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를 힘으로 제압할 수 없음은 이미 전에 증명되었고, 그를 설득할 수 없음은 그의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광기에 이미 증명되었다.

그 생각에 당황이 마음 속에서 물러가고, 차가운 이성이 머리를 식혀주었다. 프리스크는 무릎이 더러워지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엎드려 친절 알갱이와 총알을 집었다.

질량? 무게? 부피? 모양? 맛? 냄새? 운동량? 열량? 날아가는 속도? 색? 소리?  수십 가지의 생각이 프리스크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프리스크는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머리에 떠오른 모든 것을 시험해 볼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1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적었다. 그렇다면 간추려내야만 한다.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뇌리에 플라위의 목소리가 잠시 스쳐지나갔다.


"당신에게 던질겁니다..."


그는 분명히 던진다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것은 하나하나 시험해볼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이 두 물체의 차이점은 확실하게 육안으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 만약 이 눈 앞에 있는 남자가 프리스크를 아사시키려는 목적으로 이 문제를 내려는게 아니라면, 분명히 이 두 물체의 차이점은 빠르고 확실하게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이어야만 했다. 프리스크의 머리 속을 떠돌던 수십가지의 생각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모양? 프리스크는 떠오르는 단어에 '친절 알갱이'와 '총알'을 이리저리 돌리며 바라보았다. 두드러지는 차이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마음속으로 '바보멍청이말미잘'같은 유치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냄새? 프리스크는 자신의 코를 친절 알갱이와 총알에다가 박았다. 프리스크는 냄새의 차이점을 찾지못했다. 그 대신 프리스크는 두 알갱이에 묻어있던 매운 재를 맛보아야만 했다. 심한 기침이 프리스크의 입으로 튀어나왔고. 눈물과 콧물이 흘러내렸다.


"30초 남았습니다."


묘하게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그런 프리스크에게 남은 시간을 알렸다. 프리스크는 가까스로 흘러나오는 기침을 억누르고. 거칠게 흘러내리는 액체들을 닦아내었다.

그러면 색? 아니면 혹시 화학 반응? 촉감일리는 없었다. 그는 분명히 맞는 순간 바로 탈락이라고 했다. 소리? 소리는 그 때가서 판별하는 것도 가능했다. 날아오는 속도도 마찬가지 그 것들은 그 때 가서 닥쳐왔을 때 판별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모든 경우의 수가 사라진 지금. 이런 것들이 차이점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었지만, 프리스크의 감은 이 문제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외치고 있었다. 여린 그녀의 손이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쥐어뜯었다. 분명히 힌트가 어딘가에는 있다. 1분이라는 시간은 모든 방법을 시험해보기에는 너무 짧았다. 분명히 1분 안에 방법들을 간추릴 수 있는 힌트가 하나 더, 분명히 하나 더 있을 것이다. 프리스크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맨땅에 박았다. 생각해! 생각해내! 분명히 무언가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의 말 속에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게 있을 것이다.


"10초 남았네요~?"


경쾌하고도 즐거운 목소리, 금방이라도 이 숲에서 탭댄스를 출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프리스크의 머리는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의 말 속에 무언가 단서가...


"9"


경쾌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누군가 머리를 꽉 쥐는 듯한 두통이 밀려왔다. 프리스크의 머리는 이제는 차이점을 찾기를 포기하고 플라위가 했던 말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8"


프리스크의 표정이 두통과 절박함으로 일그러졌다. 그런 프리스크의 얼굴을 보고 있던 플라위의 목소리가  방금 전보다 높아졌다.


"7"


프리스크는 이제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작은 손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몇번이고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두들겼다.


"6"


프리스크의 머리를 두들기던 작은 손이 축 늘어졌다. 플라위의 목소리가 한 음 정도 더 높아졌다.


"5"


프리스크는 이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프리스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않았다. 행복한 목소리가 프리스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죽음을 선고했다.


"4"


노란 꽃들과 죽은 듯한 초목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프리스크를 보며, 며칠 뒤에 벌어질 만찬에 환호성을 질렀다. 거대한 노란 꽃은 그들과 같은 환호성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3"


프리스크는 친절 알갱이와 총알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플라위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2"


프리스크는 엎드려 있는 몸을 일으켰다. 여러가지 생각으로 채워져있던 그녀의 머리는 이제 많은 생각을 담고 있지 않았다.


