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붕주의
설정붕괴주의

 

 

 

 

 

 

 

 

 

“아아아아아악!!”

 

프리스크의 비명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소녀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놓칠 새라 이불을 꽉 부여 쥔 손이 하얗게 질렸다. 길지 않은 갈색 머리카락이 파르르 떨렸다.

 

“아가, 무슨 일이니?”

 

다급한 토리엘의 목소리에도 프리스크의 떨림은 진정될 줄 몰랐다. 초점을 잃고 허공을 헤매는 눈동자가 쫓기듯 움직였다. 소녀는 침대 등받이에 몸을 딱 붙이고는 흔들리는 시선을 겨우 방문에 고정시켰다. 계단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렸다. 엇박자의 소리를 보아 한 사람, 아니 한 괴물이 올라오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프리스크의 방문이 열리고, 그녀의 눈에 토리엘의 모습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프리스크는 흠칫하고는 등받이에 기대고 있음에도 뒤로 가려 애썼다. 소녀의 반응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염소 괴물 뒤로 키 큰 해골이 서있었다.

 

“인간, 괜찮아?”

 

파피루스에 향했던 시선이 옆으로 흩어졌다. 불쌍하게도 소녀의 떨림은 여전했다. 무서운 것에서 애써 시선을 돌리듯 피하는 몸짓에 키 큰 해골 또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뒤에서 키가 작은 해골이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얼굴로 한 걸음 씩 앞으로 나왔다.

 

“……꼬맹아?”

 

샌즈의 목소리에 프리스크의 고개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롱아롱 떨리는 눈동자가 샌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람과 의아함이 섞인 얼굴의 토리엘과 파피루스를 뒤로 한 채 샌즈가 조심스레 소녀에게 다가갔다. 샌...즈, 샌즈. 울음 섞인 목소리가 어두운 방에 작게 울렸다. 샌즈가 마침내 몸을 웅크린 그녀 앞에 서자, 프리스크가 힘이 빠진 손으로 샌즈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샌즈, 샌즈...무서워, 너무...아프고 무서웠어, 무서워....”
“괜찮아, 꼬맹아. 또 악몽이라도 꾼 거야?”

 

샌즈는 어색한 손길로 울음을 터뜨리는 프리스크의 등을 쓸었다. 그의 추측은 소녀가 악몽에 시달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을 것이란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단순한 악몽이라기엔…. 샌즈는 이불을 붙잡느라 자국이 남은 손가락 사이와 아직 진정이 안 돼 떨리는 몸을 보았다. 이건 단순한 악몽이 아니야. 샌즈는 불안감을 느끼며 프리스크를 마저 진정시켰다.

 


-

 


샌즈는 냉장고에서 케첩을 하나 꺼내곤 소파에 털썩 앉았다. 뭔가 정리를 해야 할 것이 많아보였다.

 

‘평범한 악몽이라기엔 꼬맹이의 반응이……좀, 이상했어.’

 

그는 토리엘과 파피루스를 보았다가 도망가던 소녀의 눈동자가 마치 포식동물을 보고 겁을 먹은 초식동물의 것과 같았다고 생각했다. 비명 소리를 듣고 올라간 세 괴물 중 프리스크가 유일하게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이름을 부르며 찾던 괴물이 바로 샌즈였다. 샌즈는 거기서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내가 가장 먼저 나타난 것도 아니고, 꼬맹이가 엄마처럼 따르는 토리엘이 제일 먼저 나타났는데 그 토리엘을 겁먹고 피했다…?’

 

심지어 파피루스까지. 샌즈는 질문을 마무리 지으며 전날 밤에 느꼈던 불안감에 휩싸였다. 뭔가 예감이 안 좋아. 해골이 중얼거렸다. 잠깐, 잠깐만. 내가…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꼬맹이가 악몽을 꾸기 시작한 게 얼마 정도 됐지?’

 

토리엘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하던 프리스크는 가끔 샌즈에게 지나가듯 이야기하곤 했다. 요즘 악몽을 자주 꿔. 지친 목소리에, 그는 그것 참 ‘골’ 때리겠다며 ‘골’치 아픈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프리스크는 뼈개그는 고맙지 않지만 조언은 고맙다며 작게 웃었다. 웃음은 지친 내색으로 어두웠다. 샌즈는 회상에 잠기다가 두개골을 스쳐지나가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설마.’

