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글은 개념글에 있는
을 망상하여 쓴 소설이니 읽기 전 해당 글을 읽으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내가… 내가… 제발 날 죽이지 말아줘."
아스고어 왕의 알현실. 그 앞에는 플라위가 자신의 얼굴을 바꾸며 내게 구걸하고 있었다.
그래 내 오랜 친구 아스리엘의 얼굴을 하며.
우스운 일이지 아스리엘. 너와의 우정 놀이는 이미 내가 뜯어버린 시간축에서 충분히 즐겼어.
나는 거침 없이 칼을 휘둘러 눈앞의 플라위를 몇 번이나 난도질해 그를 뜯어버렸다. 한심해. 한심한 녀석이야. 내가 너였다면 여섯 인간의 영혼과 모든 괴물들의 영혼을 흡수했을때 이 세계를 멸망시켰을거야. 그랬다면 지금 이 꼴을 겪지 않아도 됐겠지.
이걸로 끝났어. 샌즈. 그 얼빠진 해골 녀석의 방해 탓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끌었지만 그 역시 내게 죽었지.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건 없어.
괴물, 인간. 이것으로 모두 멸망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인간의 영혼이 필요해.
상관 없지. 이제 나를 막을 사람이 없으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찾아도 돼. 어차피 이 모니터 밖에서 나를 지켜보는 멍청이에겐 이 시간은 생략될테니.
생각해보면 그의 도움이 컸지. 그가 한 것은 선택이었으나, 그 선택 덕에 역겨운 우정놀이로 가득하던 시간축은 뜯겨졌어.
나를 억눌렀던 프리스크 녀석은 내 안에 갇혔지.
훌륭한 선택이야. 그러니 이제 남은건 훌륭한 결과…….
"그만! 내 친구 플라워리의 말이 맞았어. 인간!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나 위대하신 왕실 근위병 파피루스 님이 너를 막고, 이 모든 것을 되돌리겠노라!"
이 목소리는 파피루스. 코미디언 같은 녀석. 하지만 녀석은 스노우딘에서 죽었을텐데?
"파피루스. 네가 어떻게?"
"녜 헤 헤 헤! 이몸이 그 정도로 죽을거라고 생각한거야?"
자신만만해 하는 어조로 외친 파피루스 였으나, 그는 곧 자신도 의아해하는 얼굴로 말했다.
"사실은. 너에게 찔려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몸이 이곳에 와있더라고."
샌즈. 녀석의 짓이군. 제 동생을 왕의 접견실로 보내버리고, 최후의 복도에서 나를 막을 셈이었나? 웃기지도 않는짓을 했군.
하지만 녀석은 이제 죽었으니, 녀석의 짓도 헛짓거리가 되었을뿐이지.
"인간!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 믿고 있다! 지금도! 플라워리가 나에게 말해줬어. 네 힘이면 지금 일어난 이 모든 일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그래서 내게 인간의 영혼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지."
그래. 일이 그렇게 된거였구만. 플라위. 저 코미디언 녀석을 시켜 인간의 영혼을 찾으면 그걸 삼켜서 나와 대항하려 했겠지. 그런데 녀석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자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 목숨을 구걸했던거였어. 한심해.
"그러니 아직 이 몸의 교육은 끝나지 않았다! 네가 더 나아질때까지 이 파피루스님이 교육해주마! 녜 헤 헤 헤 헤 헤!"
더 이상 들어줄 가치도 없군. 너무나 한심한 이벤트야. 그 뒤의 결과도 뻔하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녀석이 지루해하는게 눈에 훤히 보이는군.
나는 한 번의 도약으로 녀석의 앞에 다가가 식칼을 휘두른다. 그 일격에 녀석은 스노우딘에서 그랬던 것 처럼 단번에 잘려나간다.
하지만 그 순간, 파피루스의 오른눈이 붉게 빛난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1번 파일 불러옴'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플라위의 포기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기어이 인간의 영혼을 찾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스고어의 영혼마저.
