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5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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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음... 딱히 할 말은 없다. 한 명이라도 보면 만족. 내가 누가 보긴 하는지를 모르니 문제지.
"정말 뼈 빠지게 고생하는군."
왕궁에서 스노우딘 마을까지는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꽤 오래 걸었기에 저절로 불평이 나올 터였다. 샌즈는 애꿏은 눈을 발로 차대며 마을의 외곽으로 향했다.
"하하... 맙소사..."
샌즈가 헛웃음을 흘리며 바라본 곳엔, 그 거대한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어떻게 해도 열리지 않던 문이, 그냥 열려져 있는 것이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샌즈가 다시 마을 쪽을 향해 내달려갔다.
그의 생각대로였다. 저 멀리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분명. 인간이었다.
그의 동생 파피루스가 그토록 원하고 찾아 헤맸던.
소리 없이 천천히 걸어 인간의 뒤에 바짝 붙어 섰다. 곧, 그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인간이 걸음을 멈추었다. 샌즈는 안 그래도 낮은 음성을 더욱 내리깔며 천천히 말했다.
"인. 간."
그런데 돌연 인간이 먼저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닌가.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한 쪽 손을 내밀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던 탓에 샌즈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리고 있자, 결국 소녀가 먼저 샌즈의 손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들었던 친밀감에 샌즈가 몸서리치며 거칠게 손을 내쳤다.
"무슨 짓이야, 무례하군 그래."
이에 소녀는 약간 무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당황했던 기색을 감추려는 것이었는지 샌즈가 그녀를 지나쳐가며 괜히 큰 소리로 말했다.
"일단 이렇게 빠져 나오긴 했어도, 난 인간을 잡아야 하거든. 뭐, 딱히 그러고 싶진 않지만..."
의례 하던 말이라서가 아닌, 그의 진심이었다. 인간을 목전에 둔 파피루스의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든 숨기려 했다.
"그래도 최소한 막는 척은 해야 하잖아? 네가 어마어마한 괴물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손가락으로 소녀를 가리키자 그녀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샌즈를 보며 지은 미소에 그가 다시 고갤 돌렸다.
"숨 막히는 퍼즐들을 준비해놓지. 기다리라고."
그리고 그는 여유로운 체 하며 저 멀리 사라졌다.
"...따위가 된 거야!"
"죄...죄송해요옷!"
조금 걸으니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두 팔이 없는 공룡 같은 외형의 꼬마를 윽박지르는 중이었다. 잠시 둘은 나타난 소녀를 보더니, 다시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소녀를 보고, 서로를 보는 것을 반복, 반복하다 끝내 소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꼬마의 외침이 숲 속에 울려 퍼졌다.
"인간!!! 인간이야!!!"
"조용히 해, 꼬마 녀석."
샌즈가 주먹으로 꼬마의 머리를 살짝 때리자, 의외로 아팠는지 꼬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항변했다.
"흥, 제가 언다인처럼 되는 첫 걸음이라고요. 지켜보시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말다툼에 소녀가 슬쩍 하품을 하자, 이를 눈치 챈 괴물 꼬마가 소리를 빽 질렀다.
"하품을 하셨겠다? 곧 공포에 떨게 될 텐데 말이지!"
"...그건 너무 오바스러운데..."
샌즈의 중얼거림에도 개의치 않고 꼬마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녀를 향해 외쳤다.
"마을까지는 한 발짝도 다가설 수 없을 거다! 하하하!"
그리고는 등을 돌려 뛰어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몇 걸음 뛰다 넘어지고 만 꼬마는, 작은 신음과 함께 겨우 일어서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 밀려오는 황당함에 소녀가 길을 따라 걷자 샌즈가 입을 열었다.
"빨리 죽어버리던가, 내 눈에서 도망치는 게 좋을 거야. 갈등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거든."
알 수 없는 말에 소녀가 그를 바라보자 샌즈는 표정을 굳히며 시야에서 스륵하며 사라져버렸다.
"..."
왜 일부러 심한 말을 했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샌즈의 눈에 들어왔던 소녀의 모습은 그저 선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흘깃 훔쳐보았던 그녀의 '처형 지수' 또한 조금도 올라가있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죽이지 않았지."
내뱉은 거짓말에 곧장 후회했다. 아니었다. 사실 소녀의 뒷모습을 본 그 순간부터 그의 살의는 녹아내려 버렸다. 이전의 소녀와 같은 느낌을 풍기며,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준 그녀를 도저히 죽일 수 없었다.