 

샌즈는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그 마저도 몇 걸음 뛰다가 퍼뜩 떠오른 지름길을 이용했지만. 뼈다귀는 다급한 손길로 책상 위에 한 가득 쌓인 연구 자료들을 뒤적였다. 그 중 몇 장을 챙긴 그는 지름길을 이용해 실험실로 향했다. 정체 모를 기계 버튼을 눌러댄 샌즈는 안절부절 못 하며 자료가 인쇄되기를 기다렸다. 해골은 챙겨 온 몇 장의 종이들을 바닥에 일렬로 이어놓고는 새로 인쇄된 종이를 그 옆에 연결시켰다. 손가락뼈가 가늘게 떨렸다. 연결된 종이들은 하나의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었다.

 

“…….”

 

미세한 진동과 함께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던 선은 어느 순간 뚝 떨어져 바닥을 기고 있었다. 수치로 치자면 0이었다. 그럼 이게…내 예상이…맞는 건가? 샌즈는 황망한 표정으로 그래프를 바라봤다. 그 동안 했던 ‘간단한 실험’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

 


“꼬맹아, 정말 미안한데 부탁이 있어.”
“뭔데, 샌즈?”

 

좀처럼 보기 힘든 난처한 표정에 프리스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샌즈는 잠시 생각하더니 헤, 하고 웃고는 좀 조용한 장소에서 해야 할 이야기라고 말을 이었다.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샌즈의 방보다는 자신의 방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샌즈는 멋쩍게 웃으며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프리스크의 방에서, 샌즈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는 양 조심스러웠다. 프리스크는 샌즈가 어떤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신중하게 생각하는지 의아해했다. 이윽고 숨을 깊게 들이쉰 뼈다귀가 자신의 부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그러니까, 간단한 실험 같은 거야.”
“실험?”
“그러니까…헤, 미안. 돌려서 말하고 싶었는데 안 될 것 같다.”

 

씁쓸하게 해골이 웃어보였다. 얼마 전 12살 생일파티를 한 소녀는 괜찮다는 듯 무던한 얼굴로 샌즈를 바라보았다. 지상으로 나오며 뜨인 눈이 반짝거렸다.

 

“네가…어떤 힘을 이용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리고 시간을 되돌릴 때 기준점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한데, 특정한 모양을 하고 있는 그거, 혹은 그것들이 지하에 있고, 그게 의지와 연관되어있을 것이라고…추측하고 있어.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이 맞니, 꼬맹아? 아니, 네가 잘못이 있다는 게 아니야. 내가 하려는 실험을 설명하려는 거야.”

 

잘못이라도 들킨 듯 울먹이는 프리스크를 달래느라 샌즈는 설명을 잠시 멈춰야겠다. 프리스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샌즈의 다독임에 프리스크는 간신히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기준점 역할을 하는 그 무엇이 너의 어떤 힘과 연관되어 있고, 그 힘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되어있다면, 그 무엇이 가진 힘을 측정하면 너의 어떤 힘을 측정할 수 있고, 그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지의 여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음…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그 무엇이 가진 힘을 알아냄으로써 네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거야.”

 

프리스크는 명칭이 없어 꼬이는 설명을 정리하고자 그녀가 쓰는 명칭들을 샌즈에게 알려주었다. 의지, 세이브 포인트, 세이브와 로드 그리고 리셋. 샌즈는 프리스크가 알려준 명칭들을 토대로 그의 가설을 다시 정리했다.
세이브 포인트의 에너지가 곧 ‘의지’이므로, 세이브 포인트의 에너지를 측정한다면 ‘의지’의 정도를 알 수 있고, 그걸 통해 세이브/로드/리셋의 가능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설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 샌즈는 프리스크의 안색을 살폈다. 프리스크는 그저 신기하다는 얼굴로 해골을 빤히 바라보았다. 샌즈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그의 설명을 이어갔다.

