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봇 산 하턱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 '도시'. 지상으로 올라온 괴물들이 정착하여 세운 이 '도시'는 전혀 다른 양식들로 지어진 여러 건물들이 구역별로 구분되어 부조화 같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 구역에는 눈이 잘 쌓이지 않도록 뾰족한 지붕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어느 구역에는 현대적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기이한 구석이 있는 붉은 금속 건물들이 모여 있었고, 건물들은 찾아볼 수 없고 늪과 푸른색 메아리꽃, 그리고 남색 토양이 뒤덮혀 있는 구역도 있었다. 수많은 괴물들이 모여 사는 이 도시의 중심인 '넓은 집'에 단 한 명, 유일한 인간이 있었다.

프리스크는 '넓은 집'의 황금꽃들이 수놓은 정원에 쭈그려 앉아 꽃들을 돌보고 있었다. 과거에 지하에서 겪었던 일과 지하에서 나온 후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회상하면서.

그녀와 괴물들이 지하를 떠나온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괴물보다 수명이 짧은 인간에게는 긴 10년이라는 세월동안 프리스크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10년 전의 말수가 적고 미숙한 아이는 이제 없었다. 프리스크는 10년 전과 달리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괴물들이 막 지상으로 나왔을 때, 인간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괴상한 생김새를 가진 그들을 보고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어렸던 프리스크가 애써 인간들에게 괴물들을 소개시키려고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프리스크가 어린 아이였던데다 말도 조리있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괴물들은 인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에봇 산 근처의 괴물들만의 도시를 세우고 모여살게 되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인간이 괴물들을 이해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고, 오랜 시간동안 인간들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인간들은 프리스크가 왜 괴물들을 위해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프리스크를 욕하고 비난하는 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프리스크의 피부색이 노랗다는 이유로 조롱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이런 것들에 굴복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프리스크는 포기하지 않고 인간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괴물들을 소개했다. 프리스크의 설득력과 말솜씨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좋아져갔다. 결국 인간들은 긴 세월동안 노력하는 프리스크를 보고 감동하고, 괴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현재, 인간과 괴물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다리가 저려오는 느낌이 들어 그만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눈에 갑자기 황금꽃들 사이로 더 큰 황금꽃이 불쑥 솟아오르는게 들어왔다. 움직이는 꽃, 말하는 꽃. 그녀의 오랜 친구 '플라위'였다. 플라위는 과거 지하에서 프리스크를 방해했었지만, 지상으로 나오고 나서는 잘못을 반성하고 프리스크와 가까이 지내게 된 괴물이었다.

"무슨 일이니, 플라위?"

프리스크는 상냥하게 플라위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플라위는 다소 다급한 듯 빠르게 대답했다.

"프리스크. 인간 몇 명이 여기 '도시'를 향해 다가오고 있어. 여기서 별로 안 먼 거리야."

"오, 진짜? 인간들이 괴물들을 만나보고 싶나보네. 기쁜 일인데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아니야. 인간들은 모두 무기를 들고 있다구. 감이 안 좋아. 인간들이 괴물들을 죽이려는 걸 거야."

플라위의 말을 들은 프리스크의 표정이 플라위의 그것처럼 어두워졌다. 프리스크는 한창 인간과 괴물의 관계가 나아지고 있는데 인간들이 괴물들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설마. 인간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괴물들을 혐오하게 되겠어? 내가 직접 가서 그들을 만나볼게."

"안 돼, 프리스크! 그들이 널 해칠지도 몰라. 아빠한테 말하자. 아빠가 인간들을 말릴 거야."

"아냐. 나도 인간인걸. 적어도 보자마자는 날 죽이지 않겠지. 플라위. 인간들 정확히 몇 명이지?"

"다, 다섯 명. 프리스크, 제발……!"

프리스크는 애원하는 듯 다급하게 말하는 플라위를 막았다. 그리고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섯 명이면 괴물들을 죽이러 온 건 아닐거야. 플라위, 안심해. 당연히 살아서 돌아올 테니까. 아,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괜히 걱정 끼쳐드릴 수도 있으니까. 후훗."

프리스크는 이 말을 끝으로 빠르게 정원을 빠져나갔다.

"빨리 와, 프리스크!"

플라위는 빠르게 사라져가는 프리스크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아련함과 안타까움, 슬픔을 느꼈다. 마치 프리스크의 저 모습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인 것처럼……..










모바일로 올려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