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상경한 숙구가 방학을 맞이해 애봇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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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에 마을에 돌아온 숙구를 맞이해주지 못해 안달이었고, 현재 볕드는 마루에서 뭉텅이로 썰려 빨간 즙을 뚝뚝 흘리는 수박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을에서 알부자라고 소문난 거슨영감이 숙구에게 먹으라고 준 수박을 새준네에 가져온 숙구는 익숙한 주방에서 쟁반과 식칼을 찾아 마루로 쪼르르 가져갔다. 새준이 식칼을 건내 받아 수박의 위에 칼집을 내고 손에 힘을 줘 양쪽으로 갈랐다. 쩌억, 소리를 내며 벌어진 수박이 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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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슨영감이 실한놈으로다가 줬구만.”

아재, 빨리 자르소.”

, 기다리봐라. 나가 이쁘게 잘라줄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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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같은 크기로 수박을 자른 새준이 가장 맛있는 중앙부분을 숙구에게 건내 주고, 자신은 하얀 부분이 많은 쪽을 집어 들었다. 숙구는 다른 맛있는 부분을 새준쪽으로 살짝 밀어주고 입에 수박을 우겨넣었다. 다홍빛의 과즙이 입가로 주르륵 흘러내려 새하얀 원피스의 앞섬을 조금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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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아가 와이리 칠칠맞노. 이기로 문때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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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준이 어깨에 걸치고 있던 땀 닦는 수건을 건내 주자 숙구는 수건을 건내 받아 앞섬을 조금 닦아내었다. 하지만 수박물은 여전히 빠지지 않아서, 그냥 수건을 다시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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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투투, 소리를 내며 부풀린 볼에 머금고있던 수박씨가 땅으로 발사되었다. 수박 두 조각을 해치우고 입가를 수건으로 닦은 새준이 숙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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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구야, 니 언제가노?”

, ! 아재요. 내 이제 개명해서 숙구 아니라 안카요?”

머라카노. 니 숙구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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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거리며 웃은 새준이 다시 자신 쪽에 밀린 수박중 가장 붉은 것을 숙구에게 건냈다. 자연스럽게 받아먹으려던 숙구가 잠시 멈칫 하더니 다시 새준에게 수박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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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요기 맛낫것덜 많고만 쫌 드이소.”

, 됬다. 수박 거 을매나 한다고, 니꺼 뺏아무믄 내 도리혜 아지매한테 혼난다.”

기래도. 내 성의가 있지...”

하이고, 우리 숙구가 성의라는말도 아나?”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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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라, 진정. 손으로 숙구의 머리를 토닥인 새준이 어느새 텅 빈 쟁반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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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씨든동 좀 치아놓고 있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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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으로 총총 사라진 새준의 뒷모습을 보며 숙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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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와 이걸 입었는지 알기는 하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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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숙구가 입고있는 새하얀 원피스는 숙구의 옷장에서 제일 예쁘고 단정한 옷이었다. 몇 년 동안의 짝사랑이었지만 아직도 식지 않은 미미한 열기와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의 모습에 충동적으로 입은 옷이였다. 마을 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이 숙구가 새준을 좋아하는걸 알고 있었고, 사실 오늘 받은 수박도 거슨이 숙구에게 새준과 먹으라며 건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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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봐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없는 모습에 숙구는 사실 조금 포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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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구야, 니 점심 뭇나?”

엄마가 아재한테 얻어묵고 오랜다.”

, 그르나? 그라믄 쫌만 기다리봐라, 내 좋은거 줄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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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저렇게 조금의 여지를 주는 말에도 숙구는 두근거렸다. 저 아재는 분명히 젊었을 적에 선수였을꺼여, 선수. 숙구가 속으로 허를차며 털레털레 오는 새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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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의 막국수여! 내 혼자먹기 많았는디 잘 됬구만.”

이 미친아재야! 차라리 날 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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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썰을 기대했나?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