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45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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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키고 꼬였다, 사건들이 아주.
한 번 미끄러지니 눈 쌓인 흙바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의지로 멈출 수 없었다. 넓은 빙판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찌어찌 겨우 퍼즐을 풀어낸 탓에 소녀는 매우 지쳐있었다. 비록 그 무표정으로 지친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조금씩 흘리는 땀방울과 약간 거칠어진 호흡이 이를 나타냈다. 그리고 쉼 없이 걸어나가자 끝이 겨우 보이는 흔들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끝을 박아 넣은 나무기둥을 꼭 잡은 채 내려다 본 밑은, 끝 없는 낭떠러지였다. 한 발 내딛자, 눈이 바스러지며 저 멀리 떨어져갔다.
떨어졌을 그 당시가 순간적으로 기억났다. 저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을 멈출 수 없었다. 소녀는 저 만치 뒤로 물러서 눈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 떨림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떨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언제 오는 거야..."
꼬마가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곁의 샌즈는 팔도 없는 주제에 저러다간 넘어지지 않을지 란 생각으로 꼬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 지루해진 건 사실이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건만, 소녀는 도통 보일 줄을 몰랐다.
"혹시, 빙판 퍼즐을 못 풀고 있는 건가?"
꼬마가 유추해내어 말하자 샌즈는 수긍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애태우는 꼬마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작게 말했다.
"보고 오지. 꽤 멍청한 모양이야."
"맞아요! 제 퍼즐도 혼자서 못 풀더라고요!"
"무슨 소리야, 그건."
신이 나서 말하던 꼬마에게 샌즈가 날카롭게 묻자, 꼬마는 조금 위축된 듯 작아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혼자 너무 못 풀길래..."
"그래서, 답을 알려줬다고?"
샌즈가 딱딱하게 묻자 꼬마는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에요! 그냥 힌트만 줬을 뿐이라구요!"
"하... 그래, 알았다."
뼈다귀뿐인 손으로 미간을 짚으며 샌즈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발걸음을 내딛으려 하자 꼬마가 갑자기 소리쳤다.
"인간이에요!"
"뭐?"
꼬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흐릿했지만 멀리서 조금씩 걸어오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속도는 현저히 느렸다. 보는 둘이 답답할 정도의 그 속도에 참지 못하고 꼬마가 외쳤다.
"빨리 좀 걸어, 인간!"
그의 외침에 속도는 아주 조금 빨라졌다. 보다 가까워진 소녀를 보던 샌즈는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꼬마에게 말을 걸려 했다. 하지만 꼬마는 그다지 인내심이 많지 않았다.
"어이, 꼬..."
"몸소 느껴라! 우리 국왕님이 만드셨던 무시무시한 함정을!"
꼬마가 레버를 당기자 다리의 위 아래로 여러 무기들이 튀어나왔다. 모든 무기들은 다리 위 소녀를 조준한 채, 그 위용을 뽐냈다.
'이런...'
소녀는 떨고 있었다. 작은 양 손으로는 줄을 꼭 잡은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떨고 있었다. 샌즈는 식은땀을 흘렸지만, 꼬마는 이에 좋아할 뿐이었다.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잠깐만, 이제..."
샌즈가 그를 말리려는 찰나, 다리 위 소녀가 별안간 쓰러졌다.
이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꼬마였다. 사실 그 역시 저런 무지막지한 무기들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겁만 조금 주어, 자신의 위엄을 다시 살릴 생각이었었던 꼬마가 당황해 하며 샌즈를 바라보았다.
"이런 제길..."
머리가 아팠다.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수 차례 끙끙대며 몸을 비틀다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난 소녀는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달릴 듯하게 정교하게 생긴 자동차처럼 생긴 침대는 소녀에게 굉장히 컸다. 분명 키가 꽤 큰 사람이 쓰는 침대라고 생각을 하며 소녀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정신을 조금 차리니 그제서야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바람에도 엄청나게 요동치던 허공에 놓인 다리. 그 긴 다리를 건너다 이전의 그들을 마주했었다. 그리고 분명...
철컥-
"아, 깼나 보네."
소녀가 놀라며 침대로 펄쩍 뛰어들고는 이불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방으로 들어선 자는 다름 아닌 뼈다귀 샌즈였다. 그는 소녀의 행동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숙녀의 방에 함부로 침입한 거군... 밖에서 기다리지."
끼익-
쾅-
그리 거칠게 닫진 않은 듯 했는데 소리는 굉장히 크게 울렸다. 소녀는 어리둥절했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녀는 끌어당겼던 이불을 내려놓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시트와 이불을 말끔하게 정리하고는 문으로 다가섰다.
철컥-
"여어-"
샌즈는 계단 밑 소파에 누워있었다. 마치 휴일에 집 안에서 뒹굴거리듯 편안히 누워있는 그를 보며 소녀는 잠시 어이없어하다 걸음을 옮겼다.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 거야?"
