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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 일이 이렇게 개같이 될 줄이야. 전부 다 꼬여버렸다. 괴물과 인간, 괴물 용사와 인간 마법사, 머펫과 나,  내 감정과 내 일, 모두 다 꼬여버렸다. 가장 최악인 것은 머펫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거다. 이건 다 그 엿 같은 대머리 새끼 때문이다.

머펫이 뺨을 맞는 순간, 난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쓰러져 있는 머펫에게 그 대머리 새끼가 다시 손찌검하려 할 때, 나는 그의 뒤로 다가가 주문을 시전 했다. 그때 그 새끼의 대가리 속에 들어가 감히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했어야 했다. 가장 끔찍한 악몽을 풀어놔 공포란 어떤 것인가를 두개골에 깊숙이 새겨놓았어야 했다. 막 그놈의 뒤통수에 손이 닿으려 했을 때, 머펫이 안 된다고 소리쳤다. 그녀는 견딜 수 있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곤 고개를 저었다.

잠시 숨을 고르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머펫은 나에게만 외친 것이 아니었다. 가게에 남아있던 괴물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마법을 장전했다. 엄청난 크기의 무기들, 뜨겁게 타오르는 불덩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창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대머리 새끼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주춤댔다. 그때, 그놈이 날 발견했다. 일이 꼬인 건 그때부터였다.

그 놈은 보라색으로 빛나는 내 눈을 보더니 갑자기 날 아는 척 했다. 마법을 사용하면 빛나는 눈. 그건 마법사라는 걸 뜻한다. 그 새낀 아마 내가 그를 지켜주는 줄 알았겠지. 대머리는 나를 보자마자 내 등 뒤로 숨어 괴물들에게 지껄였다. 

'야... 이것들 봐라?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염병할 것들아! 이분이 누군지 알아?! 국립 마법사라고! 어이, 마법사 양반. 뭐 그러고 서 있어? 이놈들 다 잡아 처넣어!'

맞다. 난 국립 마법사다. 난 인간의 편이다.

괴물들이 지하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는 괴물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국립 마법사들을 소집했다. 난 이 도시에 괴물을 감시하고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왔다. 그 염병할 대머리 새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지껄였다.

'그 거미 새끼처럼 잡아 처넣으라고! 저 거미 년이 데리고 있던 그 미친 애완 거미 말이야! 그거 당신이 한 거잖아?'

그랬다. 그 컵케이크처럼 생긴 커다란 거미를 포획하는 게 내가 이 도시에 와서 맡은 첫 임무였다. 머펫 제과점에 세 번째로 왔을 때였다. 혹 소란이 벌어질까 머펫이 카운터에 있는 사이에 몰래 끝낸 일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흉포한 거미 괴물이 난동을 피운다는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고가 들어온 이상 일을 처리해야 했다. 국립 마법사들은 체계가 엄격하다. 명령이 내려오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당시엔 괴물이 풀려난 비상 상황이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 대머리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분명 아무도 모르게 처리한 일이었는데. 그런 질문이 머리에 스쳤을 때, 난 그때야 눈치챘다. 이 새끼가 신고를 넣었다는 걸. 역겨운 새끼. 그리고 머펫을 협박했겠지. 그 애완 거미가 사라져 불안한 머펫은 어쩔 수 없었을 테다. 

그 새끼가 머펫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갈취했을까? 그걸 거부하니, 짐승처럼 팼을까? 머펫이 휴가를 간 건 거짓말이었을 거다. 해변에 가서 피부가 탄 게 아니었다. 그건 멍든 자국이었다. 그 오랜 휴가 기간은 폭력 때문에 멍든 상처를 회복하려고 가진 걸 테다. 

하지만, 난 인정해야 했다. 머펫을 보호하던 유일한 수단을 제거한 건 다름아닌 나다. 머펫의 약점을 만든 것도 다름아닌 나다. 그 엿 같은 인간을 도와준 건 다름아닌 나다.

그 새낀 내 등 뒤에 숨어 괴물들에게 욕지거리를 쉴새없이 퍼붓고 있었다. 난 고개를 돌려 그 괴물같은 인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의 내 표정은 어땠을까. 어쨌든 간에 그 새끼가 뒷걸음질 치며 도망갔으니, 좋은 표정은 아니었겠지. 곧 가게에 남아 있던 괴물들도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난 차마 눈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 결국 가게에는 머펫과 나만이 남게 되었다. 그때 머펫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 거미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고.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물었다. 거미는 어디에 있냐고. 난 말해줄 수 없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걘 지금 어디에 있냐고. 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날 물었다. 그러곤, 그녀가 울었다. 난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난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8
머펫. 거미들 데리고 지금 당장 도망쳐. 네 애완 거미는 샌즈에게 맡겨놨어.
그리고 미안해.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