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
시간이 꽤 지났다. 얼마나 이렇게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젠 나아가야만 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었지만,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내가 프리스크의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너의 몸을 움직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너가 움직이기 싫다면, 내가 굳이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 거에 의미는 없지. 너에게 맡길게.
주도권이 너에게로 넘어가고, 너는 그제서야 다리에 조금 힘을 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너의 다리가 곧게 섰다. 너는 한숨을 크게 쉬며 숨을 고른 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어 걷기 시작했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앞을 뚫어쳐라 쳐다보고 있었지만, 눈물은 더 이상 흘리지 않았다. 너는 한 손 내가 주웠던 나뭇가지를 꼭 붙잡았다. 가방을 메지 않아 등이 허전했지만, 내가 이미 생각했듯, 가방이 없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너는 묵묵히 입을 꾹 다물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너가 길을 걷다가 가끔씩 만나는 워슈아나 아론도 전혀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갔다. 아론은 지나가는 널 보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윙크를 하며 너에게 다가왔으나, 너는 아론을 그대로 무시하면서 걸어갔다. 아론은 무시당한 것에 대해 화내긴 커녕, 오히려 슬퍼했다. 하지만, 너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뒤집어지는 너 스스로의 속을 다스리기도 힘들었다.
너는 속으로 생각했다. 샌즈가 마음 속 깊이 너를 의심하고 있다 하더라도, 같이 지내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런 의심을 조금은 받아들이면서, 무시한 채로 지내면서 샌즈의 도움을 받으면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라면 그런 가식 정도야 받아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정도 속임수야 받아들여줄 수 있다. 하지만, 넌 아니었다. 이 세상, 그 누가, 태어나서 처음 만든 친구를 그런 식으로 만나고 싶을까? 너는 친구라는 걸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서로를 무조건 믿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의심에서 시작하는 것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너는 예전에 만들어둔 다리 꽃을 지나 성큼성큼 걸었다. 물줄기가 지나가는 곳은 뛰어넘었다. 하지만 너는 뒤를 돌아보았다.
키슈가 있던 그 벤치, 그 벤치에 있던 메아리꽃은 어떻게 됐을까? 샌즈는 너가 했던 그 말을 들었을까?
너는 떨리는 걸음으로 그 벤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리꽃 앞에 서서 벤치가 있는 그곳을 향해 섰다. 너가 샌즈에게 전한 말이 반복되고 있진 않았다. 무언가 다른 말이 들리고 있었다. 너는 다리꽃을 하나 하나씩 밟아가며, 벤치와 메아리꽃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너는 생각지도 못 한 무언가를 느꼈다. 너가 맡은 적이 있는 냄새가 났다. 너는 순간적으로 달음질을 하여 그 벤치 앞으로 갔다.
벤치 위에는 키슈가 있었다. 벤치 옆 메아리꽃엔, 매우 작은 목소리로서, 샌즈가 담겨 있었다.
"난 그저 책임질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거야."
너가 보냈던 메아리 답은, 그저 그것이었다.
"미안해요……, 샌즈."
"난 그저 책임질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거야."
"그래도, 저 해볼 거예요."
"난 그저 책임질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거야."
너는 마저 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닦았다. 벤치 위에 있던 키슈를 집었다. 식었지만, 상하지 않았다. 너는 그걸 한 입 베어물었다. 너는 아무 맛도 느끼지 못 했다. 맛을 느낄 겨를이 없다. 너는 한 입 베어물은 키슈를 땅에 떨어뜨렸다. 너는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메아리 꽃에 닿지 않을 목소리로 말하면서 너는 앞으로 걸어갔다.
"샌즈를 구해줄 거예요."
메아리 꽃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
"난 그저 책임질 준비가 안 되어 있던 거야……."
갈 길이 멀다. 핫랜드로 가자.
어우 타이밍 안좋다
묘하게 슬프다
27.5 아님?
ㄴ ㄳ
조회수가 95를 넘는 문학....
메아리꽃 프리스크 말 무시하는거 보소..
저럴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흐미 좋다
슬프다 ㅠㅠㅠ개츄
그나저나 드디어 핫랜드네... 작가의 30화 완결 계획은 결국 덧없는 거시여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