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날...죽...이...지...말...아...줘..."


푸욱. 푹, 쑤걱. 푹.


칼이 작은 꽃을 난도질했다. 플라위는 몸이 갈라지고 꽃잎이 흩어지면서 죽어갔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잘했어 파트너."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이 지하 세계에 떨어졌을 때부터 들린 목소리. 괴물은 모두 인간을 죽일려고 한다고 했던 목소리. 여기서 나가기 위해선 모든 괴물을 죽여야 한다고 했던 목소리. 괴물들이 하는 말은 모두다 거짓말이라고 했던 목소리.




당신을 속인 목소리.




당신은 문뜩 세계가 이상하게 변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방금전에 난도질당해 흩어져 죽어버린 플라위도 보이지 않았다. 땅도, 하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공간으로 가득찼다. 어리둥절하며 둘러보는 당신의 정신을 번뜩 차리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잘했어 파트너."


이번에 들리는 위치는 당신의 머릿속이 아닌 등 뒤였다. 당신은 황급히 뒤로 돌았다. 뒤에는 당신과 비슷한 체격, 비슷한 외형, 비슷한 머리스타일을 가진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 걸쳐있는 미소는 마치 악녀를 연상시키듯 새빨갛고 날카로웠다.


"왜 그래 파트너? 마치 괴물을 본 것 처럼."


소녀는 당신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당신은 그녀에게서 풍기는 알 수 없는 분위기에 겁을 먹으며 천천히 물러났다.


"정말... 왜 그러는거야? 아, 그러고보니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 그럼 우리 자기소개라도 할까?"


그녀는 웃으며 멈춰섰다. 그리고 자신을 차라라고 소개하며 한 손을 뻗었다. 당신은 자신을 프리스크라고 소개했지만 다가가진 않았다.


"..."


차라는 가만히 당신을 보다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더니 문득. 당신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사리지진지 1초도 되지않아 바로 당신의 앞에 나타났다. 시뻘건 미소가 가득한 그녀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당신은 갑자기 순간이동한듯한 차라의 모습에 놀라고 무서워 힉 하고 소리내면서 떨며, 뒷걸음 질 치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걸 지켜보던 차라는 엄청나게 웃기기라도 하는지 배꼽을 잡으며 깔깔갈 웃어댔다. 평상시라면 부끄러웠을 상황이지만 지금의 당신은 차라의 웃음소리가 마치 자신을 금방이라도 내려칠 것 같은 칼날 소리로 들렸다. 오한이 느껴진 당신은 눈을 질끈감았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게 최선인 것 같았다.


"미안미안, 웃어서. 이제 그만 일어나 프리스크. 더 이상 안 웃을 테니까~"


차라는 당신의 어깨를 툭툭치며 왜인지 모를 위로같은 말을 건넸다.


"정말이지. 네가 그렇게 원한 세상이 됐는데 계속 이럴꺼야?"


차라는 의미불명인 말을 했다. 내가 바랬던 세상? 내가... 이런걸 바랬다고?

당신은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건 자신이 바랬던 세상이 아니라며 차라에게 답했다. 너무 울적한 기분이들어 당신은 울고 싶어 졌다.


"응?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네가 네 손으로 이렇게 만들었잖아. 다시 되돌리고 싶기라도 한거야?"


순간. 당신의 뇌리에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되돌리다. 되돌리다... 로드.


당신은 차라에게 불러오기 기능을 이용한다면 다시 원래의 세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뭐어~? 너 정말로 다시 되돌릴려고?"


당신은 그렇다고 말했다.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이상한 곳에서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원래대로 되돌려 놔야...


"어이, 파트너."


당신은 차가운 목소리에 뒤를 슬쩍 쳐다봤다. 차라는 냉정한 눈빛으로 당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녀의 입은 비웃는 듯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새빨간 웃음과 눈동자가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미 저질른 일은 되돌릴 수 없어. 아니, 지금의 너는 이해 못할려나? 히히히."


소름이끼쳤다. 애써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려는 순간 불러오기에는 무슨 방법이 필요한지 생각해냈다. 바로 죽음.