파피루스의 뒤에는 아스고어의 영혼으로 만들어낸 창과 그 창을 둘러싸는 여섯 영혼이 둘러쌌다.
세이브/로드까지 다뤄? 하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아직 괴물들도 살아남았다. 인간들은 멀쩡하지.
"걱정마라 인간! 나는 너를 다치게하지 않는다!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때까지 이 파피루스 님이 교육을 해주마!"
그래. 웃음이 나올뻔했어. 파피루스. 너라는 코미디언은 지난 시간축에도 그랬지. 멍청할 정도로 착해 빠졌어. 그래 잊고 있었어. 저 녀석이 힘을 얻어봐야 나에게 쓰지 못해.
녀석은 나를 죽일 수 없어. 플라위. 네가 일찍 포기해버려서 다행이었어.
네가 세이브/로드로 계속해서 너를 부활시킨다면 나는 계속해서 너를 죽인다. 계속되는 살해속에 내 '의지'와 'LOVE'는 오르겠지. 반복한다면 녀석의 힘도 넘어설 수 있어.
다시 벤다.
그러나 그 순간, 파피루스는 녹색 영혼을 흡수하였고, 그러자 그의 오른쪽 눈이 녹색으로 빛나며 나의 양옆의 통로를 막는 거대한 뼈의 벽이 세워졌다.
"만약 나라면, 그 자리에서 피하지는 않겠어. 네 뒤의 뼈 너에게 다가오거든."
파피루스의 말대로 내 뒤에는 어느새 뼈가 길게 자라나 나를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야할 곳은 파피루스 쪽. 그리고 녀석은 내가 다가오자 뼈를 마구 날려댄다.
벽에 의해 막혀 양 옆의 공간은 굉장히 협소한 공간. 그리고 나를 향해 날아오는 뼈들 역시 몹시 촘촘하게 이루어져 있어 조금만 실수하면 닿을터였다.
다행히 이전에 싸운 샌즈와의 접전은 내게 충분한 감각을 줘, 녀석의 공격을 모두 피하고 접근하여 그대로 칼을 꽂았다.
'1번 파일 불러옴'
물론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파피루스의 로드. 나는 다시 원래의 자리에 서있었고, 뼈도 없었으며, 파피루스 역시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초록 영혼의 공격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여긴듯 이번에는 파란색 영혼을 흡수. 그의 오른쪽 눈은 파랗게 빛났다.
"이번에 너는 파란색이 아니야! 그래서 더 전설적이지 녜헤헤헤헤헤헤헤헤!"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나의 옆에 파란색 뼈다귀 하나를 만들어낸다. 이어서 파피루스가 팔을 휘두르자 파란뼈가 파피루스가 팔을 휘두른 방향으로 떨어진다.
저건 샌즈의 중력 공격. 그것을 내가 아닌 저 뼈에 적용시켜 쓰는것이다.
그리고 여섯개의 인간 영혼과 한 개의 보스 몬스터의 영혼을 흡수해 지치지 않는 몸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녀석은 팔을 마구 휘둘렀고, 녀석의 팔의 움직임에 따라 파란 뼈 역시 정신없이 이곳 저곳에 처박혔다.
"큭!"
솔직히 마구 바뀌는 패턴은 익숙하지 않았기에 나는 녀석의 뼈에 닿았고, 그러자 뼈는 내 몸을 살짝 통과했다.
나는 황급히 내 몸 상태를 확인해봤으나, HP는 멀쩡하다. 제대로 맞지 않은건가?
어찌되었든 파피루스는 살짝 지친듯 잠시 팔 휘두르는 것을 멈추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피루스에게 접근해 그에게 칼을 휘두른다.
'1452'
칼로 놈을 벤 순간, 녀석의 위에 나타난 숫자다. 지나치게 적은 데미지다! 더군다나 녀석의 생명력도 그리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녜 헤 헤! 그래. 이제 조금 공격하기 주저되지? 내 수업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 모양이군!"
