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분 보기

 

1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8494

2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9465

3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71956

4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75787

5화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96032



너무 오랫동안 연재 안 해서 다 까먹었거나 새로 읽는 사람들을 위해 쓰는 지난 줄거리:


인간은 몰살 2회차에 차라에게 자신이 차라와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고 플레이어로서의 에고만 가진 채 리셋을 반복하고, 그 결과 101번째 시작에서 샌즈가 리셋의 존재를 깨닫는다. 샌즈는 고도의 통찰력으로 LV를 쌓으면 인간을 대적할 수 있음을 깨닫고 모든 괴물들을 죽이며 LV를 올린 뒤 인간을 죽이기로 했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리셋만 계속 반복될 뿐이지만 샌즈는 언젠가 플레이어가 의지를 잃고 멈추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누적 LV가 2000이 넘는 미치광이 인간은 오히려 상황을 파악한 뒤 변경된 시스템을 파고들며 엔딩에 도달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 초석은 바로 토리엘을 고기방패로 이용해 샌즈의 도덕관과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샌즈가 멈추지는 않고 오히려 토리엘을 맨 처음에 죽이고 인간을 속공하는 전략으로 변경하자 사면초가에 빠져 진짜 아무것도 못 하나 싶었는데, 그 순간 인간은 플라위와 동맹을 맺고 꽃의 몸에 인간의 영혼을 가진 융합괴물이 되어 더욱 악랄한 트롤링을 개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화에선 유감스러운 상태의 파피루스를 샌즈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게 하여 극의의 트롤링을 완성하는가 싶더만 그렇군! 머리 속에 새로운 파피루스(착란)가!


지금 여기에 새로운 트롤링과 빈틈없는 추격전이 다시 막을 올린다.




인물 설정
플레이어: 플레이어
플라위: 정찰병
샌즈: 고성능 학습 인공지능 로봇 장난감
차라: 악마




if(reset_count == 183) {


그가 내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은 프리스크의 영혼이지만, 사실 저것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또 하나가 있다. 지금 프리스크의 몸뚱이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 그이다. 그는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나와는 다른 존재다. 지금 그는 나의 개입으로 인해 달라진 세계를 거의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리셋 카운트 100을 달성한 기념으로 나는 새로 만들어진 세계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샌즈는 이전 회차들에 대한 선명한 기억을 갖게 되면서 심경에 변화가 일어났고, 인간이 무의미하게 학살을 반복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엔 샌즈는 그런 것에 좀 민감한 것 같다. 다른 괴물들은 별로 신경도 안 쓰잖아.


그렇지, 가스터 박사?


("DON'T INSULT HIM.")


가스터 박사는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한다. 사실 주의깊게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별로 들을 필요 없는 소리들뿐이므로 크게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다만 가스터 박사가 본래의 목소리를 잃고 혀 끝에서 말이 부서져버리게 된 경위는 들어보면 조금 딱한 것이었다.


가스터 박사는 나에 비하면 상황이 훨씬 안 좋다. 나와는 달리 저 인간이나 괴물들에게 개입조차 할 수 없다. 예의 그 사고로 인해 가스터 박사는 '개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명품에 빨려들어가서 신체 곳곳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지금 저런 상태로 서서 돌아다니며 뭔가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인 것이다. 게다가 그런 딱한 상황이 되었다고 해도 괴물들 사이에서 가스터 박사는 평판이 좋지 않아 동정표는 못 얻는다. 코어를 만들어낸 대업적에도 불구하고 괴물들의 도시에서 가스터 박사의 동상은 커녕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사건으로 박사의 명예가 실추되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그 사건으로 사상자가 꽤 많이 났었을 것이다. 추종자 몇이 알피스 박사보다 대단하다고 떠들어대곤 있지만, 대부분의 괴물들은 가스터 박사에 대해서 입조차 뻥긋하지 않는다.


나는 뭐라고 계속 떠들어 대는 가스터 박사를 무시한 채 프리스크의 몸뚱이를 조종하는 그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지금 변해버린 샌즈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나 샌즈나 정말 극악무도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면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푸는 아주머니를 고기방패로 쓸 수 있는거야? 아무리 그가 리셋하면 모든 게 없던 것이 된다지만 한때 생의 버팀목이었던 이의 눈 앞에서 약속을 깨는 건 어떤 발상이야? 나는 그들과 영혼의 공명이 다르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내 개입 타이밍은 아니었다.


}




184번째 장면:


"그래서 그 놈은 대체 누구한테 말을 걸고 있었던 거야?"


