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발걸음을 누군가를 향해 옮겼다. 당신은 언다인의 갑옷에 짓이겨진 왼쪽 다리는 망가졌고. 오른쪽 다리도 그리 성한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손으로라도 망가진 다리를 옮기며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다리만 성치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당신의 손도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당신의 손가락 중 몇 개는 융합체에게 먹혀버렸고, 남아있는 소수의 손가락도 부러지거나 잘려나가 있었다. 심지어 당신의 왼쪽 팔을 보라. 이미 나이트 나이트한테 잘려 어깨 부분만이 뭉툭하게 남아있다.그런 최악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나마 성한 오른쪽 팔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지금 당장 거울을 보아야 했다. 당신이 지금 얼마나 흉측한지 당신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온 피부는 토리엘과 아스고르에게 불태워졌고, 그 불길은 당신의 살을 녹여버렸다. 모두가 그 흉측한 겉모습에 당신을 피할 것이고. 그것은 당신이 만나러 가는 누군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당신일 텐데. 당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의 목. 당신의 목 상태가 지금 얼마나 안 좋은지 생각하라. 언다인의 푸른 창은 당신의 목을 한번
꿰뚫고 당신의 성대를 찢어놓았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입은 다시는 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그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그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의 몸 상태는 만신창이었다. 당신은 지금까지 프리스크가 여정을 떠나면서 입어야 했던, 모든 상처와 입지 않아도 됐엇던 상처까지 모두 혼자 껴안아 왔다. 당신은 여기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당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당신이 찾던 누군가를 만나고야 말았다.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 가운데 서로를 안아주고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한 아이는 지금까지 당신이 필사적으로 보호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게 응원해주었던 아이였고.
한 아이는 당신이 지금까지 찾던 아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두 명의 아이는 당신을 발견하였다. 당신이 계속해서 지켜주던 아이는 당신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는 데
그쳤지만. 당신이 찾고 있던 아이는 기겁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 치며 외쳤다.
"으아...프리스크 저게 대체 뭐야? 새로운 융합체야?"
예상된 결과였다. 역시 당신이 만나러 가는 누군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신은 마음에 큰......이런 빌어먹을, 당신은 이런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던 걸까.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아이 앞에 다가갔다.
"아스리엘, 괜찮아.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그렇죠. 아저씨?"
프리스크는 정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는 표정으로 아스리엘을 안심시켰다. 당신은 그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며, 아스리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뿌듯함에 프리스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신을 이렇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그 아이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스리엘은 프리스크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적어도 더는 당신이 다가올 때마다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당신은 당신이 애초부터 하려고 계획했던 일을 했다. 당신은 당신의 가슴에 손가락 수가 모자란 당신의 손을 집어넣어, 그것을 꺼내고야 말았다. 당신의 가슴속에서 끄집어내진 그것은 초록색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고. 스스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랬다. 당신은 결국 하고야 말았다.
당신은 당신의 가슴 속에서 끝끝내 영혼을 꺼내고야 말았다. 당신은 그 끄집어낸 영혼을 아스리엘을 향하여 내밀었다.
"아저씨, 안돼요."
당신의 팔을 붙잡으며 프리스크가 말했다. 프리스크의 목소리와 표정에 담겨있는 것은 간절함이었다. 프리스크는 당신에게 빌고 있었다. 당신에게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간절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아스리엘에게 줄게요. 그러니까 제발 아저씨 그 영혼 다시 집어넣어요. 네? 부탁이에요. 제발...아저씨는 충분히 했어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아저씨가 지금까지 희생한 것을 되돌아봐요! 제발! 아저씨는 이미 해야 할 것을 다 하셨어요! 아니, 해야 할 것 이상을 하셨어요! 그러니까...제발 아저씨. 아저씨, 그러면 아저씨
죽어요. 나 진짜 아저씨 죽는 거 보기 싫단 말이에요...제발 아저씨 다시 한 번만, 딱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시면 안 돼요?"
프리스크를 바라보아라. 그녀는 울고 있다. 당신이 죽는 게 싫어서 울고 있다. 프리스크조차 당신이 지금 하려는 짓이 멍청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에게 빌고 있다. 그러니, 제발 다시 그 영혼을... 당신은 영혼을 집어넣지 않았다. 그 대신, 프리스크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허리를 굽혀 서럽게 울고 있는 프리스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 후에도 당신은 영혼을 집어넣지 않고. 프리스크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당신은 그 후에도 영혼을 집어넣지 않았다.
"죄...죄송하지만, 저...저는 이런 걸 받을 수 없어요."
아스리엘은 영혼을 내미는 당신의 손을 밀어냈다. 이제 이 멍청한 짓 좀 그만두어라. 당신이 아스리엘에게 죽은 횟수를 기억해라. 지금만, 딱 지금만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라.
