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



 샌즈는 정말로 너를 믿지 못 하는 걸까?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샌즈가 해주었던 행동들이 너무 지나치다. 단순히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 행동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샌즈가 너를 믿지 못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단, 샌즈가 너를 완전히 신뢰하기엔, 샌즈가 생각하는 가능성이 너무나 많고 불안한 것이었다. 너를 여기로 유인한 것도, 너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너와 함께 할수록 지워낼 수 없는 샌즈의 불안감이 너를 여기로 이끌어낸 것이다. 샌즈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싶지만, 그 이면에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불안감이 있던 것이었다. 굳이 그런 불안감을, 너에게까지 보일 정도로 털어놓는 이유, 이렇게 갑작스레 털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샌즈, 여기서 나가자."


 샌즈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으나, 너는 샌즈의 손을 잡고 끌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샌즈는 저항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기계와 이 지하실에서 마주하기 힘든 진실의 냄새가 났다. 너는 저리는 오금과 손가락 끝의 찌릿함을 견디며, 샌즈의 손을 꼭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샌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가 샌즈의 손을 잡고 끌어오는 와중에, 뒤를 돌아 샌즈의 표정을 보았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웃고 있었다. 깊게 고민하고 있는 표정임을 알 수 있었다. 너는 샌즈의 눈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보았다. 너에 대한 친절과 믿음, 그 밑바닥에 있는 불안과 외로움이 있었다. 커다란 희망과 기쁨을 맞이하게 된 노예의 표정이었다. 샌즈의 말을 되짚어보면, 샌즈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런 샌즈에게 너라는 커다란 기회를, 정말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정말 기쁘고 환호성을 지를 일일 수도 있지만, 샌즈에겐 기쁨을 받아들이는 일보다 무언가를 포기할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익숙했을 것이었다. 너는 플라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샌즈의 웃는 표정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웃는 표정이었을까?

 너는 샌즈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지하실 문을 뛰쳐나온 뒤 문을 닫았다. 너는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잠갔다. 이 순간만큼은 넌 응석받이 어린 아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꼬마야. 아까 너가 무슨 말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시치미 떼려고 하지 마요, 샌즈!"

 "헤헤. 괜찮은 농담이네."


 샌즈의 표정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 그 지하실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샌즈의 미심쩍은 태도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너는 이 순간에도 샌즈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차라가 알려줬어요. 샌즈가 절 의심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것까지도 알려줬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도, 샌즈는 절 못 믿고 있어요."

 "아니야, 꼬마야.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나는 널 믿고 있어."

 "그러면 그런 이상한 표정 짓지 마요!"


 하지만, 샌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샌즈는 계속 널 보며 웃고 있었다. 너가 보고 있는 것은 샌즈의 항상 같은 표정 뿐이었지만, 너는 그것에서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샌즈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았어요. 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저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 전 이런 걸로 샌즈의 약속하지도 않을 거예요. 약속은 깨질 수 있으니까요. 그냥 샌즈에게 알려줄 게요. 전 안 그럴 거예요."

 "…, 꼬마야, 지하 세계에서 나갈 방법이 없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지?"

 "그럼 여기서 살아야죠. 어떻게 하겠어요? 정말 집에 가고 싶고, 여기 있는 게 괴로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샌즈같은 괴물들이 사는 곳이잖아요. 다들 착하다고요. 못 살던 없잖아요. 제가 왜 샌즈가 생각하는 그런 나쁜 짓을 하겠어요?"

 "…, 그렇구나."


 샌즈는 시선을 너에게 두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돌렸다. 너가 잡고 있는 샌즈의 손에선 어떤 악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긴장이 풀린 듯한 모습이었다. 너는 고개를 살짝 들어 샌즈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안심한 듯한 표정 뒤에, 약간의 불안이 남아있었지만, 그것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너는 샌즈에게서 느껴지는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방법을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너는 샌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늠할 방법이 전혀 없었으며, 샌즈가 생각하는 최악의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방법이 없었다. 너가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믿어주길 애원하는 것 뿐이었다.

 너가 샌즈에게 애원하면서까지, 믿음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으니까.


 "샌즈, 저는 샌즈가 제 첫 친구에요."

 "…."

 "처음에 냅스타블룩이라는 유령이랑도 친해졌지만, 샌즈처럼 오래 있진 않았어요. 저는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같이 있어보고, 지내본 적이 처음이에요. 저한텐 샌즈가 처음이라고요. 그런데 샌즈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면…, 전…."


 너는 샌즈의 손을 꼭 마주잡은 채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넌 그걸 참지 않았다. 눈가에서 눈물이 쏟아져내리고, 숨이 거칠어지며 딸꾹질이 나오는 것을 참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참지 못 했다. 목이 부어오르고 속에서 여러 감정이 섞여 나와 울음 소리가 되어 터져나왔다. 눈동자가 충혈되고 코도 흘러나왔지만, 너는 절대로 그걸 닦아내지 않았다. 너는 그저 샌즈의 두 손을 맞붙잡아 쥐고 있을 뿐이었다. 너는 샌즈를 쳐다보며 말했다.


 "새, 샌즈는 표정으로 읽어내는 거 잘하잖아요. 지금 봐요."


 너는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한 번 고르면서 말했다.


 "제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요?"


 샌즈가 한숨을 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오 혹시 병쉬이신가"


 사이퍼즈 한판 하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