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가 우는 글
답답한 마음에 프리스크는 벽에 등을 지고 쭈구려 앉았다. 어느새 창밖에 빗줄기는 강해지고 차가운 냉기가 바닥을 통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온다.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다. 마치 커다란 못이 박혔다가 빠진 것처럼 심장이 욱씬거려온다. 히끅거리는 소리와 함께 울음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프리스크는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팔로 얼굴을 막고 최대한 숨 죽이며 울었다. 마음만 같아선 이 세상에서 막 태어난 갓난 아기처럼 커다란 소리로 울고싶었지만 본능이 그녀를 막았다.
\'왜 날 안 믿어주는 거야. 프리스크는 남자라고! 남자야!\'
\'지금 장난해? 우리 딸도 곧 사춘기가 다가올거야! 엄마라는 작가가 챙겨주지 못할 망정 왜 억지를 부려!\'
짜증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울린다. 프리스크는 차마 견디지 못하고 입안을 깨물었다.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하는 독을 막을수가 없다. 슬픔이 혈관을 타고 내려가고, 새액새액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슴의 상처가 커져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들의 몸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둘의 싸움은 언제나 프리스크를 힘들게 만들었다. 내가 여자든 남자든 무슨 상관인가요.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날 사랑해줄수는 없는건거요. 안타깝게도 프리스크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개념을 아직 몰랐다.
\'당신 정말 날 사랑하는거 맞아? 프리스크는 남자아이라고.\'
하늘에서 내려온 루시퍼처럼 악독하고 강렬하게 행동하던 어머니는 어느새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서 또르륵 굴러떨어지는 눈물은 마치 바다 속에 숨져진 진주 같았다. 목덜미로 사이로 살짝 가라앉은 갈색 머리카락은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변함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구석에 숨어있던 하나뿐인 자식을 발견한 어머니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형형하게 빛났다.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증명해주겠어. 나의 자식이 아들이라는걸.\'
어머니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프리스크는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 못하고 딸꾹질을 했다. 티비에서 나오는 귀신처럼 무서운 얼굴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모습에 프리스크는 두려움을 느꼈다. 어느새 가까이 온 그녀는 프리스크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자 프리스크는 히끅 히끅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내가 증명할거야.\'
배에 얼음처럼 싸늘한 온기가 느껴진다. 겨울밤의 한기가 서서히 들어올려지는 옷 안으로 침범한다. 스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윗도리가 천천히 들여올려진다. 자신의 살이 민낯으로 공개되는 순간에 프리스크는 주체못할 공포를 느꼈다. 속이 울렁거린다. 프리스크는 필사적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도와, 도와주세요. 필사적으로 외치지만 목소리는 안 나오고 입만 뻐끔거린다.
아버지는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랜 싸움의 지친 흔적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울음이 점점 커져간다. 공포가 온몸을 침수시킨다.
\'이거봐! 가슴이 없잖아! 이걸로 아들이라는거 증명 된거지?\'
\'아직 8살 꼬맹이한테 뭘 기대하는거야. 프리스크는 엄연히 딸이라고.\'
\'하? 그러셔?\'
깊은 물 속에 잠겨 발버둥치는 익사체처럼 프리스크는 필사적으로 가슴을 부풀리며 숨을 쉬었다. 질식할거 같다. 끅끅거리는 울음이 자꾸 그들의 숨통을 막았다. 갑작스레 바지가 쑥 내려가는 기분에 프리스크는 기겁하며 바지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위에서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프리스크, 우리 착한 아들. 손 좀 치워줄래? 하지만 프리스크는 눈물 젖은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며 필사적으로 바지를 부여잡았다.
\'왜 너까지 내 말을 안 듣는거니. 이게 다 널 위해서야.\'
순간 어깨가 밀쳐지면서 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마 비명 지를 순간도 없이 다시 바지가 끌려내려간다. 악 악 프리스크는 간혈적인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비틀며 바지를 사수했다. 싫어 싫어 싫어. 어머니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제발 용서해주세요 싫어요.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빌어도 거친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이성을 잃고 발로 그녀의 가슴을 걷어차도 그녀의 새하얀 손은 아무런 죄도 없다는 마냥 프리스크의 두 다리를 하늘 높이 치켜올렸다. 어느새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내려져 그들의 소중한 부위가 차가운 공기를 마주했다.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기엔 아직 너무 어린 나이. 강제적인 탈의는 프리스크한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다.