 

“어…그래서, 세이브 포인트를 찾아서 그것이 내는 에너지를 측정할거야. 네가 세이브 포인트가 여러 개라고 했으니 그걸 다 찾아서 측정하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물론 그게 ‘의지’ 덩어리여야 정확하겠지만, 뭐, 최소한 그게 내뿜는 에너지와 ‘의지’가 비례하긴 하겠지. 실험은 더 ‘골’ 때리게 되겠지만 말야. 문제는, 내가…그 세이브 포인트란 걸 볼 수가 없어서 말이지. 지하 곳곳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의 위치를 알아내고 그게 내뿜는 힘을 측정하기 위해선 네 도움이 꼭 필요하거든. 그래서 부탁을 하려던 거였어.”

 

미동 없는 아이의 표정에 샌즈는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어, 응. 괜찮아. 같이 다니며 위치를 알려주는 것 정도야.”
“음, 종종 한 번씩은 그렇게…돌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정말 괜찮겠어?”
“응. 괜찮을 것 같아.”

 

샌즈도 함께 가는 거잖아? 프리스크의 물음에 샌즈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샌즈는 긴장이 풀림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샌즈는 정말 고맙다고 여러 번 되풀이했다. 닫혀있던 소녀의 입술이 움직이며 그의 말을 멈추었다.

 

“근데, 샌즈는 왜 그런 실험을 하려는 거야?”
“왜…하냐고?”
“응. 그냥…궁금해서.”

 

프리스크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어영부영 마무리했다. 샌즈는 별다른 표정 없는 얼굴로 프리스크를 응시했다. 키 작은 해골이 그녀를 뚜렷이,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라 프리스크는 어색한 듯 눈동자를 굴렸다.

 

“믿고 싶어서 그래.”
“믿고 싶어서?”
“그래. 이제…더 이상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어서.”

 

그리고 너를 믿고 싶어서. 샌즈는 뒷말을 힘들게 삼켰다. 네가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리지 않을 거라고, 우리들이 지상에서 지하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네가 우리들의 친구로 영원히 남을 거라고, 이 시간선이 최종적인 시간선일 거라고 믿고 싶어서. 그리고, 그냥 우리들의 구원자일 너를…이젠, 믿고 싶어서. 샌즈는 생각을 억누르며 웃어보였다.

 


-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뒤, 샌즈는 알피스의 도움을 받아 의지를 측정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기계들을 만들어냈다. 알피스가 왜 그런 기계가 필요한 건지 이유를 물었지만 샌즈는 끝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알피스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를 도왔다. 당면한 순간에 최선을 다 하는 해골의 모습은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었다.
세이브 포인트에 부착할 측정기들을 가방에 조심히 우겨 넣은 샌즈는 나갈 채비를 마친 프리스크를 돌아보았다. 어깨에 가방을 멘 해골과 편한 복장을 하고 나온 소녀의 모습은 흡사 나들이라도 나가는 듯 했다.

 

“그럼 가자, 꼬맹아.”

 

샌즈는 프리스크를 이끌고 지름길을 사용했다. 말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지하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마주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프리스크는 놀라워하며 눈에 익은 풍경을 두리번거렸다. 샌즈는 소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영락없는 어린 아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와중에 프리스크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그럼 앞장 서줄래? 샌즈의 요청에 프리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거리는 아이의 발걸음을 해골이 뒤따라갔다.
둘은 지하 곳곳을 걸었다. 프리스크의 걸음이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샌즈가 가방에서 측정기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럼 아이는 노랗게 빛나는 세이브 포인트에 그것을 달았다. 엄밀히 말하면 측정기를 달았다기 보단, 세이브 포인트의 빛이 닿는 곳에 측정기가 고정되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뼈다귀의 눈에는 측정기가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샌즈는 신기하다고 느끼며 프리스크의 뒤를 따랐다. 가방에 있던 측정기들이 바닥나갈 때 쯤, 프리스크가 여기가 마지막이라는 말과 함께 측정기를 달았다. 샌즈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마지막으로 갈 곳이 한 군데 더 있다고 했다. 갸웃거리는 프리스크의 손을 잡고, 샌즈는 지름길을 다시 사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익은 듯 익지 않은 장소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여긴…”
“내 실험실이야.”

