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전에 고모집에 얹혀 살았는데, 안 그러고 싶어도 자연스레 고모나 고모부 눈치 보게 되더라. 그래서 해 질락 말락 할 때 까지 바깥에 있다가 집에 들어오고는 했음. 사촌동생이 존나 성격 뭣 같기도 했고. 원래 저녁에 늦게 돌아오면 동생이 거실에서 컴 하고 있는데, 그날은 애가 학교에서 1박2일로 수련회 간다고 하는 거야. 고모랑 고모부는 원래 맞벌이라 늦게 들어오고. 나는 걍 집에 혼자 있으면 마음 편하니까 좋아했음. 놀 친구도 없는데 이리 저리 싸돌아 않다녀도 되고. 집에서 편하게 티비나 봐야지 했음.
그래서 그날 학교 마치자 마자 집에 일찍 기어들어갔지. 그렇게 집에서 티비나 보면서 밤까지 시간 때우는데 대문열리는 소리가 났음. 나는 당연히 고모나 고모부 왔나 보다 하면서 티비끄고 방안에 들어 갔음. 눈 마주치가 싫어서. 방에 틀어 박혀서 이불 덮고 자는 척 하는데 한참이 지나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안 들림. 보통 대문에서 문 열고 들어오면 1분 2분이내로 들어오는데.
뭔가 싶어서 어리둥절하는데 문 쪽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갈까 말까 존나 고민 했음. 만약 고모나 고모부인데 열쇠가 없어서 그러는 거면 안되잖아. 그래서 이불 껴 안고 현관문 앞에 까지 갔음. 문이 약간 불투명한 유리가 낑겨있는 문 같은 거였는데 문 앞에서 누가 서 있는 거 같았음. 유리 너머로 누가 서 있는게 어렴풋이 보였는데 고모나 고모부라고 하기에는 키가 좀 컸어.
가족 아닌 거 아니깐 문도 못 열겠고. 문 앞에 서 있는 건 계속 조금씩 움직이면서 그림자가 왔다갔다하고 미치겠더라. 방에 도로 돌아가기에는 쫄아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음. 걔는 계속 안가고 서 있고, 나는 문만 멍하니 쳐다보면서 고모부 올 때 까지 계속 서 있었음.
근데 웃긴건 새벽에 고모부 돌아왔을 때는 고모부는 문 앞에서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하는 거야. 아니 내가 존나 쫄아서 걔만 멍하니 쳐다보면서 몇십분씩 서있었는데.
그게 진짜로 있었는데 고모부가 겁먹지 말라고 문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 건지 아님 그때 내가 헛것을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살면서 겪은 일중 제일 무서웠음.
근데 글로 쓰니깐 하나도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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