난 지난번에는 플라위의 몸 속에 있었으므로 당연히 리셋할 때도 플라위와 함께 돌아왔다. 저번처럼 플라위 혼자 남아서 정찰하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므로 당연히 모르지만, 이 멍청한 꽃은 그런 것까지 내가 알아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짐작가는 데는 있다. 혼잣말을 하는 것 정도는 백십번째 정도부터 보인 기벽이므로 놀랄 것도 없지만, 이번엔 시선도 이상하고 허공에 몸짓을 하면서 자기 동생을 찾는 게 꼭 증상이 좀 심해진 것처럼 보였다. 상상 속의 자기 동생이 이제 진짜 현실에 보이기 시작한 게 아닐까?


"와우, 자기 손으로 동생을 죽이고 상상 속의 동생에 의지한단 말이지? 정말 미친 놈이야."


플라위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대충 짐작이 간다.


누구나 그런 극한상황에 내몰리면 도덕관이 붕괴할 것이다. 샌즈를 극한상황에 내몬 것은 바로 나이므로 이것은 내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세계가 구성된 방식의 한계로 인해 나는 그들에게 온전한 도덕감정을 가질 수 없으며, 그들이 날 비난하더라도 내가 죄책감을 갖지는 않는다. 고통의 의미를 알 정도로 고도로 발달된 학습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망가뜨린다고 해서 내가 로봇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모든 가능성의 탐구'에 얽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확인하는 데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모두를 죽여보고, 살려보고, 때로는 몇 명만 죽여 보기도 하고. 이제야 겨우 샌즈가 내 시간축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내게 샌즈는 여전히 '실험체'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샌즈의 아픔을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도 영원히.


"정말 넌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하는데. 뭐! 네 위대한 계획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이번엔 플라위를 다시 정찰에 써 보기로 했다. 플라위는 땅 속에서만큼은 발이 빠르니까, 지름길을 쓰는 샌즈도 어떻게든 따라잡을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나는 게 플라위라는 사실은 행운이다. 적어도 샌즈가 날 마크하고 쫓아다니는 상황을 대처하는 데에 토리엘에 비해서는 쓸만하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샌즈보다 먼저 만날 수 없다. 난 이번엔 다시 혼자 샌즈를 만나 보기로 했다. 몇 장면 전처럼.




집은 예상대로 먼지만 흩날렸다. 토리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곳곳에 뼈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집 안의 가구 몇 가지가 파괴되어 있었다. 샌즈가 더 이상 이 쪽으로 오지 않는 것은 아마 내가 플라위의 몸을 빌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번에도 샌즈가 지적했지만 플라위가 내 영혼과 괴물의 영혼 하나를 흡수하면 결계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것은 샌즈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결말이다. 나는 지하의 괴물을 몇이나 죽이든 상관없지만 샌즈에겐 상관없지 않을 것이고, 내가 지하를 이탈하는 순간 샌즈의 모든 살인은 확정사상이 되어버린다. 날 막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가 진실로 둔갑하는 것은 썩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토리엘을 우선적으로 죽여야만 내가 괴물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영혼을 가진 다른 후보, 아스고어 대왕을 죽이러 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 둘만 우선적으로 죽이면 그 방법은 확실히 봉쇄된다. 그 다음은 아직 잘 모른다. 저번엔 파피루스를 마지막까지 남겨 뒀던 것 같지만 지난 장면에서 내가 파피루스를 가지고 놀았으므로 우선순위가 꽤나 올랐는지도 모른다.


폐허의 문을 나서자 역시 샌즈가 내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무한패턴일 테니 싸울 마음은 없다. 다만 자신의 가치관을 버려가면서까지 나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조금 감동이다. 조금만. 조금 이상 감동할 필요는 없다.




"헤...역시나. 이번엔 꽃과 따로 행동해서 내가 방심하게 만들려고 했나 본데, 그렇게 얄팍한 수에는 안 속지."


얄팍한 수도 뭣도 아니었지만, 샌즈의 통찰력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내가 생각하지 않은 전략조차 전부 꿰뚫고 있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내 행동으로 인해 샌즈가 얼마나 똑똑해지느냐였다. 적당히 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게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동생은 어떻게 됐지.


"내 동생? 여기 있는데. '눈'이 있다면 너도 보일 거 아냐."


양 측면으로 재미없다. 물론 내게는 파피루스가 보이지 않으므로 저건 명백한 헛소리다. 보통은 여기서 샌즈가 진짜 환각을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당하다. 하지만 페이크일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굳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그냥 미친 체 해서 겁을 주기 위한 블러핑일 수도 있다.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는 꽤 불쾌한 모양새였다.


