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가 사라졌다.

잠시 다녀올게요. 걱정 마세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눌러 쓴 글씨. 공책 한 페이지를 뜯어 쓴 그 메모는 아주머니의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꼬맹이가 아침도 먹지 않고, 심지어 핸드폰까지 두고 갔다며 걱정했다. 어디 갈 때면 그녀가 늘 챙겨주던 버터스카치 파이조차  놔두고, 꼬맹이는 그렇게 훌쩍, 어디론가 가버렸다.
파피루스는 자기가 이번에 개발한 특제 소스 스파게티를 맛보여줄 기회가 날아갔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그걸 꼬맹이가 못 먹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딱 그것만.
\"아, 형!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조금 전까지 특제 소스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응.\"
미안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파피루스의 표정이 변했다.
\"형 무슨 일 있어?\"
내겐 아무 일도 없다. 단지 오늘 한 가지가 다를 뿐이다.
\"아니.\"
한껏 평소대로 웃어보였지만 파피루스의 얼굴은 여전했다.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만 더해졌다.
\"뭔가 수상한데?\"
\"뭐가?\"
\"형 아까도 그렇고, 지금까지 농담을 \'단 한 마디도\' 안 했어!\"
내가 그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까 아주머니의 농담에도 웃기만 했던 거 같다.
\"뭐, 무슨 고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이 위대한 파피루스 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줄 테니까!\"
언제 들어도 피식 웃게 만드는 위대한 파피루스 님의 자신감이다.
\"파피루스, 고개 좀 숙여봐.\"
\"응?\"
고개 숙인 파피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다.\"
하지만 파피루스에게 말할 일은 아니다.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릴비는? 안 갈 거야?\"
\"이따가.\"
오늘은 갈 기분이 아니다. 그릴비에 가서 할 만한 농담도 생각나지 않아.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야.
단지 네가 없을 뿐인데. 프리스크.


파피루스는 그릴비가 아닌 다른 곳으로 걸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와는 달리 수심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형인 샌즈의 행동이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이다. 토리엘의 개그에 응수하며,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도 싫어하는 말장난을 했어야 할 형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파피루스는 혹시나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는지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시작해서 기억을 쭉 되새겨 보았다. 어느 한 지점에서 짚이는 부분이 있었다. 프리스크가 핸드폰도 안 가져갔다며 토리엘이 걱정할 때, 파피루스는 평소 낙천적인 그다운 대답을 했다. 샌즈가 조용해진 건 그때부터였다.
파피루스는 갑작스런 형의 변화에 대해 친구들과 같이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여기였지.\'
이제는 쓸 일이 없는 초소다.
\'그리고 여기서.......\'
알맞게 생긴 전등에 꼬맹이를 숨겼고.
\'여기서 악수를 했지.\'
파피루스가 세운 대문 앞에 섰다. 잔뜩 긴장해서 손을 작게 떨다가, 방귀쿠션 악수에 눈썹이 꿈틀했던 꼬맹이가 눈에 선하다. 아주머니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그런 만남도 없었겠지.
\'그랬던 애가 지금은.\'
나와 만났던 이 길을 지나, 결계까지 가서는 그 작은 손으로 모두를 구해냈다. 그 작은 몸으로 견딘 기나긴 여정. 그 덕분에 지금은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지상의 공기, 푸른 하늘, 불 타는 듯 아름다운 석양, 소원을 빌 달과 별. 지상을 넘나들 수 있게 되면서, 괴물들은 새로운 내일이라는 것을 꿈꿀 수 있었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서는, 아무 상관도 없던 우리를 위해 버티고 견뎌내며 희망을 이루어준 너는 대체.
\'프리스크.\'
왜 갑자기, 어디로 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