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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링크

생각해보니 그냥 이전편 링크를 올리면 되는거였음...광광 우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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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즈가 의지를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자 거슨은 등딱지 윗쪽으로 손을 넣었다.

틱, 하는 소리가 나더니 쭈글쭈글한 손에 은색 열쇠가 딸려나왔다.

거슨은 열쇠를 맞은 편의 나무 문에 가져갔다. 

문은 <유적>이라고 새긴 쇠문패가 달려 있었고, 열쇠와 같은 은색 열쇠구멍이 있었다.


거슨은 열쇠를 구멍에 넣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열쇠에 구멍 안에서 움직임에 따라 문 너머에서 딱,딱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샌즈는 소리에 맞춰 거슨의 방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샌즈가 방 여기저기를 불안하게 바라보던 사이 거슨은 열쇠구멍으로 문 너머를 확인했다.


"음..아직 아닌 거 같아."


열쇠 구멍을 보느라 허리를 숙였던 거슨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는 문의 손잡이를 반시계 방향으로 3번 돌렸다. 

절걱, 절걱, 절걱, 문고리 돌리는 소리에 맞춰서 방이 또 몇번 흔들렸다.

거슨은 이번엔 살며시 문을 열어 안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제 들어가도 될 것 같군."


거슨은 샌즈에게 윙크를 하고, 문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그러자 안에서 손가락 같이 생긴 그림자가 나오더니, 

거슨의 머리와 등딱지를 휘감고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그 느물거리는 움직임에 샌즈는 비위가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뒤돌아서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미 포기하는 것에도 질려버렸기에, 

샌즈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몸도 그림자들에 둘러싸였다.

샌즈는 귓가에 스치는 쉭쉭 소리와 머리에 깃털처럼 내려앉는 심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두 팔을 허우적 대던 샌즈는,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온통 어둠이었던 주변은 갑자기 은은한 빛으로 둘러싸인 동굴이 되어 있었다.

샌즈는 자신이 그 동굴 천장에 붙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떨어지는군."


샌즈는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중얼거렸다. 

천장은 매끄러웠으나, 아래는 종유석이 삐죽삐죽 솟아난 거대한 벌판 같은 곳이다.

중요한 건, 30m 정도 되는 천장에서 저 바닥에 추락하면 뼈도 못추릴 거란 사실이었다. 

이미 뼈밖에 없지만 샌즈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파란 마법을 발동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동되지 않았다.

다시 시도해보았다. 발동되지 않는다.


"큰일났네."


온갖 고대 문자가 새겨진 종유석 기둥에 부딪히면서 샌즈는 태평하게 말했다.

샌즈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무언가라도 붙잡아야 했다. 안그러면 짜부라지고 말 것이었다. 

먼지가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샌즈는 팔짱을 끼고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스스로가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극도의 현실부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수 초 동안 그러고 있던 샌즈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2m정도 남겨두고 나서야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누군가가 샌즈를 받아주었다.


샌즈는 희고 부드러운 털과 고양이 육구처럼 말랑말랑한 무언가가 자신을 덮치는 것을 느끼고는, 

엄청난 떨림에 의해 바닥으로 튕겨져 지면을 데굴데굴 굴렀다.

입 여기저기에 흙이 들어왔지만 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지면은 종유석 기둥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것과는 다르게 푹신한 흙으로 되어 있었다

풀도 많고 풍성해서 샌즈의 허리깨까지 오고 있었다. 샌즈는 연신 퉤퉤 거리며 옷을 털었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준 생명의 은인들을 보았다.


"ㅇㅏㄴ뇽!!화녕행!!"


샌즈를 구해준 짐승들은 테미들이었다. 

머리 정중앙에 물음표와 느낌표 모양의 더듬이가 달리고 

입은 옷이 보통 테미와 달리 매우 화려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테미였다.

십 몇마리 정도 되는 테미들은 샌즈가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있었고, 

샌즈를 받은 충격을 소화하느라 부들부들 떨었다.


"ㅇㅕ기는 '유적'ㅇㅣ라고 햇!!"


"짜근..헤골..기여어!!!글구!!가벼어!!!"


가장 안쪽에 있는 테미 일수록 더욱 심하게 떨고 있었다. 

