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늦은 오후에 눈을 뜨고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분홍색 슬리퍼를 다리를 절듯 지익지익 끌며 복도를 지나 조용한 파피루스의 방문 앞에서 피식 웃었으면 좋겠다. 계단을 내려가 일층에 서선 주변을 죽 돌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다시 느릿하게 부엌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냉장고를 열고는 스파게티가 담긴 통으로 반쯤 가득찬 내부를 멍하니 바라봤으면 좋겠다. 이건 어제 만든것 저건 이틀전 저건 나흘전... \"헤...오늘껀 없네.\"하고 중얼거린 뒤 잠시 통을 쓸어보다가 다시 냉장고를 닫았으면 좋겠다. 평소와는 달리 너무 조용한 오늘 하루가 너무도 저주스럽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