다리를 천장에 매달고 육질 감정을 기다리는 돼지 시체처럼 프리스크는 절망 속에 빠져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추운 날씨가 뼛속까지 침범하여 심장을 얼리고 있다. 자신을 지켜주던 보드랍고 따뜻한 옷은 저 멀리 던져진지 오래다. 그동안 소중히 모아왔던 가족간의 믿음, 사랑, 애정이 뚝뚝 바닥으로 떨어져 어두운 구멍만을 남긴다.
이제 옷깃 하나 걸치지 않은 아이의 새하얀 나신을 보며 어머니의 눈빛이 반짝였다. 여자아이인가 아니면 남자아이인가. 그 표정은 감히 날카로운 감정사의 것이었다.
*
프리스크가 웃는 글
답답한 마음에 프리스크는 벽에 등을 지고 쭈구려 앉았다. 어느새 창밖에 빗줄기는 강해지고 차가운 냉기가 바닥을 통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눅눅한 공기가 집안을 가득 채워 불쾌감 지수만 높였다. 하지만 습기를 가장 싫어하는 어머니는 따뜻한 보일러를 틀어주는 대신 싸우느라 바빠보였다.
\' 날 안 믿어주는 거야. 프리스크는 남자라고! 남자야!\'
\'지금 장난해? 우리 딸도 곧 사춘기가 다가올거야! 엄마라는 작가가 챙겨주지 못할 망정 왜 억지를 부려!\'
짜증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울린다. 프리스크는 차마 견디지 못하고 입안을 깨물었다.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하는 웃음을 막을수가 없다. 알 수 없는 감정이 혈관을 타고 내려가고, 새액새액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간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둘의 싸움은 언제나 프리스크를 재밌게 만들었다. 내가 여자든 남자든 무슨 상관인가요. 인생 사는데 전혀 도움 안되는 성별 고정관념에 박혀있는 어른들의 모습은 언제나 우스웠다.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증명해주겠어. 나의 자식이 아들이라는걸.\'
어머니가 무서운 눈빛을 빛내며 다가온다. 프리스크는 순간 속마음을 들킨줄 알고 딸꾹질을 했다. 티비에서 나오는 귀신처럼 무서운 얼굴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모습에 프리스크는 살짝 어리둥절했다. 어느새 가까이 온 그녀는 프리스크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자 프리스크는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내가 증명할거야.\'
배에 얼음처럼 싸늘한 온기가 느껴진다. 겨울밤의 한기가 서서히 들어올려지는 옷 안으로 침범한다. 스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윗도리가 천천히 들여올려진다. 자신의 살이 민낯으로 공개되는 순간에 프리스크는 눈을 크게 떴다. 프리스크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갑작스레 바지가 쑥 내려가는 기분에 프리스크는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바지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위에서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프리스크, 우리 착한 아들. 손 좀 치워줄래? 하지만 프리스크는 말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왜....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순간 어깨가 밀쳐지면서 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마 비명 지를 순간도 없이 다시 바지가 끌려내려간다. 어머니의 새하얀 손은 아무런 죄도 없다는 마냥 프리스크의 두 다리를 하늘 높이 치켜올렸다. 어느새 바지는 물론 팬티까지 내려져 그들의 소중한 부위가 차가운 공기를 마주했다. 어머니의 눈은 알 수 없는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나의 자식은 아들이어야 해, 반드시 아들이어야만 해. 작은 고추를 기대하고 미소를 짓던 어머니는 눈길을 돌리자마자 얼굴을 굳히고 말았다.
\'...응?\'
새하얀 다리 사이에는 반짝거리는 빛이 있었다. 순간 태양빛에 비춰서 잘못 본건가 싶었지만 아이의 다리 사이에는 진짜 여러갈래로 갈라진 빛 모양이 있었다. 어머니의 눈동자는 당혹감으로 불완전하게 흔들렸다.
\'이.... 이건 뭐.....\'
\'어머니.\'
바닥에 누워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는 하나뿐인 자식의 웃음에 어머니는 움찔했다. 프리스크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뺨에 가볍게 착지했다. 어딘가 모르게 풍겨오는 아슬하고 위험한 분위기에 어머니는 반사적으로 손에 힘을 뺐다. 슬금 뒷걸음질 치는 어머니를 보며 프리스크는 키득 웃었다.
