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었을까. 다리에서 쓰레기장으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간 둘은 이내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으아... 원래 길이 막혀있지만 않았어도! 여기로 오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곧 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 위의 다리들이 너무 부실했던 까닭에, 여러 군데가 비어있다 이내 끊겨버렸기 때문이었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건 아니야!!!"
꼬마가 소리치며 몸을 떨었다. 소녀 또한 같은 심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녀는 쓰레기들이 가득한 물에 몸을 담그며 걸어나갔다.
"이봐, 진심이야? 진심이냐구!!!"
다리 위의 꼬마를 올려다보는 소녀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으으...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이 꼬마 역시 물에 몸을 담궜다.
"으아앙!"
"깨끗한 물이다!"
쓰레기장을 빠져 나오자 눈에 들어온 깨끗한 샘에 꼬마가 반색하며 달려나갔다. 소녀가 말릴 틈도 없이 그는 물로 몸을 던졌다.
풍덩-
물에서 첨벙거리며 기분 좋다는 듯 수영하는 꼬마가 멀뚱히 있는 소녀를 보며 외쳤다.
"너도 들어와! 적당히 시원해!"
꼬마의 말에 소녀는 구정물로 더럽혀진 자신의 몸과, 꼬마가 수영함에 따라 더러워지는 샘을 보며 갈등했다.
"위히~"
신이 난 듯 수영하는 그의 뒤로 누군가 나타났다.
"어... 너는..."
나타난 것은 유령이었다. 소녀는 잠시 유령을 바라보다 이내 그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너는 냅스타블룩에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헤헤... 나도... 안녕..."
"뭐...뭐야, 누구세요?"
당황한 건 꼬마였다. 하지만 냅스타블룩은 개의치 않으며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다면... 우리 집에 놀러 올래...? 물론, 저 친구도... 함께 말이야..."
"저도 가도 되는 건가요?"
꼬마가 재빠르게 묻자, 냅스타블룩이 작게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야..."
"가자, 인간! 나 무지 피곤했었어!"
소녀가 혹, 실례가 아닐까 고민하는 도중 꼬마는 이미 냅스타블룩을 따라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녀가 천천히 그들의 뒤로 걸음을 옮겼다.
"고마워요!"
"다음에... 또 놀러 와..."
'너는 냅스타블룩에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헤헤... 나도 재밌었어..."
말을 마친 냅스타블룩이 사라지자 꼬마가 소녀를 재촉했다.
"자, 가자! 달팽이 경주는 다음에 꼭 또 하러 와야겠어!"
들뜬 꼬마의 태도에 소녀는 키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내내 신이 나 보이던 꼬마가 걸음을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꼭대기가 간신히 보이는 뾰족한 산 아래에 뚫려있는 터널 앞에서 앞서가던 꼬마가 등을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나의... 아니, 우리 국민들의 영웅이었던 언다인이 결투를 하던 곳이야..."
말을 마친 꼬마가 고개를 푹 숙였다. 왠지 모를 숙연함에 소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터널을 걸어가면 핫랜드가 나올 거야. 미안한 얘기지만, 난 아직 그 곳에 적응을 못하겠더라고. 혼자 갈 수 있지?"
소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태도에 꼬마가 조금은 안심된다는 듯 말했다.
"그래, 넌 할 수 있을 거야. 넌 강하니까."
잠시 말이 없던 꼬마는 소녀를 지나쳐 걸어가다 말을 꺼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소녀가 꼬마를 향해 돌아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언다인을 잊지 말아줘."
그 말을 끝으로 꼬마는 저 편으로 뛰어나갔다. 시야에서 꼬마가 사라지자 소녀는 그의 말을 속으로 되뇌였다.
그 순간 다시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잠시 숨을 고르던 소녀의 머릿속에 수 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대체 무슨 일들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처음 보는 갑옷의 여성이었지만, 그녀가 언다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죽여버리는 자신의 모습. 이것은 대체...
"..."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은 소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끔찍한 고통에 허우적대던 소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