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터 5까지 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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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엘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녀는 급하게 문을 열어젖히며 뛰쳐들어왔다.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 인간. 일어나있어서 다행이에요.
사정을 설명할 시간은 없으니까 본론만 말할게요.
절대로,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여기 그대로 있어요.
문도 열지 말고, 이불도 머리 위까지 덮고, 불도 켜지 말고..
괜찮아지면 다시 와서 알려줄테니까!"
그녀는 하던 말을 마저 맺기도 전에 오던 길을 되돌아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달음질 소리는 희한하게도 지하로 향했다.
이 집에 지하실 같은게 있었나?
처음 보여주는 다급한 모습에 나까지 긴장이 되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자조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애초에 욕창 안생기게 꿈틀거리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운동이다.
기다리라는데 내가 별 수가 있나.
그래도 뭐.. 걱정은 된다.
아니 안 될리가 없잖아.
집이 흔들릴 정도면 뭐가 터졌거나 무너진 거 같은데 그런델 혼자 보내자니까 좀..
아니아니, 괜찮을거다.
이 집 지하로 내려간거면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토리엘 집 안에서 벌어진 사고다.
당연히 그녀가 아는 범위 내에서 뭔가 벌어졌겠지.
필경 뭐, 보일러라도 터졌겠지.
근데 보일러? 괴물하고 보일러..?
단어가 서로 들어맞지가 않는 느낌인데.
슬슬 더워서 이불을 들추고 있는데 문 틈으로 발걸음 소리가 새어들었다.
이제 곧 끝나겠구나, 하고 안심하던 차에, 문득 섬짓했다.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야..?
천천히 이불을 다시 뒤집어썼다.
알아듣기 힘들게 뭉개진 대화가 문틈으로 새어든다.
"아주머니, 인테리어 좋은데요."
"평소엔 지금보다 더 깨끗해요.
내 정신좀 봐. 샌즈. 혹시 파이 좋아해요?"
"아뇨, 나중에.
폐허의 대문을 부숴버린 마당에 한가하게 그럴 수는 없죠.
건강한 걸 알았으니 됐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 봐요."
다행히도 토리엘의 지인이었던 모양이다.
샌즈라는게 이름인가?
자음 하나만 바꾸면 바삭바삭할 것 같은 이름인데.
인기척? 괴기척? 뭐가 되었든 굉음과 함께 찾아왔던 방문객이 돌아가고도 5분 쯤 있다가, 토리엘이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됐어요.
나와도 돼요."
"허우.."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며 긴장을 풀었다.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다.
"토리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그녀는 내 물음에 생뚱맞게도 눈을 한쪽으로 흘기며 머리카락..아니 귀를 배배 꼬았다.
마치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은 묘령의 여인마냥..
아, 뭐여? 뭔데?
그렇게 튕기면 궁금해지잖수, 이 아줌마야!
"샌즈라고, 펜팔 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오늘 날 찾아왔어요.
연락이 며칠 씩 끊기니까 걱정이 된다고.."
서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지척에 살면 그걸 펜팔 친구라고 할 수 있던가..?
"아니 뭐, 찾아오는거야 찾아오는건데.. 자가용으로 운석이라도 타고 다닌답니까?
뭐가 펑 터지는 소리가 났잖아요."
"아, 그건.."
찰칵.
갑자기 문손잡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의미를 깨달은 나와 토리엘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문쪽을 쳐다보았다.
"이야.. 이거 걸작이네."
천천히 그것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끼이익-하고 녹슨 경첩이 내는 금속음이 마치 거칠게 켠 바이올린처럼 방안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우리 둘이 석상처럼 굳어버린 방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오직 그 하나 뿐이었다.
슬리퍼, 펑퍼짐한 바지, 후드달린 자켓을 입은 사람 형상의 뼈무더기.
아니, 그게 아니라 인골이 저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광대가 얼굴에 바라는 분장 마냥 과장된 미소가 없었다면 좀 더 빨리 그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해골은 텅비었을 눈구멍을 뼈다귀답지 않게 여닫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였어요, 아주머니?
헤헤.
다죽어가는 인간 하나와 그를 돌보는 폐허의 여자라니..
정말 걸작이야."
그가 말을 흐리면서 갑자기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바깥으로 굴렀다.
KPWAAAAAAAAAAAA-
아까 들었던 소리가 이거였나.
절대로 폭발음 같은게 아니었다.
새끼잃은 짐승이 날뛰며 내짖는듯한 귀기어린 노호성에 더 가까웠다.
몸을 추스리며 되돌아보자, 방금 전까지 침대와 벽이 있던 자리는 돌무더기와 재만이 남아있었다.
뭐지? 저 해골바가지가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샌즈! 이게 무슨 짓이에요! 샌즈!"
"해야 할 일을 하는거죠.
누군가는 피를 묻혀야지."
앙상한 뼈다귀 손이 지휘하듯 우아하게 움직인다.
"컥, 커억.. 에에에엑--"
그 움직임에 맞춰서 몸이 부자연스럽게 구겨진다.
세상이 노랗게 물든다.
목이..내 목..
"그만해요! 당신한테 이런 부탁 한 적 없어요!! 샌즈!!"
"아주머니.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마세요.
장벽. 일곱번째 인간. 이게 뭘 뜻하는지 알잖아요."
"샌즈.. 제발.."
"그-커컥..헤에엑"
"끈질기구만. 빨리 좀 뒈져라."
ㄲ까아ㅏㅏㅏㅏㅏ아!!! 내 빌어쳐먹을 다리.. 내 다리!!
또 그 쪽이야!! 아아아아ㅏㅇ가!!!!!!!!
"차라..아스리엘..난.."
토리엘이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하...하...더 이상은 안 돼.. 더 이상..
내 눈 앞에서 더 이상 누가 죽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토리엘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샌즈를 밀쳤다.
누군가를 방해하기엔 한없이 무력한 손짓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가슴팍에 닿은 두 손에서 별안간 불길이 치솟아 샌즈를 덮쳤다.
아.
비명을 지른다면 차라리 안도감이나 통쾌함이라도 느꼈을 것을.
샌즈는 그저 목석처럼 서있었다.
뭐 이런게 다 있어.
"..하하.
이거 정말 핫한 드라마야.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로..
안 그래 친구?"
불길에 휩싸인 샌즈는 잠시 허공을, 토리엘을,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방 안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정도로 강렬한 불길이었지만, 괴이하게도 그 불은 그 무엇도 태우지 않고 그저 빛나고만 있었다.
그 불길에 휩싸인채, 맞출 시선 같은건 어디에도 없는 텅 빈 눈구멍이었음에도 그는 분명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형인의 집행선고처럼 광기마저 느껴지는 미소를 칼날 대신 내 얼굴 앞에 드리운 채로 그 놈은 서있었다.
또다시 아작이 나버린 내 한쪽 다리나 벌겋게 부어 소리가 나지 않는 내 목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뚜렷한 적의가 그 해골에는 담겨있었다.
정적.
"흠. 난 그냥 그릴비네에나 가련다."
샌즈가 손짓하자 몸을 죄던 뼈무더기가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놈이 뒤돌아서 방을 나가자, 내 의식도 그 녀석이 남긴 뼈다귀가 무너지듯이 흩어져버렸다..
아무이유없이 끔살당할뻔한 인간의 모습이다. 토리엘이 부탁하지 않았으면 이랬겠지? 고로 몰살이다
튜토리얼도 안끝났는데 난이도의 상태가...?
필력의 상태가.....
개추
난 그냥 그릴비네에나 가련다...
바삭바삭한 이름이 뭐지
ㅓ..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