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기지개를 켜면서 고개를 돌렸다. 밖이 훤히 보이는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뛰어내리면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언젠가 그랬지. 생각만 할 것이지 뭐하러 시도도 했담.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바람이 안 부는 줄 알았더니. 가까이 다가가니 좀 느껴지긴 하는구나. 창틀을 붙잡고 고개를 내밀었다. 시야에 원근법이 강렬하게 적용된 조그만 바닥이 들어왔다. 여기서 떨어지면 너처럼 죽겠지. 두개골이 부서지고 척추가 박살 나고 팔다리가 분질러지고. 아스팔트에 갈려서 찢어진 살 사이로 부러진 팔뼈가 날카롭게 머리를 내밀고. 두부처럼 으스러진 뇌는 터져나가 사방으로 흩어져있고, 찢어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피가 바닥을 가득 메우고. 퍽 소리가 들려 내다본 사람들의 탄식과 비명이 들리고. 곧 웅성거리며 모인 사람들을 헤치고 구급대원들이 다가왔다. 정말로 곧이었는지는 모르겠네. 그때는 시간을 인식할 정신이 없었으니. 네 위로 흰 천이 덮어졌다가 잠시 후 실려 갔다. 바닥은 경비원 아저씨가 투덜거리며 물로 밀어냈으나 약간의 얼룩이 남았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높은 첨탑에 기댄 사다리에 올라탄 듯 온몸이 울렁거렸다. 고소공포증은 없었는데. 창문에서 떨어져 눈을 방 안으로 돌렸다. 그래도 울렁임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의자로 다가가려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뭐하러 너는 내게 연락을 했을까. 나는 왜 네 연락을 받고 갔을까. 왜 26분 늦어버렸을까. 그 26분 동안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허공에 던지며 머리를 뒤로 찧었다. 그때 튄 뼛조각 중 하나가 내 머리에 박혔던걸까. 아스팔트에 남은 핏자국은 이미 수차례 비가 쏟아져 지워졌는데 기억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