파피루스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튕겨내 뒤로 날려보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녀석의 공격력은 0, 방어력 역시 0이었다. 그런데 내 공격을 이렇게 버틸 수는…….
의아해하며 파피루스를 바라보던 나는 눈 앞의 존재에 대해 뭔가 달라진 기분을 느꼈다.
처음의 미칠듯한 살의는 그저 단순한 짜증 정도로 변한상태. 그제야 나는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적의. 6개의 영혼의 힘을 다루는 파피루스가 파괴하는 것은 내 세이브 데이터가 아닌, 나의 적의였다.
"아직 수업은 끝나지 않았다! 녜! 헤!"
내가 지금 벌어진 일에 당황하는 사이 파피루스는 다시 자신의 팔을 휘둘렀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나는 녀석의 뼈를 피하지 못했다.
잠시 당혹감이 들기는 했지만 이를 악물고 식칼을 꼬나쥔다. 이대로 멈출 수는 없어.
피한다. 피한다. 피한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익숙해진다면 못피할 공격도 아니다. 팔을 휘둘러대던 파피루스는 다시 지친듯 팔을 멈추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에게 접근해 칼을 휘…….
"그래! 내 교육이 효과가 있나보구나! 내 두팔 벌려 너를 환영하노라!"
녀석은 무방비 상태로 팔을 활짝 벌린다. 아무리 내 적의가 깎였다 해도 이때 공격한다면 일격에… 일격에…….
"……!"
분명 죽여야 한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몸은 싸우기를 거부한다. 죽여야해. 아니야 죽이면 안 돼. 싸워야 해. 싸우고 싶지 않아.
이성과 감성의 싸움은 당연하게도 감성의 승리. 나는 저도 모르게 칼을 놓아버린다.
"그래. 너는 아직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 이제 모든걸 내려놔. 다시 모든걸 원래대로 다잡는거야."
그래. 파피루스의 말이 맞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모든걸… 원래대로…….
하지만 적의를 가진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모니터 밖의 사람은 리셋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나를 다시 불러왔다.
그에 의해 다시 로드 된 순간, 내 몸 속에는 사라졌던 적의가 다시 들끓는다. 아까전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내 자신과, 저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언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그래. 한 번으로는 안 될걸 알고 있었어. 수업은 계속 된다! 계속 피해봐라 녜헤헤헤헤!"
내가 로드된 순간, 파피루스의 오른눈이 하늘색으로 빛난다,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뼈들이 물결처럼 쏟아진다.
그래 이건 한 번 겪어본거야. 샌즈의 웨이브군. 이런류의 공격은 도망칠 구석은 남겨져 있다.
빌어먹을. 뚫려있는 유일한 장소에는 하늘색 뼈다귀가 놓여있었다. 이렇게 되면 피하기가 더 곤란해. 혹여나 내 뒤꿈치를 지나가고 있을때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피격당한다.
그렇지만 이 웨이브는 샌즈의 것보다 곡선이 가팔라서 잠시라도 멈췄다가는 당해버린다.
진퇴양난.
하지만 다행히 수십번을 죽어가며 늘어난 실력은 회피를 보다 수월하게 한다.
멈추고, 움직이고, 멈추고 움직인다. 이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젠장. 마음이 급해졌어. 내 등에 하늘색 뼈가 남아있을때 움직여버렸다. 그리고, 그 실수는 앞으로 내가 하는 다른 행동들에 실수를 불러와 무수한 뼈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공격은 조금도 아프지 않지만 나 역시 누군가를 아프게 할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되자 모니터 밖의 존재가 행하는 것은 로드.
나는 다시 적의가 솟아오른다.
그러자 이번에 파피루스의 오른눈은 주황색으로 빛난다. 그와 동시에 방은 뼈의 미로가 만들어진다.
"녜 헤 헤 헤 헤! 인간! 포기를 모르는군, 하지만 걱정마라! 나 위대한 파피루스 역시 포기를 모르니까! 네가 내 교육을 받아들일 때까지. 끝까지 상대해주마!"
문학은 개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