엄청난 떨림에 샌즈는 살짝 당황하다가, 이윽고 먼저 사라진 거슨을 떠올렸다.

샌즈는 테미 피라미드를 쌓으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테미들에게 질문했다.


"이봐..너네들 거슨 영감님 봤어?"


"거슨?"


피라미드에서 맨 꼭대기에 올라간 테미가 말했다. 그 테미는 떨고 있지 않았다. 

도 이상하게 하지 않았다. 꼭대기에 있는 테미는 온통 부들부들 떨고 있는 테미들 위에서 용케 중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테미는 가장 구부러진 더듬이를 가지고 있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테미는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내려와 샌즈 옆으로 다가왔다.


샌즈가 거슨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이상히 여기는 것 같았다.


"어..두발로 걷고, 갑옷을 입은, 늙은 거북이 말이야."


"ㅓㅏ거부기!!안기여!!!"


샌즈가 거슨에 대해서 설명하자 모든 테미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피라미드는 결국 무너지고, 테미들은 바닥에 나동그라졌으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테미들은 마치 고장난 인형처럼 사지를 뻗대며 부들거리다가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그 영감님이라면 내가 안내해줄게."


샌즈 옆에 있는 테미만 빼고.

그 테미는 샌즈를 자기 앞발로 톡 건드리더니, 자분자분 걸어서 길을 안내했다. 

미의 발자국에 맞춰서, 샌즈를 중심으로 검은 풀밭에 길이 생겨났다.

워터폴과의 테미들과는 달리 생긴 테미들과 길을 만들어준 테미들을 바라보며 샌즈는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헤고ㄹ!!잘강!!"


샌즈가 움직이려고 하자 뒷쪽의 테미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인사했다.

아 참, 샌즈는 손으로 해골을 긁으면서 테미들에게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핫도그를 만들 줄 아니까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답례로 주겠다고 하면서, 

진짜 핫도그니까 맘대로 '골'라 볼라고 손가락 경례를 했다. 

샌즈의 농담에 테미들은 일제히 정지했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색하면서 꺼지라고 소리쳤다.


"이크, 농담이야."


샌즈는 진지하게 화내는 테미들을 피해 먼저 앞서가버린 신비한 테미를 서둘러서 따라갔다. 

신비한 테미는 샌즈보다 몸집은 훨씬 작으면서 걸음은 엄청나게 빨랐다.

미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중간중간 길을 밝혀주는 형광 버섯 덕분에 샌즈는 테미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젖은 풀 위를 사박사박 걸어가며 샌즈는 잠깐이지만 강렬한 데쟈뷰를 느꼈다.

이 공간은, 샌즈에게 낯설지 않았다. 아주 예전에 이곳에 들렀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오래 살았거나. 

샌즈는 자욱한 '유적'의 안갯속에서 그렇게 느꼈다.


어렸을 때 샌즈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책을 가져다주면 신들린 듯이 그것을 속독하고, 뜻을 이해하고, 암기해서 외우고 다니곤 했다. 

괴물 세계의 모든 책들을 머릿속에 넣은 뒤론, 인간 세상에서 떠내려온 책들을 보았다. 

쓸데없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사전에 검열해서 준 책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샌즈는 인간 세상에 대한 지식이 아스고어 왕보다 더 풍부했다. 

그는 태양,바다,대지,하늘 등 지상의 자연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샌즈에게 간밤에 무슨 꿈을 꾸었냐고 넌지시 물어보면, 상상 속의 도서관에 책을 쌓아놓는 꿈을 꾼다고 했다.


상상속의 도서관. 한 어린 해골의 꿈에서 시작한 괜찮은 이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내면의 애매한 개념들을 알기 좋게 형상화 시킨 정교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그리고 지식이 많은 인간들이 편리하게 쓰는 개념들이기도 했다.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가? 그럼 상상하면 된다. 


어려운가? 그럼 잠시 고대 유적의 벽면을 빌려 과정을 설명해볼까 한다.

우리 샌즈가 신비한 테미를 쫓아가는 동안에.


먼저, 마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있기에 당신은 웃고, 울고, 말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도 있다. 

마음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또 당신이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메모지나 다른 기록할 만한 것이 없더라도 마음에 그것을 간직할 수 있다.


오,스스로에게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왜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불쌍한 사람, 스스로를 짐승 취급 해선 안된다.


