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은은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사방에서 공명하는 동굴 워터폴에서 누군가 땅에 고인 물웅덩이를 밟으며 걸어가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때마침 천정에 고여 있던 물방울들이 떨어지며 흡사 지상에서 내리는 비와 같이 추적추적 쏟아지며 워터폴 지역 전체를 적혀주고 있었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비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옷이 젖어감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해골의 모습을 한 발소리 주인, 샌즈는 기분 나쁜 안광을 내고 있었다. 그의 옷은 먼지가 잔뜩 묻어 빛이 바래고 있었고, 예전보다도 더욱 초췌한 모습은 그간 더욱 힘들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렇게 지쳐가던 그는 잠시 멈춰 자신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평상시라면 사방에서 공명하던 메아리꽃의 소리가 그저 정적만을 유지하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파란 빛을 내뿜을 뿐이었다. 그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고여 있던 물방울의 굵기가 좀 더 굵어지며 빗줄기를 더 강하게 만들자 샌즈는 허공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환영을 보며 잠시 멈추었다. 



“샌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설마 네가 죽인 파피루스를 떠올리는 건 아니겠지? 이 더러운 동생 살인마. 그렇게 많이 파피루스를 죽이고선 다시 그를 생각하는 거야? 너도 이젠 알텐데, 파피루스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말이야!”



 샌즈는 환영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져갔지만, 점점 의식이 다른 곳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의식이 향한 곳을 떠올리며 다시 눈을 떴다. 환한 햇살, 평화롭고 활기가 넘치는 눈 속의 마을 스노우딘. 모두들 기쁜 얼굴로 샌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보냈다. 그 또한 기쁜 얼굴로 인사에 답하며 그가 되돌아가고 싶었던 장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미안하다 사죄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바로 그 곳, 자신과 파피루스의 집으로 향하였다. 역하지만 익숙하고 그리웠던 냄새가 집에서 풍겨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파피루스가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만들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샌즈는 자신이 그렇게나 그리워했던 일상, 사죄하고 싶었던 사람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파피루스에게 다가갔다. 파피루스는 다가오는 샌즈를 보고 환히 웃으며 스파게티를 만들다말고 기쁘게 맞이해주었다. 계속해서 그는 두 팔을 펼쳐 샌즈를 껴안으려 했다.



“어서와, 샌즈! 많이 배고팠지? 들어와서 좀 쉬었다 같이 식사하자!”



샌즈 또한 두 팔을 펼쳐 파피루스를 꼭 껴안으려고 하는 순간,



“하지만 형은 날 죽였잖아. 이젠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걸.”



샌즈는 곧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자신이 허공에 포옹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현실로 돌아오자, 옷에 묻은 수많은 먼지를 보며 죄악의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쾌한 괴물들, 착하고 순한 괴물들, 그 누구보다도 용감했던 괴물, 다른 이에게 친절을 베풀던 괴물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순수했고 자랑스러웠던 자신의 동생. 그 수많은 괴물들을 단지 인간을 막기 위해, 인간이 먼저 죽이기 전에 죽여 인간이 성장할 수 없도록 이라는 명목아래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없앴음을 기억했다. 그리곤 먼지와 함께 절망과 후회, 분노와 슬픔으로 점철된 죄악감이 서서히 샌즈의 몸과 마음을 죄여왔다. 이젠 되돌아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자신이기에 죄악감이 더욱 더 짙어져만 갔다.



“이제 정신 차린 거야? 그래, 과거의 행복했던 환상에 젖어 있다가 현재로 돌아오니 어때, 이 살인마야? 다들 웃으며 널 반겨줬어? 아니면 내가 활짝 웃으며 널 맞이해주던?”



 환영이 샌즈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이라곤 학살의 증거인 먼지 묻은 옷과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죄책감과 죄악감, 그리고 광기의 증표인 저 환영 파피루스만이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고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흠뻑 젖은 옷은 먼지를 제거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먼지를 들러붙게 해주었고,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아니야, 팝. 이제 남은건 너뿐인걸? 미안해, 이제 스노우딘으로 돌아갈까? EXP를 더 모으러 말이야.”


“그래, 형. 그렇게 나와야지! 이제 나약함에서 벗어나 더욱 더 강해져 인간을 죽여야만 해! EXP를 모아 더 LOVE를 올리는 거야! 녜헤헤!!!”



샌즈는 파피루스를 보고 멋쩍게 웃으며 스노우딘으로 향해 걸어나갔다. 죄악감과 죄책감으로 점철된 샌즈의 발소리는 공허한 워터폴 속에서 더욱 더 강하게 공명하여 물소리마저 집어삼키고 그들의 흔적을 남기며 슬픔과 쓸쓸함을 노래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