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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루루룩-


 '너는 샌즈를 불러 세웠다.'

 "...꼬마야넌 이 곳에서 날 마주해선 안 되는 거였어정해진 자리에서곧 보게 될 거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샌즈는 사라졌다.

 

 

 장소에 도착한 지 꽤 되었지만샌즈는 아무렇지도 않은 지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이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그에겐 익숙했던지꼿꼿이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이어 저 멀리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며 천천히 걸어왔다.

 넓은 복도에서 소녀는 걸음을 멈추었다마주 본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바깥 날씨가 참 좋지새들은 지저귀고꽃들은 피어나고..."

 창가도 보지 않은 채 샌즈가 말하자 소녀는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러다 문득 생각났는지 허겁지겁 후드를 벗었다그러자 샌즈가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굳이 돌려주지 않아도 돼집에 몇 벌은 더 있거든."

 소녀는 미소 지으며 다시 후드를 껴 입었다샌즈는 눈을 잠시 감다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이 곳은... 네가 심판을 받는 곳이야네가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곳이지."

 다시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분명 이전에도 이런 상황을 겪었던 것 같은 느낌이 다시 들자 머리를 감싸 쥐었다샌즈는 순간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지만이내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고... 상처 주게 하고... 그런 행동들을 모두 돌려받는 거지..."

 소녀는 두통이 조금 잦아들었는지 손을 내렸다샌즈를 바라보자 그는 다시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넌 조금도 남을 다치게 하지 않았구나이전에 흘깃 보았을 때도 그랬었지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샌즈의 상냥한 말에 소녀도 함께 웃었다.

 "...돌아가꼬마야험한 꼴을 보게 될 거야난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더 우스운 건..."

 손을 얼굴에 가져가 왼 눈을 가린 샌즈가 힘들게 말을 내뱉었다.

 "너와 싸울 이유조차도 없다는 거야... 하지만... 내 동생과 만나게 할 순 없어."

 샌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알피스의 말은 사실이었어언다인... 메타톤... 아스고어... 사실 누가 죽었든 내겐 그다지 의미 없었어."

 죄를 고백하는 듯한 그의 말은 무거웠다.

 "내 동생은 무사했어난 그것으로 만족했어하지만다른 이들의 죽음이... 내 동생에겐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나봐..."

 잠시간의 침묵에서 샌즈가 말을 이었다.

 "내 동생은 어떻게 해서든 인간을 죽여바깥 세상으로 나가려 해넌 나가게 된다면 내 동생과 만나게 될 거야난 그걸 두고 볼 수 없어."

 '너는 샌즈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슨 뜻이야."

 소녀의 의지에 샌즈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너는 샌즈에게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밖으로 나가려면 내 동생을 지나쳐 가야 해그리고그건 네게도내 동생에게도 모두에게 비극을 초래할거야."

 샌즈의 애원에도 소녀는 단호했다샌즈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오직 샌즈만이 보일 뿐이었다.

 "...날 용서해줘..."

 소녀는 샌즈에게 괜찮다는 듯 미소 지어 보였다그것이 샌즈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샌즈가 힘든 결심으로 손을 들었을 때였다갑자기 검게 물들었었던 주변이 흐릿해졌다이에 샌즈가 적잖이 당황해 하며 외쳤다.

 "이건 무슨...!"

 "...인간을 보면말하라고 했을 텐데?"

 샌즈의 뒤로 샌즈와는 다르게 키가 큰 해골이 등장했다붉은 스카프를 맨 채 어두운 인상을 풍기는 그는 샌즈를 내려다보며 분을 삭이는 듯 했다.

 "파피... 이건..."

 "그 입 닥쳐날 속이려 한 거잖아!"

 샌즈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 그를 보며 소녀는 이유 모를 아련함을 느꼈다그리고 다시 한 번소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

 말 없이 고개를 떨군 소녀를 향해 샌즈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는지 외쳤다.

 "꼬마야!"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든 소녀가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제 발로 죽으러 오는구나!"

 "멈춰!"

 '너는 파피루스에게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뼈다귀를 휘두르려던 파피루스도그를 저지하려던 샌즈도 행동을 멈추었다서로를 바라보며 이어진 긴 침묵 속에서 샌즈가 더듬으며 말했다.

 "...꼬마야너 어떻게... 내 동생을...?"

 "인간 따위가 날 보고 싶어해지금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는구나!"

 소녀는 이제 모든 걸 알게 되었다방금 전 밀려들어왔던 기억으로 모든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그것은 곧 샌즈를 향해서도 물들어갔다.

 "꼬마야... 너 설마... 예전의 그..."

 샌즈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이건 리셋 오류였다그로부터 생긴 비극이었던 것이다.

