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황무지 이야기'

원작에서 해결 안한 떡밥들 나름대로 수거해보는 이야기 (동인해석 있음 주의)

불살엔딩 이후 3년~3년 반 정도 된 시점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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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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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펫이 샌즈에게 맡겨준 일은 단순했다.

그것은 샌즈도 미리 들어서 아는 부분이었다. 

지상으로 뿔뿔히 흩어진 괴물들은 더 나은 조건을 위해 인간들의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샌즈는 파피루스와 함께 괴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에봇시에 남아

자신에게 고향과도 같은 에봇산을 좀 더 지켜보고 싶어했다.

인간 일자리가 아닌 머펫의 제과점에 이력서를 들이민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머펫은 자신의 거미들을 위해서라면 모험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처음 지상으로의 길이 열렸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은신처에만 있지 않고 제일 먼저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녀는 에봇시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지상의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면밀하게 체크했다. 


에봇시의 인간들은 처음엔 머펫의 생김새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곧 머펫이 인간보다 팔이 좀 더 많은 평범한 소녀라는 것을 알고 금새 마음을 열었다. 머펫은 괴물을 차별하지 않는 인간들과 

그들의 아이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인간들을 잡아먹는 대신에, 그들에게 소박한 행복을 주고 싶었다. 

그녀는 괴물들과 인간들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먹는 즐거움'에 기반한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당신은 거미가 들어간 도넛은 맛있다고 말했다.


샌즈는 지난 주 병원에 갔을 때 프리스크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이 이것을 뜻하는 것이었나. 샌즈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보면 머펫은 지상으로 나온 괴물들 중 가장 빨리 성공한 케이스에 속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인간들이 만족스러워하며 대가를 지불할 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샌즈가 평소에 입던 후드티를 벗고 거미 마크가 들어간 제과점 유니폼을 입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후후후! 잘 어울리네, 미스터 뼈다귀!"


머펫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샌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어본 아동용 유니폼을 만지작 거렸다.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은 낯설었다. 

잘 어울리니까 어깨를 좀 더 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계가 열시 삼십분을 가리켰다. 

가게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밀가루를 나르고, 거미들이 쓸 수 있게 설탕을 작은 그릇에 옮겨담았다.

초콜릿과 꿀 등 재료를 트럭에서 꺼내서 조달하는 것도 샌즈의 몫이었다.


조리용 장갑을 낀 손바닥만한 타란튤라가 바쁘게 움직이다가 조리대에서 떨어질라 치면 조심스럽게 받아서 올려주었다. 

거미들은 작은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자신의 신체만한 빵들을 아낌없이 구워서 바깥으로 내놓고 있었다. 

샌즈는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는 머펫을 대신해서 카운터도 지켜야했다. 손님을 응대하고 계산을 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사람들은 샌즈의 농담은 썰렁하다 손사래를 쳤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샌즈가 손님이 웃고 있다고 말하면 동정의 웃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파피루스와 닮은 것 같네.'


샌즈는 해골 웃음을 지으며 맞은 편의 남자아이에게 줄 빵을 포장했다.

그 남자아이는 샌즈가 할로윈 의상을 입고 있는 줄 알아서, 

덥지 않냐고 물어'본' 참이었다. 거기에 샌즈가 자기는 '본'래 해골이라고 대답하자, 

남자아이는 꺄르륵 웃으며 샌즈에게서 빵봉지를 낚아채고 뛰어갔다.


머펫의 빵집은 처음 개시한 날부터 대성황을 이루었다. 

새벽부터 미리 준비한 빵들은 물론이요 오전에 새로 구운 빵들도 진열대에 내놓자마자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자 머펫은 뒷정리를 마쳤다. 그녀는 거미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주방에서 나왔다.


"인간들이랑 말 섞는게 즐겁지? 아후후."


머펫은 마지막 손님에게 인사한 샌즈에게 말을 걸었다.

샌즈는 움찔했다. 머펫은 샌즈가 대답을 망설이는 것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머펫은 샌즈에게 오후 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즈는 탈의실로 가서 옷을 다시 원래대로 갈아입었다. 방금 자신은 프리스크에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사람들에게서 느꼈다. 