최근에 진심으로 웃어본 적은 있었나?


좋은 일에 감동을 받아, 하다 못해 슬픈 영화라도 보면서 크게 울어본 적은?


주변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거나 들은 적도 없었다고? 


자기만 괜찮으면 타인이 아파도 상관없고, 자기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으면 그만 아니냐고?


음..방금 그건 정말로 슬프게 들렸다.

뭐, 세상엔 태초에 모든 생물은 아메바나 물고기였으며 

괴물은 티끌로 부터 진화했고 인류는 물고기가 진화한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가설도 있다. 


그리고 '신이 168시간 만에 우주만물을 지었으며 인류의 역사가 육천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으론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다고 믿고 있는 이론도 있긴 하다.


어쨌든, 모든 과학자들이 마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방금 사연은 예시에 비하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웃을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신만의 공간을 차지하고자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마음을 제대로 자각할 수만 있다면, 마음 그 자체가 당신이라는 영혼이 거할 집이 되어줄 것이다. 


그는 남녀노소, 국경과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사람(괴물이던,인간들이건)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성은 각각 다르지만, 끝없는 어둠에서도 반드시 살아남고자 하는 뜻.

그래서 마음은 의지(결단)이 발휘되는 통로가 되어준다.

마음은 정말로 편리하고,흥미롭고,또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1. 마음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마음은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이자 땅이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관리할 수록 당신의 삶도 더 윤택해질 것이다.


건물을 세울 때의 마음은 부정적인 생각(짜증,의심,불신,외고집,욕심,자기애,자기혐오 등)에 찌들지 않아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해내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어른도 할 수 있고, 만드는 사람이 어린아이라면 더 잘할 수 있다.


2.도서관의 형태


1)크기

도서관의 크기는 당신의 자유이다. 

중요한 것은, 

도서관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당신의 마음 씀씀이가 큰 것도 아니요

작다고 해서 당신의 마음이 말라 비틀어진 뼈다귀인 것도 아니다.


도서관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당신 스스로 만든 공간이다.

만들어 넣은 책들을 나중에도 꺼내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 존재나 크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알고 있겠지만 마음의 도서관에 한번 꽂은 책은 잊을 순 있어도 버릴 순 없다. 

(예시로 샌즈의 도서관은 책이 엄청나게 많고 또 너저분하다.)

다시 꺼내서 써먹을 생각이 없다면 그 책은 당신에게 아무런 유익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군데 쓸 데는 있다. 

'너는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는 식으로 사실 앞에서 자기방어를 하거나 

'너넨 이것도 모르니? 나는 할 줄 안다.' 하고 다른 사람들을 얕잡아 볼 때 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도서관이 행성만 하다면 찾기 어렵다. 적당하게 만들 것을 권한다. 

소중한 공간을 남용하지 않고, 또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말이다. 

그는 구립 도서관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책장


모든 과정 중에서 책장을 만드는 부분이 제일 즐겁게 느껴질 거라고 확신한다.

어느정도 획일화된 도서관과 달리 책장은 자유가 있다.

구조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 코끼리, 기린, 사자같이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나중에 찾아왔을 때 너무 부끄럽지 않을만큼 적당하게 짓자.


재료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나무,돌,강철 등은 너무 시시하다.

다이아몬드,황금,순은,구리,마호가니,흑단..무엇으로 만들든 구조만 튼튼하다면 책은 그 안에 잘 보존될 것이다. 

호박(琥珀)으로 방 전체를 꾸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3).책

'책'은 당신이 살면서 습득한 '지식'들을 말한다. 

그저 활자나 언어, 그림이나 촉감으로써 존재하는 정보들은 

당신이 그것을 듣고,보고,만지고,먹거나 느꼈을 때 당신에게 기록된다.

대부분의 정보는 한 귀로 들어와서 한귀로 빠져나가나, 

운이 좋다면 마음속에 들어와 한 권의 책으로 남는다. 책들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권 수는 실제 존재하는 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졌던 감정이나 기억들, 말들, 

괴물들의 왕이 잊어버린 어떤 사실이나 지상에 듫끓는 적들이 노리는 것의 정체도 

도서관에서 모두 책으로 구현할 수 있다.


 

4)문

이것은 '도서관'을 만들 때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생긴다. 