사실, 그에게는 그녀가 언다인을 죽였든, 왕을 죽였든 그런 것들 따위는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그들과는 그다지 접촉도 없던 타인에 가까운 사이였으니 말이다.
단지 유일한 문제라면 그의 동생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군. 뒷'골' 땡기게 말이야."
적어도 동생의 손으로 그녀를 죽이게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을 죽였건만, 그래도 형제에게는 한 없이 상냥했던 이전의 아이의 모습이 계속해서 겹쳐 보였다.
계속되는 갈등에 탄식 섞인 한숨으로 샌즈는 꼬마의 퍼즐이 준비된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하하, 오셨군! 숨 막히는 첫 번째 난관을 통과해보시지!"
사각형태의 빙판 너머로 샌즈와 꼬마가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부로 발을 내밀어선 안될걸? 무시무시한 창이 네 몸을 꿰뚫을 테니까! 게다가 그 함정을 해제할 버튼은 단 하나뿐이라고! 절대 찾을 수 없을 거다!"
자신만만한 꼬마의 태도에 소녀는 잠시 당황하는 듯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꼬마는 더욱 더 크게 웃어댈 뿐이었다.
"하하하하하!!!"
철컥-
"하하...어, 어엉?"
무언가 버튼을 밟는 소리가 들리며 꼬마의 웃음이 끊겼다. 당황하며 자신의 발 밑을 내려다 본 꼬마의 행동에 소녀가 뭔가를 눈치챈 듯 빙판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꼬마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안돼! 이건 무효야! 무효라고!!! 으아아악!!!"
보란 듯이 빙판을 건너온 소녀가 꼬마의 앞에 다가서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또 다시 저 편으로 사라졌다.
"두고 보자고!"
꼬마가 사라지고 조용해지자, 샌즈는 저도 모르게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어, 난 뼈다귀 샌즈라고 해."
난데없는 자기소개에 소녀가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 튀김을 팔려고 하는데, 살 생각 있어?"
눈에 띄게 누그러진 말투에 소녀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꺼냈다 싶었는지 자신의 말에 당황한 샌즈는 겨우 표정을 감추고는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흠... 가격은 5만 골드로 정할 건데, 그래도 살 거야?"
'너는 샌즈에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태도에 샌즈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래, 5만 골드에 팔도록 하지."
이에 그녀가 그 무표정으로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반응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샌즈가 차갑게 말하며 돌아섰다. 마치 순간 스쳐갔던 그 옛 추억을 애써 떨쳐내려고 하듯이.
"하, 돈도 없으면서 입만 살아있군."
멀어져 가는 샌즈의 뒷모습을 보며 소녀는 살짝 울상을 지었다.
또 조금 걸어가니 이번에는 꼬마 혼자 나무 앞에 서 있었다. 소녀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깐 무효였어! 내가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너는 꼬마에게 그래도 멋진 퍼즐이었다고 칭찬을 건넸다.'
씨익 웃어 보이며 건넨 말에 꼬마는 말을 삼키고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꼬마의 얼굴에는 순수한 기쁨이 번져갔지만 이내 고개를 홱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입 발린... 소리라니!"
말을 더듬는 걸로 봐서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듯 했다. 이에 소녀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황스러움을 참을 수 없었는지 꼬마가 소리쳤다.
"다음 퍼즐이나 헤쳐나가 보시지! 물론, 이번엔 실수 따윈 없을 거야!"
소녀가 앞으로 나서서 퍼즐 앞에 다다르자, 인상을 찡그렸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운 난이도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며 결국 입구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자, 뒤에서 지켜보던 꼬마가 답답하다는 듯 소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한 붓 그리기를 모르는 거야? 겹치지 않게 한 번에 걸어가면 되는 거라고!"
그제서야 소녀가 요령을 알았다는 듯, 손뼉을 짝 치며 길을 걸어나갔다. 순서대로 발판을 모두 밟은 소녀의 발 앞의 트랩들이 해제되자 꼬마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휴, 이 정도도 헤쳐나가지 못하다니! 정말 멍청해!"
짜증내는 꼬마를 향해 돌아서며 소녀는 다시 웃어 보였다.
'너는 꼬마에게 조언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아, 몰라! 조금 이따가 보자고!"
그의 태도 역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소녀는 역시 모든 이들이 사실 착하기 그지없다고 확신하며 다시금 길을 나섰다.
완료
크으 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