 그의 걱정과 상관없이 오류는 가속되어갔다이는 곁에 있던 파피루스에게도 미쳤다.

 "...리셋 오류라고...?"

 파피루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뱉자샌즈가 놀라며 외쳤다.

 "파피루스넌 어떻게!"

 "... 이거... 다 사실인 거야...?"

 샌즈가 당황해 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파피루스가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평소에 가끔 말하던... 리셋에 관한 얘기... 다 이런 거였냐고...!!!"

 그 때 소녀가 손을 내밀며 파피루스에게 달려갔다.

 '너는 파피루스가 그 누구보다도 그리웠다고 말했다.'

 "아니... 늦었어... 이미 다 끝냈잖아네가!!!"

 파피루스가 뼈다귀를 휘둘렀다.

 "안돼!"

 뼈다귀는 정확히 소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그 때소녀의 앞으로 별안간 흐르는 눈물 방울들이 나타나 반짝였다.

 "...... 다행이다..."

 "너는..."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며 샌즈가 중얼거렸다나타난 유령은 냅스타블룩이었다샌즈와 파피루스로부터 등을 돌린 채소녀를 보며 웃고 있는 그의 등엔 뼈다귀가 박혀있었다.

 "...!!!"

 고통에 몸을 조금씩 움찔거리는 냅스타블룩의 모습에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이를 본 냅스타블룩이 다시금 소리 내어 웃었다.

 "헤헤... 날 위해... 울어주는 거야괜찮아... 나는..."

 "냅스타블룩지금 뭐 하는 거야!"

 파피루스가 격노해 하며 외치자 그가 돌아보았다고통에 힘겨웠는지 얼굴을 찡그린 그가 파피루스에게 말했다.

 "이 아이는... 무고해..."

 "하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이미 다 죽여버린 마당에다시 와서 아무도 죽이지 않은들 무슨 의미가 있어!"

 발악하는 파피루스의 태도에도 냅스타블룩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그 역시 이 모든 진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는 이전에도... 항상 내게만은... 친절했던..."

 "망할 소리는 집어치워!"

 분노에 찬 외침으로 파피루스가 수많은 뼈다귀들을 날렸다.

 "안돼파피!"

 버릇처럼 나온 애칭에도 망설임은 없었다눈물을 흘리는 냅스타블룩의 앞으로 소녀가 빠르게 나서서 두 팔을 벌렸다.

 "꼬마야!!!"

 "안돼..."

 -

 작고 여린 몸으로 뼈다귀들을 받아낸 소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풀썩 쓰러졌다샌즈가 파피루스를 밀치며 소녀에게 달려갔다.

 "안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녀의 앞에 무릎 꿇은 샌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안돼... 난 진즉 죽을... 상태였는데... 안돼..."

 냅스타블룩의 눈물이 점점 늘어났다슬픈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던 냅스타블룩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냅스타블룩은 점점 사라져갔다.

 "결국 이렇게... 죽을... 나를 위해... 안돼..."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하지만 소녀는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는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꼬마야넌 어째서..."

 손을 꼭 잡았다저런 직격으로는 분명 즉사였을 텐데소녀는 지금 의지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그조차도 머지 않았음을 자리한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샌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그가 오열하며 어깨를 들썩이자소녀는 그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에 힘을 더하며 말했다.

 "고마웠어."

 그리고 소녀의 가슴 속 붉은 LV가 깨져버렸다그리고 소녀는 사라졌다.

 "...내가... 같은 동료를 죽이려..."

 화를 참지 못한 샌즈가 뒤돌아 섰다파피루스는 순간의 광기로 참혹한 짓을 저지른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는 중이었다손을 부르르 떨던 그가 자신을 노려보는 샌즈를 눈치채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마... ..."

 "..."

 "파피라고 부르지 않는 거야어째서!"

 샌즈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춰있었다이를 악문 그는 모든 걸 체념한 듯고개 숙였다.

 "모두 내 잘못이야... 모두..."

 그리고 그는 걸음을 옮겨 저 편으로 사라졌다복도에 홀로 남은 파피루스는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죄책감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견뎌야만 했다자신은 국왕이니까모든 국민의 염원을 이루게 해줄 국왕이니까.

 "손가락질을 얼마나 받건... 내겐 이 길 뿐이야..."

 

 

 광장에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몬스터들이 모여있었다오늘 국왕이 발표한다는 중대하고도 기쁜 소식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그렇게 모두들 커튼이 쳐진 발코니를 바라보고만 있을 때였다.

 "국왕 폐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낮은 목소리와 함께 커튼이 걷어졌다그리고 파피루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우레와 같은 함성을 받아내며 그가 입을 열었다.

 "인간 세계의 멸망을 위해위로 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