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과학자인 W. D. 가스터. 그는 괴물들이 지하세계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인간들의 영혼을 통해서 결계를 뚫어 탈출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공간을 통해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가 이런 험난한 방식을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인간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던 아스고어의 심정을 그가 어느 정도 이해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스터는 자신이 만든 코어를 제외하면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공간 기계를 만들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그것에만 전념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세월 끝에 드디어 그렇게 애타게 발명하려고 했던 시공간 기계가 완성되었다. 시공간 기계는 흡사 회중시계처럼 생겨 휴대하기 편해보였다. 가스터는 기쁜 맘에 곧바로 기계를 작동시켜 다른 시공간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한 순간일 뿐이었다. 기계가 갑자기 이상한 잡음을 내면서 엄청난 열이 화산에서 튀어나오려는 마그마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가스터의 몸마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속력에 의하여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갇힌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다른 시공간들의 융합으로 인한 수많은 혼란과 고통들이 그의 뇌리 안으로 쓰며들었다.  


그는 어둠 밖에 없는 좁고 좁은 시공간 안에 갇혔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몸이 기괴하게 변한 것 외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스터는 곧바로 시공간 기계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계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 시공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기계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몸속에서 시공간 기계가 내는 잡음이 들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그의 몸과 시공간 기계가 하나로 융합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그 문제를 넘어갔다. 그 이유는 더 큰 문제가 그의 뇌리 속에서 아직까지 생생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시공간 기계를 찾으려고 했던 이유도 그 끔찍한 사건들 때문이었다.  


그는 또다시 시공간 기계를 이용하여 어디론가 이동하였다. 자신의 몸에 커다란 문제가 일어날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이동한 시공간은 자신의 원례 세계였다. 

그러나 그가 온 곳은 결계가 파괴되기 전의 시간대 속 자신의 연구소가 아닌, 결계가 파괴된 시간선의 원래 세계였다. 그는 폐허 꽃밭에서 꽃을 돌보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의 이름은 프리스크.


가스터는 알고 있었다. 프리스크로 인해 발생하였던 모든 시간선들 속 사건들을 그가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저지른 일들 중에서 자신이 느꼈던 그 끔찍한 장면과 동등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을 만든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따지기엔 시간이 없었고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인간은 이 아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가스터는 프리스크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평행세계와의 융합을 막아낼 유일한 인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