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ㅁ뮈... 더 자고시풍데... 잘 수가 엄써...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와 벤치에 홀로 앉아있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나밖에 없는데? 마치 염소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나 혼자 뿐이었다. 설마... 에이, 설마. 그냥 너무 졸려서 환청을 들은 거겠지. 삽시간에 무서운 상상으로 가득찬 머리를 비우려 세차게 내젓다가 목을 삐끗했다. 띵한 뻐근함이 뒷골을 가득 매우고 눈까지 범람해 눈물을 밖으로 밀어냈다. 고통이 두려움보다 강한 것인가. 원한 대로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저절로 나오는 신음을 내뱉으며 머리를 뒤로 꺾고 뒷목을 붙잡았다. 잠시, 그러나 한참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버티고 있으니 통증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흐릿한 눈에 비로소 울창하게 우거진 가로수 이파리 사이로 점점이 보이는 푸르고 흰 하늘이 담겼다. 역시 자연은 아름답구나. 통증이 사라진 후로도 한참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고통과 자연에 대한 경탄, 둘의 콜라보로 어느새 아까 들었던 환청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약간 아픔도 있긴 했지만 역시 오늘도 좋은 날이야. 평온하게 크게 심호흡했다.


 흡------ 하-------  흡------- 하------- 흡-'하아...'

 

귀로 새어 들어온 내 것이 아닌 한숨 소리가 그대로 머릿속을 파고들어 가 꼬리뼈 끝까지 오싹함을 내리그었다. 폐에 공기를 한껏 머금은 상태로 온몸이 정지했다. 내 입은 아직 공기를 내뱉지도 못했는데, 대체 뭐지? 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귀신인가? 아니면 내가 미친 건가?


들이마신 숨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다시, 혹시나 못 본 구석에 누군가가 있을까 자세히 둘러보았다. 역시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만화에서 놀랐을 때 머리를 쭈뼛 서는 게 만화적 과장이 아니라 진짜였다니. 놀라운 상황에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군. 정말.


쪽팔리게도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인데, 그놈의 투명한 한숨 소리는 질리지도 않고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한 번 더, 또 한 번 더. 여러 번 들으면서 그 약간의 신음이 섞인 떨리는 한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흘러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환청이나 귀신 소리가 이렇게 구체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들려오는 소리인가? 이상하게도 여러번 듣고 있으니 공포심이 내려가고 대신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혹시,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뭔가가 있는데 눈이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번엔 눈 대신 손을 썼다. 소리가 나는 곳이라고 예상되는 부분에 손을 뻗어 이리저리 휘저어보았다. 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역시 허공인가....... 라고 생각하며 손을 빼려는 순간 약지의 두 번째 마디에 뭔가 축축하고 몰캉하면서도 단단한 무언가가 스쳤다.


아ㅓ야! 아파!! 무ㅓ야 너눈! 웨 가마니 잇는 테미 눈을 찔러!


세상에, 의자 얼룩이라고 생각한 검은 얼룩이 허공에 떠 있는 거였다니? 게다가 말도 하다니? 놀라움에 한참을 입만 벌리고 있다가 다시 한 번 손이 스친 얼룩과 그 주변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아치 모양의 가느다란 실이 두 개 떠 있었다. 그 밑에 눈으로 추정되는 동그랗고 까만 탱탱볼 점이 역시 두 개. 그리고, 뭔가 동물의 입을 평면적으로 표현해놓은 것 같은,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서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하나. 아이가 그린 그림의 눈코입만 오려낸 것 같이 생긴 점과 선들이 삼차원 세계에 당당하게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냥 존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살아 움직였다. 부정확하지만 말도 했다. 이거 아까 말했던가? 어쨌든 그만큼 놀랍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졸리다... 잠이 온다...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