\'의지는 식지 않습니다.\'
*
프리스크가 슬퍼하는 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소용돌이처럼 몰아쳤던 감정이 가라앉자 가장 먼저 수면에 떠오르는 것은 배신감이었다. 왜 내가 이런 상처를 받아야하는 걸까. 내가 아무리 괴로워해봤자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쯤 자고있겠지. 자신의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채로 흔들 정도로 강력했다는 사실도 모른체 편하게 꿈나라에 빠져있을거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없었던 일로 치부할거다.
불가능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 갈 수 없다. 만약 가능하다면 내 기억을 지우는 수 밖에 없을거다. 이미 상처는 벌어졌고, 시간을 통해 치유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흉터가 남을 것이다.
가장 믿었던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줄 몰랐다.
그의 혀에서 나온 말은 뾰족한 바늘이 되어 프리스크의 심장을 가차없이 찍었다.
바늘도 하나, 두개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면 심장은 터지고 만다.
마음만 같아선 가슴을 열어, 심장을 꺼내고 치료하고 싶다. 박혀있는 바늘을 하나하나씩 빼서 연고라도 바르고 싶다. 그리고 걸레조각처럼 너덜해지고 구멍으로 가득한 심장을 조용히 끌어안아 위로해주고 싶다. 괜찮아 나의 심장아. 그 누구도 널 해칠 수 없을거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말의 상처라는 것은 그렇게나 큰거였다.
*
프리스크가 기뻐하는 글
얼마나 오랫동안 골목에 앉아있었을까,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고 이제 햇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옷이 흠뻑 적어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지만 프리스크는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아까 전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이 그들의 의지를 앗아가버렸다. 절로 이빨 사이로 딱딱가리는 소리가 난다.
그때 조그맣게 들리는 목소리에 프리스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환청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냘프고 여린 소리였다.
\"야아옹.\"
언제 다가왔는지 작은 새끼 고양이가 프리스크의 발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들판의 곡식처럼 선명한 갈색 털과 갈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고양이다. 분명 그들의 옷은 축 젖어서 차가울텐데 고양이는 아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들의 곁에 앉았다. 햇빛이 골목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고양이의 목에서 고롱고롱하는 소리가 들린다. 갑작스러운 방문자에 프리스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디서 왔니?\"
프리스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고양이를 어루만졌다. 다행히 비를 피했는지 고양이의 털은 보송보송하고 따뜻하면서 부드러웠다. 갑자기 눈물이 다시 울컥하고 나올뻔했지만 프리스크는 최대한 참았다.
야옹. 무슨 말을 건내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거 같다. 이런 고양이가 동정할 정도면 난 얼마나 망가진걸까. 속으로 아무리 자책해도 프리스크는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고마워. 넌 참 착한 아이구나.\"
뜬끔없는 인간의 말에 고양이는 콧등을 씰룩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고양이는 프리스크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프리스크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옆에 두었던 가방을 열었다. 마음만 같으면 시나몬 버터스카치 파이라도 주고싶지만 아쉽게도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점심에 사놓은 글램버거를 찾은 프리스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봉지를 뜯었다.
\"그러고보니 고양이가 햄버거 먹어도 괜찮을려나?
\"야옹.\"
\"아! 자, 잠깐!\"
먹을걸 주기도 전에 고양이는 폴짝 뛰어서 담벼락 위로 올라갔다. 그 모습에 프리스크는 조급하게 외쳤다.
\"벌써 갈려고? 나 너한테 보답해주고 싶은데!\"
하지만 고양이는 자신과 상관 없다는 듯이 꼬리를 유유하게 흔들며 좁은 틈 사이로 걸어갔다. 마지막 순간에 고양이는 자리에 멈춰서 잠시동안 프리스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거 올때와 마찬가지로 고양이는 아무 말 없이 담벼락 너머로 사라졌다.
\"아......\"
프리스크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따뜻한 온기를 주었던 고양이는 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문득 그들은 가슴이 아까처럼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도 손끝에 부드러웠던 촉감이 남아있는 것만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는구나. 프리스크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달으며 어색한 손길로 글램버거를 다시 가방에 쑤셔넣었다. 갑자기 추위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처럼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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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손이 광광 웁니다
나도 달달한거 쓰고싶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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