평소에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사람도 있고, 굳게 닫혀 있는 사람도 있다. 

주인이 스스로의 도서관을 찾아가고, 한 도서관에서 다른 도서관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이다. 


그래서-


관측한 결과 샌즈는 도서관을 아주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샌즈는 어렸을 탐독했던 역사책의 내용을 떠올리고는, 한권 뽑아서 펼쳤다.

그의 상상력은 끝이 없었지만 그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들은 거의 사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유적'에 새겨진 기록 중 어떤 것들은 샌즈가 역사책에서 배운 것돠 일치했다. 

샌즈는 아직까진 자신이 사실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샌즈의 책들은 페이지 하나, 활자 하나까지도 실제같이 구현되어 있었다.


*


초등학생용 신비한 괴물 역사책. (페이지 130P.)


종족:Temmie(테미,템)


지역-워터폴 서남쪽


설명


고대 역사속에서 테미들을 부르는 명칭은 '템'이다.

'템'들은 태고적 괴물 국가를 건설한 6명의 종족 중 하나였다. 

그래서 테미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초창기 그들은 뛰어난 지식과 배로 주고 말로 받는 사업수완, 

초월적인 귀여움을 가지고 괴물 사회에서 자신들만의 기반을 다졌다. 

괴물과 인간들 모두가 '템'의 귀여운 외모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들의 귀여움과 지지기반을 흡수하려는 세력들도 나타났다. 

'템'들은 특유의 민감함으로 그들의 적의를 본능적으로 느꼈으나 

그들의 호의(Hoi)를 무시할 수 없었다. 


'템'은 두개로 갈라진 세력 모두에게 맞춰주며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델타 룬의 예언자는 '템'들에게 경고했다.


"'템'의 정수가 적의 야욕을 채우는데 이용당하게 된다면, 그때 괴물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템'은 예언자의 경고를 받아들였다. '템'들은 워터폴 한구석에 자리를 잡아 자기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살기로 했다. 

그들은 두개의 세력을 한개로 규합하려는 시도보다는 괴물들 사이에 그저 숨어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템'들은 큰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수명도 매우 길었다. 

그들은 세력에게 이의를 제기한 괴물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템'을 보호하려던 세력도, 이용하려던 세력도 모두 먼지가 되어서 사라졌다. 

조용히 살아가던 '템'들이 다시 일어난 계기는 대전쟁 직후에 일어난 쿠테타였다.


인간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에봇산 밑에 봉인당한 괴물들이 옛 수도에서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가고 있을 때였다. 

용암단지(현재 핫랜드)부근에서 어떤 무리들이 일어났다. 

225명의 변절자들은 자신들을 '볼케이노 이절드'라고 칭했다. 

커다란 도마뱀들은 열에너지를 흡수하여 마법에너지로 바꾸는 특이한 능력이 있었다.


'볼케이노 이절드'의 수장은 드리무어 왕가와는 다른 종류의 '보스 몬스터'였다. 

그들은 우리의 왕인 아스고어 드리무어가 우유부단하면서 비난했다.

답답한 드리무어 왕가를 뒤엎고 자신들이 지하를 정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땅을 파고 올라가 인간들을 섬멸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많은 백성들과 규합하여 반역을 일으켰다. 


그들은 결계 구역(현재의 새 집),눈 밭(현재의 스노우딘),물두멍(현재의 워터폴),용암단지(현재의 핫랜드)을 포함한 모든 퍼즐을 

풀지도 않고 무력으로 때려부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괴물들을 죽였다. 

그저 지나가기만 해도, 눈에 띄기만 해도 전부 죽였다. 그 다음 집(현재의 폐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이 잊어버린 존재가 있었으니, 아스고어 왕의 부탁으로 집 주변에 매복해 있던 '템'들이었다. 

왕에게서 조상의 정수를 돌려받은 '템'들은 맨눈으로 쳐다보기도 어려울만큼 눈부시게 빛났고 매우 강력했다. 

그들은 푹신한 귀와 말랑한 육구의 강력함으로 적들을 때려눕혔고 적들은 그 귀여움에 녹아서 흐물거렸다. 

이윽과 적장의 신체는 먼지가 되었다. 영혼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템'들은 큰 공적을 세워 백성들에게 감사인사를 받고 즐거워했으나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강건한 육체를 가지고 정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던 조상과 달리 후대의 '템'들은 정수를 몸안에 두고 있기 어려웠던 것이다. 

