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편



“으아아 으으윽…! 으, 으음?”

분명, 그 꼬마 자식과 싸우던 중이었던 것이…

“아윽!”

머리가 깨지는 듯한 두통이다.

“그래… 녀석에게 쇄골부터 허리까지 크게 베이고… 그 뒤로는?”

다시 눈을 떴더니 침대 위이다. 차라리 악몽이었다면.

결국 이번에도 진 모양이다. 적어도 내 경험이 꿈속의 꿈속의 꿈같은 게 아니라면.

‘근래 며칠 동안 수차례 공격당해서, 죽었나…?’

아직 두통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머릿속이 어질러진 상태가 내 방 같다.

 

“형! 아직도 자는 거야?”

파피가 방문을 벌컥 열고서 소리쳤다.

“깨어는 있었네! 아무튼, 난 언다인네에 가보려고. 로열 가드에 들어가려면…”

“흐억, 파피… 괜찮은 거지…? 아직 아무 일도 없는 거지…?”

나도 모르게 눈에서 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파피는 놀라서 다가와서 침대에 걸쳐 앉았다.

“형! 무슨 일이야. 나 파피루스는 아무렇지도 않다구! 그리고 형답지 않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 그, 아냐. 괜찮아. 고마워.”

파피는 아무것도 모른다. 굳이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일로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잠깐 두통이 와서 헛소리를 했나 봐. ‘골’이 깨질 뻔했다니까?”

“녜에엑! 형이 그 하찮은 농담을 또 하는 걸 보니 정말 별일 없나 보네! 난 그럼 나가볼게!”

“그래. 잘 다녀와.”

애써 농담을 짜내서 파피를 보냈다.

 

그리고 한참을 소파에 앉아서 고민했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이번에도 가만히 녀석에게 당하고 싶지는 않다.

농담이 아니고 뼈가 깨지는 아픔을 더는 겪고 싶지 않다. 아픔만이 기억 속에서 맴돈다.

그래서 녀석을 이길 방법만을 생각했다. 전략으로는 무리였다. 절대적 전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

달리 방법이 없었다. 가장 고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만이 남아 머릿속을 휘저었다.

벽에 걸린 후드를 주섬주섬 걸치고 집을 나왔다. 이런 정신 나간 짓을 벌일 내가 부끄러워 조금이라도 바깥세상으로부터 나를 가리고 싶었다.

 

누가 볼 새라 마을을 재빨리 떠났다. 스노우딘의 숲 속에 숨어서 지나가는 괴물을 애간장 타게 기다린다.

“…자가 좀 더 멋있어 보이는 거 같은데! 누가 안 봐주려나?”

멀리서 혼잣말이 들려온다.

손이 떨리고 등골을 따라 식은땀이 흐른다.

‘그래. 적어도 고통 없이 한 번에 보내주자.’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애써 자기 위로를 하며, 떨리는 손으로 바닥으로부터 뼈를 솟구친다.

턱밑으로부터 두개골을 뚫었어야 할 뼈는 이마를 스쳐 모자만을 관통했다.

‘하필, 이럴 때 긴장해서!’

“으악! 누구야! 아이스캡 살려!”

녀석은 겁에 질려서 소리치고는 넘어졌다. 무거운 머리 탓인지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안 된다. 조용히 끝내는 것도 힘든데 소란이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다.

“정말로 미안…”

아무도 들을 수 없을 모깃소리만 한 사과와 함께, 뼈는 사방에서 괴물을 뚫었다.

괴물은 잠깐 움찔거리다, 이내 먼지로 사라졌다.

“윽, 웩…!”

진짜로 저지르고 말았다. 나, 나는…

죄악감과 답답함이 밀려 올라와 아무것도 없을 몸속에서 토악감이 차올랐다.

똑.

어느 새엔가 눈물이 턱뼈를 타고 내려와 떨어졌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이 불어와 온몸이 눈과 먼지로 뒤덮였다.

[살인마.]

날아드는 먼지 속에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날아와 비수를 꽂았다.

그 자리로 쓰러져 앉아 울었다.

아직도 몇 번이나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이 모든 것이 그 꼬마 녀석 때문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그 녀석만은….’

 

숲 속에 눈먼지로 뒤덮인 채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 앞에 우는 해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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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편



“크윽, 아직은…! 으, 으음?”

방금까지만 해도 꼬마 녀석과 싸우던 중이었는데…. 

‘꼴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진 건가…’

“커윽!”

또 망할 두통이다. 이 침대 위로 돌아올 때마다 찾아드는 불쾌한 손님.

그리고 두통이 조금 사라질 때가 되면,


“형! 아직도 자는 거야?”

어김없이 파피가 방문을 열고 소리친다.