지금 프리스크가 부탁하고 있고, 아스리엘이 원치 않고 있다. 제발 그 빌어먹을 영혼을 다시 당신 가슴에 돌려놓아라. 당신은 영혼을 돌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신은 초록색 영혼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품속에서 불에 그슬린 종이를 집어 초록색 영혼을 그 종이로 감쌌다. 그것을 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던 아스리엘의 눈앞에 당신은 그것을
내밀었다. 아스리엘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그것을 집고선 영혼을 감싸고 있던 종이를 펴보았다. 당신이 쓴 편지가 슬프게도 드러나 버렸다.
"나는 어차피 죽는단다. 이미 정신을 차리고 나니 너무 몸을 험하게 굴렸는지, 치료해도 얼마 못 살 몸이 되어버렸더구나. 후회는 없지만, 나 없이 세상에 나갈 프리스크가 너무나도 걱정되는구나. 혹시 내가 없어서 혼자 밤에 울지 않을까.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 받지 않을까.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도 남겨질 프리스크를 생각하니, 결국 밤잠을 설치며
어떻게든 프리스크를 보호해주고 지탱해줄 방법을 찾게 되더구나. 그리고 마지막에 찾은 방법이 너였단다. 아스리엘. 제발 아스리엘 이 영혼을 받고 앞으로 세상에 나가 홀로
서게 될 프리스크를 지탱해 줄 수 있겠니? 강직하고 영리한 아이지만 그 아이가 느낄 외로움을 생각하면 도저히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 같구나. 제발, 이 아저씨의 부탁이다.
들어주지 않겠니?"
감정에 호소하다니, 당신은 치사했다. 그 편지를 다 읽어내려간 아스리엘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당신을 그 모습에 뻐끔거리며 입 모양으로 "제발 그래주겠니"를
만들었다. 아스리엘은 그 입 모양이 만들어낸 단어를 이해 한 것인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으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축하한다.
자살에 성공한 것을. 자기 죽음을 확정 지은 멍청한 당신에게 프리스크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당신의 품 안에 달려들었다. 그에 따라 아스리엘 마저, 당신의 품 속으로 달려가
당신에게 안겼다. 당신은 눈물이 만들어낸 따뜻한 축축함을 느끼며 당신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
이제는 성하던 당신의 눈마저 결국 멀어버렸다. 귀도, 코도, 혀도 영혼이 빠져나간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다. 스노우딘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한기가 당신의 너덜너덜한 몸을 덮쳐왔다. 당신의 이가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고,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당신은 남은 팔로 어떻게든 몸을 비비며 열을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그 한기는 당신의 몸에서 힘마저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 어떤 고난이 와도 꿋꿋이 서서 모든 것을 막아주던 당신의 몸이 천천히 무너져갔다. 당신은 추위를 느꼈다. 정말 지독한 추위를 느끼며. 이미 힘이
빠져버려서 땅바닥에 널브러진 몸을 어떻게든 모아 추위를 피하려 했지만. 당신의 노력은 무의미했다. 당신은 간절히 도움이라도 구하기 위해서 손뼉을 치며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미 모든 괴물은 당신을 여기 남겨두고 다 떠나버렸다. 당신은 이렇게 지독한 추위 속에서 홀로, 외롭게, 비참하게 이곳에서
죽어갈 것이다. 당신이 택한 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배시시 웃고 있는 것일까. 나는 끝끝내 당신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당신은 이 비참하고 외로운 끝을 두고서 아이처럼 배시시 웃고 있었다. 정말 기쁜 듯이 순수하게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웃고 있었다. 당신은 진정으로 병신이었다. 당신은 당신이 이렇게 추위에
떨며 죽어가는데도, 외롭게 죽어가는 데도, 지금쯤 밖에 나가서 행복해하고 있을 프리스크와 괴물들을 생각하면서 배시시 웃고 있었다. 석양빛 아래에서 그들이 마주치고 있을
해피엔딩을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기뻐서, 그것이 즐거워서, 그렇게 죽어가면서까지...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는 가운데, 홀로 비참하게 죽어가며 배드엔딩을 맞은 당신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꽤 나쁘지 않은 엔딩을 맞이하였다.
...나한테는 아니었다.
***
어우 시발 죽을 것 같음. 미친 6시간인가 8시간 정도를 쏟아부어서 결국 감성대회 출품작 다 냈네.
원래는 진짜 완전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좆같아서 때려침. 화자는 보시다시피 차라임.
피드백 주면 존나게 고맙겠음. 근데 사실 퇴고도 안하고 의식이 흘러가는대로 씀.
아 비추 누르는거 깜빡함
아 잘읽었다 막줄에서 더 먹먹해지네 ㅊㅊ
원래는 처음부터 주인공이랑 차라랑 존나게 투닥거리면서 주인공이 고기방패 되주는 이야기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촉박했음
안타까워.....
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