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거미줄이 엉키고 엉켜 정글을 이루고 있는 방에서 한 거미여성이 인간을 보랏빛 거미줄로 묶어놓고 있었다.
* 자긴 보라색이 잘 어울려~
여성은 상대를 매혹시키는 웃음을 자아내며 인간에게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웃기만 하고 있을 뿐.
* 거미들아! 즐거운 식사 시간이야!
여성이 거미들에게 외치는 순간 수많은 거미들이 인간을 향해 일제히 들러붙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곧 인간의 몸에는 수많은 거미들이 들러붙었다. 그것은 마치 파도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 아후후~ 이정도면 항복해주겠지?
여성은 인간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다. 거미들이 기뻐하며 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뿐.
하지만, 여성의 소원처럼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못했다.
“시끄러운 거미들….”
인간이 있던 장소에서 노란 불빛이 터지더니, 곧 수많은 거미들이 날아가 벽으로 처박히기 시작한다.
벽으로 처박힌 거미들은 자신들의 형태를 잃고, 먼지가 되어 사라져간다.
* 얘, 얘들아?
여성은 갑자기 나타난 빛에 놀라 거미들을 불러본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침묵뿐. 거미들은 이미…….
* 얘들-.
인간은 여성에게 걱정할 틈도 주지 않았다.
노랗게 빛나는 칼을 들고, 인간은 그녀를 칼로 찌른다.
* 으윽….
여성의 복부부분으로 정확하게 칼날이 꽂힌다.
안 돼.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며 여성은 저항하지만, 강력한 의지의 힘 때문에 결국 몸이 사라져버리기 시작한다.
의식을 잃어버릴 것 같은 통증.
마지막 의식 속에서 여성이 본 것은.
악마처럼 웃고 있는 인간의 표정뿐이었다.
- 01 -
* 허억…!
여성은 이상한 장치 안에서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두운 세상과, 붉은 눈동자가 이곳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보일 뿐.
* 여긴, 대체…….
* 깨어났구나. 머펫.
여성. 머펫의 질문 속에서 눈동자가 말을 꺼낸다.
깨어났다는 건 자신은 쓰러져 있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방금 본 것은 전부 꿈? 아니, 꿈 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그래. 질문을….
* 자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줘.
* 인간이 세계를 파괴했어. 남은 것은 공허뿐이지. 너는 죽을 위기에 처한 걸 구해준거고.
눈동자는 인간이 세계를 파괴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인간을 집적 눈으로 본 머펫에게는 그 말이 전혀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결코 그럴 위인이 안 되어 보였기 때문에….
* 그야 당연하지. 알현실에서 주도권이 뒤바뀌었는걸. 세계를 파괴한건 다른 인간이야.
* 자기…. 내 생각을 읽었어?
* 물론. 나는 지금 ‘공허’니까 말이야.
* 그렇다는 것은 정말로 세계가 파괴되었다는……!
머펫이 이야기의 현실성을 찾자, 정말로 급한 문제를 떠올랐다.
* 거미들! 거미들!! 우리 거미들은 어떻게 되었어???
* …….
공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미안하다는 듯이 머펫을 쳐다보았다.
제발, 아니지? 아니라고 얘기해줘.
* ……구했어.
구해주었다는 대답을 듣는 순간, 머펫은 안심하였다. 하지만, 왜 저렇게 어두운 표정일까?
* 왜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 미안하지만, 내 의지는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의지를 내 의지로 합치는 거야. 그러니까…….
* 그러니까?
머펫이 공허에게 질문하는 순간,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온 몸에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
그녀는 자신이 거미들과 융합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미안해. 나의 한계는 이것뿐이라서.
* 자기야. 미안해하지 마.
괜찮다.
형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관없다. 거미들은 전부 구해진 것이잖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런 모습이 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머펫에겐 거미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 ……고마워.
눈동자는 눈에서 물방울을 흘리며 대답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었던 걸까?
* ……아. 이제 핫랜드로 돌아가도록 해.
* 어라? 세계는 파괴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 리셋된 세계가 있어. 나는 거기에서 인간과 싸우고 있어.
* 그렇구나.
* 너도…. 도와주지 않겠어? 지금의 너는 전보다 더 강해졌어.
* 알았어.
머펫은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지금의 모습. 우리 거미들뿐만이 아니라, 세상 무엇이든지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더 이상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 그러면 너를 핫랜드로 다시 보내도록 할게. …의지를 다시 가지도록 해.
* 알겠어. 자기~ 아후후후~
그 후, 머펫은 공허가 얘기한대로 핫랜드로 보내졌고, 인간을 찾기 위해 핫랜드를 돌아다녔다.
부디 찾았다면, 내 손에서 끝나길 하며, 머펫은 의지를 다진다.
* 이 의견을 바탕으로 융합체 머펫을 만들었어.
* 오... 첫 머펫문학이네.
감동스럽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