소식을 들은 아스고어 대왕이 도착해 정수를 회수했으나 '템'들에겐 후유증이 남고 말았다. 


'템'들은 자기 종족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유전자 단위로 각인되어 그들의 후손과 자식들에게도 전이되었다.


아스고어 대왕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템'족이 퇴화된 것을 슬퍼했다. 

아스고어 대왕은 기존 워터폴에서 '템'족을 분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퇴화한 '템'족이 구사하는 '테미체'라는 언어가 기존의 언어체계를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스고어 대왕은 처우에 대한 보상으로 '템'족에게 전용 마을을 따로 만들어주었으며, 

그들을 기리는 동상을 세워주고, 생계를 위해 나라 상업권의 1/4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를 '테미'라고 호칭한다.


주1)'테미체'의 기존 언어 파괴 메커니즘은 정보 오염을 막기 위해 파기되었다. 

전염성이 있는 '테미체'의 존재는 사라지고, 현재는 지역 사투리로 정착되었다.

바깥 사회에서 살다가 오거나 대학과 대학원 등 고학력을 취득할 경우, '테미체'를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 연구결과 확인되었다.


항간에는 정수를 흡수하지 않은 다른 '템'족들이 있었고, 

그들은 '템'족의 퇴화에 슬퍼하며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샌즈는 테미를 계속 뒤쫓고 있었다. 

푸른 마법은 쓸려고 할 때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고대문자 떄문에 발동시킬 수 없었으나, 

'지름길'은 건재한 모양이었다. 샌즈는 답지 않게 열심히 걸어서 테미를 따라갔다. 

테미를 찾았을 때, 신비한 테미는 거슨 할아범 발치에서 알짱거렸다.


거슨은 플라위에게 화분을 마련해줄 때 쓴 모종삽을 들고 삽질하던 참이었다.

꽤 파고 들어갔는지 양쪽에 흙더미가 불룩하게 쌓여있었다. 

신비한 테미가 그곳으로 가서 흙으로 장난을 쳤다. 

샌즈는 그것을 한번 흘깃 바라보고는, 신비한 테미의 발자국을 따라서 거슨에게로 다가갔다.


"그래, 이거야."


샌즈가 거슨의 옆에 섰을 때, 노인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어린아이 무릎께까지 판 구덩이에서 삽을 지렛대처럼 찔러넣어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후두둑, 흙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탁, 하고 떨어졌다.

거슨은 땅속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보자기를 풀고 안에 있는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고 샌즈에게 와서 보라고 손짓했다. 그 손짓에 따라 걸음을 옮긴 샌즈였지만, 

어째서인지 발이 더 움직여지지 않았다. 

거슨에게 다가갈 수 없어서 끙끙대던 샌즈의 옆엔 어느새 신비한 테미가 와 있었다.


"미안해."


신비한 테미가 샌즈 발에 건 마법을 해제해주었다. 

그제야 샌즈는 다리를 털고 노인이 웃으며 가리키는 뭔가를 같이 볼 수 있었다.

유적의 고대문자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도 씹어먹을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물체는, 

크고 딱딱하고 각진데다가 커다랬다. 그러나 거슨이 한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는 걸 보면 그렇게 무겁진 않은 것 같았다.  


"이건..."


물체를 자세히 뜯어보던 샌즈는 물체 중앙에 쓰여진 익숙한 형상과 이름에 동공을 크게 좁혔다. 

물체는 피라미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온통 순은과 금으로 장식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염소의 머리가, 한 면에는 '드리무어'라는 글자가 고대 델타 룬으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다른 면에는, 샌즈도 해독할 수 있는 다른 언어가 새겨져 있었다. 

물체의 밑바닥에는 작고 굵은 홈이 파여있어, 

뒤집어서 보면 거기에도 룬 문자로 '드리무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샌즈는 머리를 굴리면서 추론했다. 

왕가의 이름이 새겨진 귀한 재료로 만든 물체, 떠올릴 수 있는 건 한 가지 밖에 없었다. 


"드리무어 왕가의 옥새라네."


물체의 정체를 추측해낸 샌즈에게, 거슨이 나지막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