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GtAu

viewimage.php?id=38b3d423f7c639aa6b&no=29bcc427b38577a16fb3dab004c86b6fb8c469a51a456a5783032af17309d3b1474f255f000b94f81268c824931c6fdd767c3134f2a3c5e39abba4541371d49b07150e7668deba880f041107709244208df3b2f3535b





///////////////////

창 밖으로 눈이 휘날렸다.

벽난로에선 불길이 날름거리고 있었고,

그 앞에서 아즈고어가 크바스를 홀짝거렸다.

부엌에선 토리엘의 보르시 냄새가 향기로웠다.

여러모로 따뜻한 소련 가정의 모습이였다.

그러나 무엇인가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무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따뜻한 장막 뒤로 차가운 강철이 버티고 있었다.



모두 식사하라는 토리엘의 말에, 차라는 쓰던 편지를

잠시 내려놓고 식탁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잠시 비어있는 자신의 옆자리를 보다가,

보르시를 천천히 음미했다.

시큼하고 개운한 맛, 토리엘의 자랑이었다.

그녀는 아즈리옐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 맛을 추억하는지,

또 자신이 보낸 편지는 잘 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에봇스카야 토박이인데, 무더운 아프간으로 떠나다니.

생각에 잠겨 보르시를 거의 다 먹었을 즈음에,

누군가 이 정적을 깨고 문을 두드렸다.

아스고어는 두려운 표정으로 천천히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우샨카와 제복을 빼입은 인민위원들이,

군인들을 데리고

차가운 눈보라보다 차갑게 서 있었다.


'인민위원 동지, 무슨 일입니까?'

아스고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인민위원들은 그를 무시하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문 앞에 카펫이 깔려있었지만 그들은 무례하게도

눈과 진흙으로 질척한 장화를 그것에 비볐다.

그러고는 비어있는 아즈리옐의 의자에 그들의

대장쯤 돼보이는 자가 풀썩 앉았다.

남의 보르시를 몇번 퍼먹더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진한 우크라이나 억양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왜 왔냐고? 동무의 콜호스가 지금 생산량이 가장

떨어지는걸 몰라? 당의 특별 지침이다. 생산량에 박차를

가해 최소 120%대에 진입시키도록 해.'

'저... 동지, 하지만 이 지침서에는 100%라고 써져

있는데요...'

일순간 인민위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러고는 옆에 서있던 건장한 사내에게 턱끝을 움찔했다.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는 명확했다.

혼쭐 좀 내줘.


순간 AK소총의 나무 개머리판이 아스고어의 머리를

후려쳤다.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두드려 맞는 아스고어를

만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인민위원은, 이내 고개를 돌려

혐오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보던 차라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 흐음, 꽤나 반반하게 생겼는데.'

그러고는 차라의 턱을 바짝 당겨 얼굴 가까이 댔다.

차라는 당장이라도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뒤에서 아스고어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기에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거친 숨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가 입을 맞추려던 찰나, 아스고어가 소리쳤다.

그 애는 안 돼요.

그러고는 비틀비틀 찬장 쪽으로 걸어가 맨 위칸,

소중히 포장되어 있던 보드카를 꺼냈다.

모스크바의 공산당원들이나 먹을수 있는것이다.

인민위원의 눈이 한순간 커졌다.

제발, 이걸 드릴께요. 동무.


차라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차라는 저런 귀한 보드카가 어째서 있는지.

저게 드리무어 일가에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저 보드카는 떠나버린 아스리엘이 돌아오는 날,

다 함께 기뻐하며 마시기로 한 것이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산 것인데...


인민위원이 보드카를 휙 잡아채더니 탐욕스런 눈으로

이리저리 돌려봤다. 그러고는 아스고어를 노려보며

말했다. '좋아,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주지. 그러나

다음번에도 이런다면, 그땐 KGB와 오게 될거야.

자네와 에봇스키들은 반혁명분자로 굴라그로 가겠지.

열심히 해보라고, 동무.'

그러고는 차라를 한번 아쉬운듯 바라보고,

그 차가운 마음과 구별할 수 없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아스고어가 무너지듯이 의자에 쓰러졌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못하던 토리엘이 울며 약을 발랐다.

아스고어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페데스트로이카니 뭐니, 윗놈들 때문에 더 살기 힘들어.

그러더니 픽, 토리엘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었다.






/////////////

더 써왔다. 재밌음?

배경은 소련 말기 고르바쵸프 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