당신은 인상을 썼다. 더 이상 당신을 죽이려는 괴물은 없었다. 그러면 다시 불러오기 위해선 뭘 해야할까. 하고 생각했다. 당신은 잠시 차라를 바라봤다.


"아. 미안한데 난 안 도와줄꺼야."


이미 모든 걸 알고 잇었다는 듯 차라는 소름끼치는 웃으믈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다시 인상을 지으며 방법을 몰색했다. 하지만 한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그 방법은...





당신은 칼을 들어올렸다. 진짜 칼. 이거라면 어린아이의 살갖을 쉽게 찢을 것이다. 그 칼날을 당신의 손목에 갖다댔다. 시퍼런 칼날이 손목에 살짝 닿자 차가운 느낌과 함께 소름이 끼쳤다. 당신은 결국 겁을 먹고는 손목에서 칼날을 치웠다.


"왜 그래? 생각이 바뀐거야?"


차라가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봤다. 그런 차라를 보자 소름끼쳤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 자신의 고통이 그렇게 즐거운걸까? 하고.

당신을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식칼을 손목 바로 위에 세웠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손목으로 칼날을 내려쳤다.


다음 순간 엄청난 고통과 함께 당신은 비명을 내질렀다. 손목에 박힌 칼날이 흔들리며 속살을 파먹듯이 휘젓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극심한 고통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 어린애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는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당신은 고통에 몸부치며 꺼윽꺼윽 소리를 냈다. 호흡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장기가 멈췄다 움직였다 멈췄다 움직였다를 반복했다. 죽을 것 같았지만 죽을 수 없었다. 당신은 칼날을 간신히 손목에서 뺐다. 하지만 죽을 수 없었다. 피가 너무많이 흐르지만 과다출혈로 죽을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고통 때문에 당신은 참을 수 없었다.


당신은 울면서 목에다가 식칼을 조준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당신의 눈에서 눈물이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손에 쥔 식칼로 자신의 목을 찌른다는 공포에 한층 더 겁을 먹고 떨어야 했다. 하지만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공포를 집어 삼켰다.


당신은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당신의 목에 칼날을 박아넣었다.


































당신은 눈을 떴다. 황급히 일어났다. 바닥에 무언가 푹신푹신한 느낌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당신이 처음 떨어진 그 곳이었다. 당신은 정말로 처음으로 되돌아 왔는지 확인하기위해 재빨리 일어서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당신은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하우디! 난 플라위야. 노란 꽃 플라위."


조금 전. 바로 몇분 전에 당신이 살해했던 플라위가 밝게 웃으며 사악한 면모를 감추고 말을 걸어왔다. 당신은 왜인지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당신은 신나하며 플라위에게 달려가 끌어안았다.


"어..음... 잠깐. 뭔 짓 할려는... 야.. 야! 야!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꽃은 연약한거 몰라?!"


플라위를 꼭 껴안자 플라위는 당신을 향해 인상을 구기면서 반말을 해댔다. 당신은 왠지 모르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후 당신은 모두에게 자비를 배풀었다. 삶이 너무 고단한 프로그와 웜선, 블루키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고,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신념을 가진 토리엘을 끌어안으며 다녀오겠다고 인사했다. 귀여운 강아지 친구들에게는 막대기를 던져 주고 쓰다듬어 줬으며 친구가 잔뜩 생겼으면 좋겠다는 파피루스에게는 자신이 친구가 되어줬다. 핫 랜드에서 갑옷을 입다가 너무 더워 쓰러진 언다인에게 물을 뿌려주었으며 알피스와 메타톤을 만나 TV에 출현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파피루스와 데이트도 하고 언다인의 집에가서 요리도 했으며 알피스와 데이트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 샌즈는 당신에게 격려를 했으며 끝까지 지켜봐 줬다.

마지막에 플라위가 옛날에 죽었던 아스리엘이었다는 것이 살짝 충격적이었지만 결국엔 아스리엘도 당신이 구원해줬다. 비록 결국 다시 꽃으로 돌아갈 운명인 것 같지만, 그는 이제 다시는 나쁜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결국 결계는 부셔졌고 당신과 친구들은 결계 밖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석양이 당신과 친구들을 반겨줬다. 당신은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의지가 충만해졌다.