"안 믿는 눈친데. 진짜야, 인간. 내가 보여줄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네. 실은 보여줄 필요도 없겠지만."


머리 속에서 어떤 괴물의 이데아가 종알종알 떠들어대는지 사실은 나도 조금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고,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진짜 파피루스'다. 지금 네 집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뼈다귀 괴물.


"어, 그건 네가 죽였잖아."


물론 그건 거짓이다. 나는 파피루스를 죽이지 않았다. 형제가 하는 일을 가감없이 맨눈으로 보게 한 것 뿐이다. 친한 친구와 동경하던 스타를 눈 앞에서 잃고, 잠시 절망에 빠졌을 뿐이다. 그것을 죽였다고 말하는 것은 왜곡이다. 실제로 내가 죽일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죽인 것은 아니므로 구분되어야 한다.


"아니, 네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적어도 그들이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무 걱정도 없이 편하게 가길 바랐어. 그들은 내가 마주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넌 모든 걸 알면서도 단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기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지른 것 뿐이잖아? 그건 살인보다 더하지, 물론."

 

난 그의 말이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샌즈는 이쪽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거부하는 듯한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눈구멍 속 빛이 사라지면서 샌즈는 좀 더 터무니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여태까지 파피루스를 설득해 왔거든. 파피루스는 내가 괴물들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자꾸 날 말렸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는 파피루스가 오히려 나를 지지하기 시작했어. 예전엔 설득하면 알았다는 듯이 그냥 가 버렸는데, 오늘만 해도 우리 모두를 위해 널 죽이는 것을 찬성했단 말이야. 지금도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날 응원하고 있잖아. 어때, 멋진 동생이지?"


아아.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감동적으로 보일지 모르는 그 말의 진의는 명확했다. 내 예상 그대로였다. 샌즈는 파피루스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단어들을 가려 쓰고 있었으니까. 내게 겁을 주기 위해서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 불쌍한 샌시. 모든 진실을 깨달은 자의 말로란 그런 것이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으면 행복했을 텐데. 그러나 나는 그에게 일말의 동정도 주지 않았다. 아니, 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그에게 진심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의 관계를 '공격자'와 '수호자' 이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것은 온전히 세계가 구성된 방식의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


"뭐야, 너무 정색하지 마 인간.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이제 와서 우리 사이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체면을 차리겠어?"


'우리 사이'라는 말을 했을 때 왼쪽 눈구멍에서 빛이 보라색으로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언젠가 누군가가 말해준 보라색의 의미는 끈기였다. 그러나 그것도 끈기였을까. 차라리 증오가 아니었을까. 샌즈는 나를 증오하겠지만, 그에 대한 내 감정은 오로지 호기심뿐이었다. 샌즈 말대로, 나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기에 저지르는, 살인자 이하의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동정하거나 참회할 틈은 없었다. 끝없는 싸움에 결판이 나기 전까지 방심할 수 없으니까. 나는 처음에 들었던 나뭇가지를 고쳐 쥐었다. 샌즈 곁으로 익숙한 머리 모양 기계가 떠올랐다.

 

"물론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지. 그렇지 않아? 살인자끼리 미친 시간을 보내보자고.“




시작은 하단 중력, 하단에서 뼈다귀, 그리고 왼쪽에서 뼈다귀 물결 길, □×, , -. 익숙한 몸은 그 길을 따라간다. 그러나 빔이 내 몸을 꿰뚫는다. 마지막의 빔이 가로 방향이 아니라 세로 방향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지만 피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HP가 벌써 절반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LV 1이기 때문에 더 여유가 없었다.


"허? 내가 똑같은 공격을 이번에도 반복할 줄 알았어?"




로그 84:


'인간이 이번엔 312패턴까지 버텼잖아? 샌즈도 대단하지만 저걸 피하는 인간도 대단한걸?'


"지금 누구를 칭찬하고 있는 거야."


인간이 쓰러져 있었다. 312턴. 내 공격을 오래 받아본 사람은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에 패턴을 조금만이라도 바꾸는 게 좋다는 파피루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실제로 이전에 비해 걸린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1000턴을 넘었으니까.


'물론 우리 형이 더 대단하지! 형은 지금 대의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거잖아? 삶의 의미마저 포기하고 내 EXP까지 받아갔으면 그 몫은 확실히 해야지.'


"......"


파피루스, 위대한 등불. 내 마음의 조타수. 그러나 이제 파피루스는 날 말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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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아마도 과거편

아! 과거편은 소재부족의 좋은 친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