“깨어는 있었네! 아무튼, 난 언다인네에 가보려고. 로열 가드에 들어가려면…”

“파피… 난 너만이라도 무사했으면 좋겠어.”

파피루스를 볼 때마다 울적해진다.

파피는 다가와서 침대에 걸쳐 앉았다.

“형! 무슨 일이야. 나 파피루스는 아무렇지도 않다구! 나보다 형이 무사한 삶을 걱정해야 되는 게 아닐까!”

어질러진 내 방을 돌아보며 파피가 말했다.

“사실 별거 아냐. 그냥 고민 좀 하다가 이상한 말이 나왔나 보네.”

“무슨 고민?”

“‘골’이 깨지는 고민”

어깨를 한 번 으쓱해 주었다.

“녜에엑! 형이 이런 농담을 또 하는 걸 보니 정말 별거 아니었나 보네! 난 그럼 나가볼게!”

“어 그래. 잘 다녀와.”

매번 비슷한 농담을 던지지만 파피가 알아채는 일은 없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스노우딘 밖의 괴물만으로는 부족했다. 꼬마 녀석과 어느 정도 대치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져 움직임이 늦어졌다.a

그리고 이번에도 그렇게…

수십 번을 당했지만, 여전히 기분 나쁜 아픔이다. 

이 망할 저주 속에서 탈출하려면 어쩔 수 없다. 파피만 살릴 수 있다면…

이제는 입는 쪽이 자연스러워진 후드를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우선 평소처럼 마을 바깥의 괴물을 처리해야 했다.

대부분은 방심한 상태에서 급소를 일격에 관통당해 먼지가 되었다. 여전히 가시지 않는 찝찝함은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을 위해 슬퍼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또 그들과 만났다.

“오, 샌즈! 여기서 만나다니 별일이네요. 요즘 어때요?”

도가미와 도가레사가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다가온다.

“여어. 별일 없어. 그냥 길을 가는 중이었지. 그리고…”

응, 미안.

“죽어줄래?”

그들의 발치 아래에서 뼈를 꺼내 든다. 고민 없이 쏘아진 뼈는 날아드는 새처럼 그들을 덮친다.

그러나 도가레사는 허리를 뒤틀어 뼈를 스쳐 보내고, 도가미는 눈을 걷어차고 뒤로 점프해 멀찍이 물러난다.

“샌즈! 제정신이에요? 우리 죽을 뻔 했다구요!”

“물론. ‘본’심 그대로죠.”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 자연스럽게 나온 나 자신에게 놀랐다.

도가레사는 달려들 자세를 취하고는 도가미를 기다렸다. 

“믿기지 않지만… 진심인 것 같군요.”

서로 나눈 마지막 말이었다.

도가미는 일어서지 못했다. 뼈를 쏘아낼 때, 그들의 뒤에 몰래 두었던 파란 뼈 공격에 다리 한쪽을 잃었다.

도가레사는 돌진해서 번쩍이는 도끼를 밑에서 위로 쳐올렸지만, 도끼가 닿기 전에 녀석의 뒤로 공간이동해서 등 뒤에서 뼈를 꽂아 넣었다.

가슴팍에서 뼈와 피가 하나 되어 터져 나왔다.

“도가, 미… 사랑… 했어요…”

…….

쓰러져있는 도가미에게 다가갔다.

“히이이익!”

녀석은 기어서라도 뒤로 조금이라도 물러나려 했다.

“부인과 함께 좋은 날 되시길. Have a good night.”

그의 목을 두 줄의 뼈로 끊어주었다.


씁쓸한 마음과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이제 절반이다. 이거론 꼬마 녀석을 이길 수 없었다.

마을 밖의 괴물들만으로 부족했다면, 마을 안의 괴물들도 해칠 수밖에 없다.

‘파피만 무사하다면.’


집을 나서 뒷골목으로 갔다.

“야 샌즈~ 오랜만에 본다!”

잠은 자나 싶을 정도로 종일 얼음을 옮기는 친구다.

“그, 그래. 안녕.”

“여긴 무슨 일이야? 난, 보다시피 오늘도 얼음을 옮기는 중인데.”

“으음. 그러니까… 미안.”

“에? 뭐가?”

이 친구의 가슴팍에 살짝, 그러나 확실히 뼈 한 짝을 꽂아 넣었다.

“샌… 즈?”

피가 약하게 터져 나와 옷에 튀었다. 그리고 쓰러져서 먼지로 화했다.

마을 밖 괴물보다 친근하게 지내던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건, 아직은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도 그 꼬마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그 녀석에게만은….’


유유히 흘러가는 냇가에서 피에 물든 옷이 먼지 한 줌을 흩날리고 있었다.




자신은 없지만 쓴게 아까워서 올려본다 주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