가 되어버리는 기억들. 멈추어라. 생각을 멈추어라. 스쳐지나갔기에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필경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제 서야 뒤를 돌아보아 고함을 지르지만 이미 너를 되짚을 흔적이며 단서는 발밑에 남아있지 않다. 나는 황망히 고개를 주억이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발판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이윽고 정적. 나는 마침내 나를 괴롭히던 병증에 대해 최종적인 진단을 내렸다. 나는 선 위에 놓여 있었다. 선 위에 놓여진 내가 뒤돌아본 과거의 것들은 점에 불과하였고 기억이란 벗기어 내는 것이 아니라 덧씌워져야만 하는 것을 그제 서야 깨닫게 되었다. 유화 나이프를 들었다. 유일한 대안은 무엇인가. 희미한 재잘거림은 점차 성난 고함으로 바뀌었다. 날 놓아줘. 부탁해. 싫어 더는 못하겠어. 그만해. 흐느낌 같은 단조로운 리듬이다. 앞으로 걸어갈 테야? 아니면 또다시 뒤돌아설 테야? 나는 입을 또다시 다물었다. 침묵하는 나의 사고와 더욱 크게 반향하는 메아리에 온통 머리 속이 요란하였다. 사고의 차원에선 이미 무생물과 다를 바가 없는 저 자신을 영겁 미워하고만 싶었다. 너의 첫 번째 파 투르낭을 기억한다. 한 날 그 시간 그 순간만큼의 광경은 나를 아주 오랫동안 사로잡았다. 그 순간만큼의 광경은 나를 아주 오랫동안 사로잡았다. 나를 사로잡았다. 네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런 너를 드디어 환멸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제야 내게 어떠한 변화가 있을는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머리 속에 끈적하게 울리었다. 다시 한 번 기대를 걸 수 있단 말이다. 나는 네 이름을 발음할 때의 그 기묘한 소리가 특히 좋았다. 잠들기 전보다 더욱 남루해진 호흡이 담겨있는 네 미소가 좋았다. 그러나 그 춤사위는 건조한 백일몽이었으며 곱게 눈동자에 어리우던 것이 이제 와서는 또렷하게 내 망막을 할퀸다. 나는 다시 껌뻑 잠에 빠진 네 얼굴을 아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이별을 방비하는 법은 단순하였다. 너는 더 떠돌지 말라며 나는 마침내 영영 잠들 수 있게 된 네 머리 위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샌즈는 마침내 당신과의 순애쎅쓰도 그닥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갤기장 념념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