"1"


마지막 카운트 다운을 외치는 플라위의 목소리는 희열로 떨려오고 있었다. 플라위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가면의 웃는 얼굴을 쥐어뜯었다. 허공에서 땅에 떨어진 것과 같은 몇개의 하얀 알갱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BANG!"


플라위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하얀 알갱이들이 일제히 프리스크를 향해 날아갔다. 그 알갱이들이 날아가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느렸다. 기껏 해봐야 풍선이 날아가는 속도 정도일까. 플라위는 목을 길게 빼 차오르는 웃음을 누르고. 이런 상황을 마주한 프리스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 절망에 차 있을 거란 확신에 두려워 할 것이라는 자신에 그는 자신의 가면을 뜯어버릴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날아오는 하얀 알갱이들을 마주하고서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가면을 일그러트리고 있던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프리스크는 돌연 그 알갱이들이 슬슬 다가오기 시작할 때, 몸을 돌려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플라위는 그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날아가기 시작한 하얀 알갱이들은 방향을 바꿀 수 없었고. 그에 따라 하얀 알갱이들은 프리스크를 맞추지 못한 채, 그저 프리스크의 뒤에 있던 나무 하나를 맞추었다. 

나무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회색 먼지 구름이 나무의 자리를 대신했다. 깊은 안도의 한숨이 프리스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긴장이 풀린 다리가 더 이상 서있을 수 있는 건 무리였을까. 프리스크는 그대로 무너져 바닥에 앉아버렸다.


"그저 단순한 말장난이었죠?"


프리스크는 그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는 플라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플라위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려 주저앉아 있는 프리스크를 바라보았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


프리스크의 목소리가 플라위의 말을 끊어버렸다. 프리스크에게 있어서 그 것은 일종의 복수였던 걸까. 그녀의 목소리에 경쾌함과 힘이 들어갔다.


"당신은 내가 친절 알갱이에 맞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이 발생하는 지 제시하지 않았어요."


플라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프리스크는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당신이 준 1분이 통채로 함정이었어요. 당신은 총알에 맞았을 때, 내가 여기를 평생 떠돌다가 굶어 죽는다고 했지. 내가 친절 알갱이에 맞지 않았을 때의 생길 일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어요. 그 뜻은 친절 알갱이를 굳이 맞을 필요는 없다는 소리죠. 1분은 단순한 함정이었어요. 이 테스트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친절알갱이와 총알을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는 함정. 그 생각은 당신이 친절 알갱이에는 맞아야 된다는 언급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 그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친절 알갱이는 맞고 총알은 피해야 된다는 생각을 스스로 만들게 하죠."


프리스크는 다리의 힘이 어느정도 돌아오자,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나를 여기에 남겨두고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겠다는 언급도 사실 함정의 일부였죠? 사람은 강렬하게 뇌리에 기억되는 말만 기억하기 마련이죠. 당신의 그 살해 위협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다른 말들을 전부 애매모호하게 만들어버리고 그 말만 각인시키에 충분한 요소였어요. 그리고, 그 살해 위협과 이 주변 분위기, 무엇보다 1분이라는 짧고 한정된 시간. 이 요소들은 충분히 사람들로 하여금 패닉에 빠지게 하고, 사실 모든 것을 피해버려도 괜찮다는 말 속에 숨겨진 사실을 감춰버리기에 충분한 장막들이었어요.

단순하지만, 동시에 수 많은 함정들 때문에 더더욱 알아채기 어려운 장난."


프리스크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틀린게 하나라도 있나요?"


***


지금 쓰고 있는건데. 이런 류의 추리형이나, 지능형 문학은 처음 써보고 무엇보다 손이 모래로 이루어진지라.

문장력도 딸리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문제점이 뭔거 같냐? 맘에 안드는 점이나. 욕해도 되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조금 아쉬웠던 점은 그리고 혐오스러운 점이 있다면 하나 씩 적어주라.

내가 내 창작물로 쓰는게 아니라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