샌즈가 씨익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옆 자리를 손으로 살짝 치며 말했다.
"와서 편히 앉아. 서 있으면 다리 아프잖아."
소녀는 조심스럽게 샌즈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렇게 앉지 말고 나처럼 편히 누우라고. 이 소파가 얼마나 푹신한데."
그의 말에 따라 소녀는 쿠션에 등을 밀착시켰다. 키가 작은 둘은 자연스레 누워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어때, 편하지?"
'너는 샌즈에게 그렇다고 말했다.'
"헤헤..."
소녀가 의사를 전하자 샌즈가 작게 웃었다.
"사실, 너랑 그다지 싸우고 싶지 않아."
샌즈의 상냥한 말에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이미 소녀를 보고 있었는지, 샌즈와 눈이 마주쳤다.
"...이야기를 하자면... 조..."
쾅-
"인간은 깨어났어요?"
문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집에 들어선 꼬마가 경박하게 외쳤다. 이야기를 끊겨서 기분이 언짢았는지 샌즈가 표정을 굳히며 꼬마를 향해 돌아보았다.
"너, 진짜..."
"오! 깨어났군요!"
기분이 상한 샌즈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꼬마가 후다닥 달려가 소녀의 앞에 섰다. 당황하는 소녀의 행동에도 개의치 않고 꼬마는 소녀의 앞에 서 허리를 굽혔다.
"미안했다! 네가 그렇게 겁이 많은 줄 몰랐어!"
"...뭐?"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서 침묵을 깬 건 샌즈였다.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태도에도 꼬마는 굽힌 허리를 펴지 않았다. 소녀의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고개를 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세가 불편했는지 꼬마가 슬쩍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파에 앉아, 아니 누워있던 소녀는 빙긋 웃더니 소파에서 내려와 손을 내밀었다.
'너는 꼬마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인간... 넌..."
꼬마는 감동했는지 작게 신음했다. 눈 가에는 눈물이 조금 배어있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또 다시 침묵을 깬 건 샌즈였다.
"...이봐, 쟨 팔이 없다고."
그제서야 소녀는 아차 싶었는지 꼬마처럼 허리를 굽혔다.
"아니야! 미안해 할 필요 없어! 괜찮아!"
그러자 소녀는 꼬마에게 다가가 그를 꼭 껴안아 주었다. 소녀의 품에 안긴 꼬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어떻게 이리 착할 수가..."
흐르는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는 듯 했다. 소녀의 품에서 벗어난 꼬마는 연신 훌쩍이다 겨우 말했다.
"넌, 저번의 인간과는 다르구나..."
그의 말에 소녀는 갸우뚱거리며 꼬마를 바라보았다. 설명이 필요한 것을 느꼈는지 꼬마가 말을 이었다.
"물론, 저번 인간도 굉장히 친절했어. 그래서 친구가 되기로 마음 먹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코를 훌쩍이던 꼬마가 돌변하며 눈을 치켜떴다.
"그 놈은 언다인을 죽였어! 그것도 나랑 헤어지고 난 직후에 말이야!"
"...그..."
욱씬-
갑자기 소녀는 자신의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소녀가 인상을 찡그리자 둘이 놀라며 물었다.
"왜...왜 그래, 또? 괜찮아?"
"꼬마, 괜찮아?"
소녀는 그들에게 싱긋 웃어보임으로써 괜찮다는 답을 전했다. 이에 둘은 안심했지만 이내 다시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조금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냐?"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소녀는 여전히 웃으며 문으로 향했다.
"괜찮겠어?"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는 밖으로 나섰다. 눈 앞에 펼쳐진 마을의 풍경에 소녀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소녀의 태도에 꼬마는 조금 의기양양해졌는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곁에 다가서서 말했다.
"우리가 사는 스노우딘 마을이야! 어때?"
"어떠긴, '뼈' 저리게 춥지.
두둥- 탁!
"으아아, 지금 그 농담으로 한 층 더 추워졌어요!"
꼬마의 호들갑에 소녀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까지 그리 행동하니 샌즈는 무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뭐... 그럼, 밥이나 먹자. 그릴비나 가자고."
저녁이 되자, 소녀는 다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마음을 진즉 눈치채고 있었는지 외곽까지 함께 걸어간 샌즈가 꼬마의 등을 슬쩍 밀며 말했다.
"꼬마야, 워터폴은 험한 길이야. 이 녀석이랑 함께 가도록 해."
"에? 지금 떠날 생각이었어?"
꼬마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미소 지었다.
'너는 샌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넣어둬, 넣어둬."
샌즈가 손을 휘휘 저으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마을로 걸어가며 말했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만 해줘. 부탁해."
샌즈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꼬마가 신이 난 듯 소녀에게 말했다.
"그럼 가 볼까? 괜찮아, 난 워터폴 지리에 빠삭하거든!"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꼬마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