하지만 이 일이 즐겁냐고 물어본다면..샌즈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온 샌즈에게 주어진 것은 작은 손전등과 자그만 바구니였다.

이걸 가지고 뭘 하면 되냐는 샌즈의 질문에 머펫은 입을 가리면서 방긋 웃었다.


*


지상으로 이사오기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샌즈는 파피루스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몰래 집을 나왔다. 그리고 '영업 끝'이라고 쓰여진 그릴비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자 가게를 정리하던 그릴비가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가도 되는지 질문하는 샌즈에게 그릴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도..오늘이 마지막이네."


샌즈는 텅텅 빈 술집을 보며 그릴비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릴비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술병의 마개를 땄다.


그릴비의 폐업은 지상의 결계가 열리고 나서 제일 마지막으로 내려진 조치였다.

토리엘과의 교류이후 인간들은 괴물들과 협상을 했다.

정부는 괴물로 인한 전쟁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는 몇가지 협약과 함께 

괴물들이 지상에 올라와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테니 에봇산의 개발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스고어는 허가서에 도장을 찍었고 인간들은 작업에 착수했다.

그들은 괴물들의 협력 아래 코어를 지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몇 개월 동안 이어진 그 작업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래서 지하는 특유의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만 코어에 공급받았다. 

코어가 지상으로 노출 될 수록 지하는 날로 어두워졌다. 

그래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괴물들도(테미들이라던가) 지상행을 결정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했지만 그릴비만큼은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었다.

핫랜드에 살고 있는 여동생 푸쿠만 아니었다면, 그릴비는 지금도 목석처럼 이 가게를 지키고 있을지도 몰랐다. 


"같이 마시자."


습관처럼 맞은편에 선 그릴비에게 샌즈는 옆자리에 앉기를 청했다.

그릴비는 밖으로 나가려고 입었던 트랜치 코트를 벗어 바의 탁자에 걸어놓았다.

톡 쏘는 사과주를 잔에 채운 샌즈는 술을 들이키며 그릴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지상에 올라가서도 스노우딘을 잊지 못할 거다, 가능하다면 계속 들르고 싶다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샌즈는 지상의 태양이 지하의 눈보다 더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곳은 제 고향입니다."


그릴비는 샌즈에게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도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핫랜드에서 나고 자랐다. 

지하가 그릴비의 뿌리이자 고향이었다. 

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가게를 정리하는 것은 그릴비에게도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었다


샌즈는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잔의 입구를 쓸었다. 그리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지상으로 가면 뭘 할거야?"


"..."


그릴비는 주머니에서 아주 낡은 지도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아시아 대륙'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땅의 지도였다. 

그릴비는 그 중에 하나를 가리켰다. 샌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


머펫의 제과점에는 인간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결계가 아닌 산 정상의 구멍에서 뻗어나온 통로라고 했다. 

머펫은 거기서부터 워터폴까지 가는 게 고역이라고 했지만 샌즈에겐 들어갈수만 있으면 아무 상관도 없었다. 


오랜만에 내려온 지하는 샌즈가 이사갔을 때보다 더 어두워져 있었다. 머펫이 준 손전등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샌즈라도 길을 보고 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샌즈는 '지름길'을 써서 공간을 몇개 뛰어넘어 워터폴에 도착했다. 

자주 오는 곳은 아니었지만 길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인간들이 손대지 않았다면, 이쯤에서 왼쪽으로 가면 머펫이 기르는 허브밭이 나올 것이었다. 

그 허브들은 지하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허브였다. 

성분이 지상의 것보다 정확히 10배 더 강해서, 적은 양만 가지고도 특유의 향과 맛을 낼 수 있었다.

지하의 식물들은 인간들이 지하를 무심코 개발하지 않게 해주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허브밭에서 머펫이 써놓은 허브만 고르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었지만 샌즈는 오랜만에 끈기를 가지고 해냈다. 

허브를 다 딴 후에 샌즈는 평소에 끼고 다니던 낡은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멈춰섰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샌즈는 스노우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