 

샌즈는 알피스와 힘들게 만든 기계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프리스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계를 바라보았다. 샌즈는 기계에 달린 전선을 벽면에 붙은 전기 배선 사이 빈틈에 연결했다. 프리스크는 노랗게 불이 들어오는 기계와, 전선에서 손을 떼고 허리를 펴는 해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기계 옆면에 있던 동그란 버튼을 누르자 삑-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색이 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웅웅대는 기계음이 실험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배경음 같은 소리에 프리스크는 기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신기함과 호기심이 섞인 얼굴을 보며 샌즈는 기계 뒤쪽에 종이를 채워 넣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 뒷면이 닫히자 아이의 시선이 샌즈에게 향했다.

 

“코어의 전력을 좀 이용하는 거라 기계가 고장 나거나 내가 기계를 멈출 때까지는 계속 작동할거야. 헤, 이게 어떤 건지 궁금한 표정이네. 직접 보여주는 게 아무래도 낫겠지?”

 

샌즈는 기계 위쪽에 달린 네모난 버튼을 한 번 눌렀다. 그러자 버튼이 없던 옆면에서 약간의 잡음과 함께 종이가 나왔다. 책상 위에 안착한 종이를 뼈다귀가 부드럽게 집어 들었다. 프리스크는 선들의 나열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뭐지?

 

“쉽게 말하자면, 이건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그림이야. 여기 위쪽에 있는 조금씩 삐쭉빼쭉한 선이 세이브 포인트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선인데, 이건 처음 알아낸 거라 선이 위쪽에 있는 거고…만약 힘이 약해지면 이 선은 점점 내려갈 거야. 그러다가 이 선이 밑에 있는 진한 선에 겹쳐지면, 그건 세이브 포인트에서 아무런 에너지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해. 어…이해가 되니, 꼬마?”
“그러니까 ‘의지’가 사라지면, 이 선이 여기 있는 선과 만난다는 거지?”
“정확해.”

 

그것만 제대로 이해했으면 된 거야. 샌즈가 웃으며 프리스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웃는 뼈다귀를 빤히 보다가 눈을 접으며 웃었다. 다시 한 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머리카락을 흩트리던 손을 멈추고 인쇄물을 챙겼다. 해골과 소녀가 종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

 


‘그리고…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꼬맹이와 같이 내려가 확인을 하고 돌아오고, 자료도 꾸준히 챙겨서 내 방에 보관해왔었지. 그래프가 미세한 변동은 계속 있지만 완만한 하강세를 보여서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는데, 그런데 왜.’

 

왜 갑자기 ‘사라진’거지?
샌즈의 두개골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그는 멍하니 종이들 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 뒤, 뼈다귀는 그가 몇 분 전에 뽑은 종이를 조심스레 집어 올렸다. 단순히 급작스럽게 바닥으로 내리 꽂힌 그래프에서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해골은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의 하얀 안광이 삐죽빼죽한 선을 따라 움직였다.

 

‘이거, 자세히 보니…하강하는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지다가 어느 순간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데?’

 

샌즈는 푸른 안광으로 실험실 어딘가에 있던 연필을 가지고 와 자료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기울기가 바뀐 시점과 결과 값이 0이 된 시점의 날짜를 따져보고 기록했다. 어림잡아 세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미묘하게 어긋나보이던 행동. 악몽을 자주 꾼다던 말. 그리고ㅡ 그래프 속 절벽이 가리키는 시점인 ‘어제’. 흩어져있던 조각들이 하나 둘 맞춰져가며 어렴풋이 큰 그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완성된 추측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샌즈는 자신이 얻어낸 결론이 옳은 것인지 전혀 확신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정리해서 얻어낸 것은 그것뿐이었다.

 

“…세상에.”

 

꼬맹이의 악몽이 '의지'가 사라진 탓이라고?

 

‘…….’

 

샌즈는 안에서 뒤엉킨 양가적인 감정에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프리스크의 평범한 아이같은 모습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강력한 존재라는 생각이 섞여서 감정이 뒤섞이는 와중에
의지가 사라진 결과로 프리스크가 고통을 겪는 건 슬프지만 시간이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뻤던 스스로의 감정이 역겹다고 느끼는 샌즈

 

길어질 것 같은데 끝까지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드랍
과학 1도 모르는 문과생이라 과학 관련 부분 내용이 많이 이상할 수 있는데 너그러이 봐주면 ㄱㅅ

 

+ 프리스크 눈동자 색을 금색으로 할 지 갈색으로 할 지 고민 중인데 의견 물어도 됨? 문제되면 이 부분은 지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