그리고 또 좋은 소식이다. 당신은 토리엘과 같이 살기로 했다. 괴물들의 대사도 맡기로 했다! 어린나이에 이렇게 높은 고위직에 오른 것은 전 세계를 찾아봐도 당신이 처음일 것이다. 당신은 해맑게 웃으며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꿈을 꾸며 잠들었다. 영원히 이런 평화와 행복이 계속되길.


허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일어나니 저번에 겪었던 것과 똑같이 온통 어두운 배경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좋은 꿈 꿧어? 파트너. 아니, 이젠 프리스크라고 불러야겠지?"

그녀는 다시는 보기 싫었던 붉은 미소를 지었다. 비웃음과 경멸, 정말로 재밌다는 감정이 뒤엉킨듯한 웃음. 만약 여기가 꿈이라면 당신은 혀를 깨물어서라도 깰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단 것을 알기에 당신은 차라를 노려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왜 그래 프리스크? 네가 좋아하던 세상을 잔뜩 맛봐서 기분 좋은 거 아니였어?"

당신은 차라에게당장 원래 세계로 되돌려 놓으라고 소리쳤다. 당신은 친구들을 잃을 수 없기에 의지가 충만해졌다. 지금이라면, 흉기를 가진 차라한테서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소리야? 나는 세계를 바꾼 적 없다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당신은 말했다. 차라 네가 이런짓을 하지 않았으면 도대체 누가 했겠냐고.

"음. 너, 네 능력에대해서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차라는 미소를 잠시 거두었다가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불러오기'를 하면 예전의 흔적이 전부다 '지워'질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몇 초간은 말이다. 당신은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럴리 없다고. 완전히 원래대로 되돌렸다고.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인걸? 네가 아무리 처음으로 되돌려도 결국엔 네가 전부다 죽인 이 시점으로 되돌 아오는거야. 영원히 말이야."

그럴리 없다며 당신은 현실을 부정했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루트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다시한번 세계를 되돌릴려고 했다.

"에~ 정말? 난 지루한데."

그런 말을 하더니 차라는 또다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눈을 뜨더니 어디서 났는지 모를 식칼을 당신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그래. 어디한번 계속 해봐. 나중에 네 반응을보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당신은 차라를 노려봤다. 그리고... 전에 했던 것처럼, 자신의 목에 칼날을 겨냥하고... 힘을 줬다.




































당신은 지금 집의 부엌에 있다. 오늘은 아무도 없다. 토리엘은 외출을 했다. 당신은 부엌 바닥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덧 없는 과거를 잠시 회상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번이나 재도전을 했을까. 30번? 40번? 아니, 백의 자리를 넘었나?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확실한건. 그 많은 도전을 했음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신은 어느순간부터 마음속이 공허해졌다.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했다. 다시 일어나는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당신은 너무 지쳤다.

당신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당신은 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병의 몸통에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수 면 제'
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촤라락하고 작은 알갱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플라위의 친절 알갱이가 머릿속을 지나쳐 갔지만 금새 하얗게 연기로 변했다.
바닥에 떨어진 알갱이와 병 안에 있던 하얀 알약을 전부다 꺼냈다. 그리고는... 단숨에 입에 넣었다.

당신은 쓴맛이 느껴지던말던 상관하지 않았다. 입안에 있는 알약들을 으적으적 씹어댔다. 가끔 혀를 씹어 피맛과 쓴맛이 최악의 조화를 이루어 냈지만 당신은 개의치 않았다. 잠이 솔솔 몰려왔지만 당신은 개의치 않고 하나라도 더 많은 알약을 입에 넣고 씹고, 삼켰다. 이윽고 입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다짐했다.

당신은, 이번이 마지막 모험이라고 다짐했다.

당신은... 이번이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지고 싶었던 당신은. 눈을 감았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당신의 의지는 박살났다.























viewimage.php?id=38b3d423f7c639aa6b&no=29bcc427b38577a16fb3dab004c86b6fb8c469a51a456a5781032af17309d3b1ddae1a7d1ea04526a1928107c8b24b2cf9f9683cefd11035545023



소재 고맙당.


퇴고 걸쳐서 심각한 오타 고쳐서 읽기 한결 편할 거다.  재밌게 읽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