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뛰었는지 숨이 찼다. 손이 마구 떨렸다.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아가야, 대체 어디 갔다 온 거니!"

아주머니의 품에 폭 안긴 네가 보였다. 넌 한껏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응, 그냥 여행 갔다 왔어요. 혼자 여행!"

어딘가 둘러대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다들 의문은 접어두기로 한 모양이었다.

"우리 자기, 하마터면 내가 실종 신고할 뻔했다구요."
"그래, 어디 갈 거면 간다고 구체적으로 써야지."
"마, 맞아. 핸드폰도 챙기고."
"나오고 나서 생각 났는데 다시 들어가기가 좀 그래서...... 헤헤."
"인간! 아까 샌즈 형..!"

파피루스의 실언에 아주머니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 을 포함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 줄 알아?"

파피루스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넘겼다.

"다들 미안해요."

넌 버릇처럼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아, 근데 샌즈는요?"

너와 아주머니, 그리고 내막을 아는 이들은 그제야 내가 와 있는 것을 알았다.

"아, 샌즈! 나 다녀왔.."

그대로 뛰어들어갔다. 마치 널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세게 끌어안았다. 눈을 감고 얼굴을 묻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왜, 이제 왔어?"
"샌즈......."

넌 너무 놀란 나머지 날 마주 안아줄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이었다. 놀란 건 너뿐만이 아니었는지, 다들 아무 말도 못하고 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넌 먼저 입을 열지 않고 내 말을 기다리는 듯했다. 언다인의 주도 하에 진행된 눈치 작전으로, 이렇게 우리 둘만 있게 되었다.

"나 잘 안 보여."
"쉬이이잇."

그리고 눈치 작전을 펼친 주역들은 몰래 우리를 미행했다.

'다 보인다, 보여.'

넌 눈치 못 챈 것 같으니, 그걸로 됐다.
네 얼굴을 보니, 하루동안 수없이 떠올랐다 가라앉은 수많은 말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진정하자. 말소리에 배어나는 물기를 애써 죽였다.

"어디 갔다 왔어?"
"혼자 여행."

넌 아까와 같은 웃는 얼굴을 했다. 아주머니는 그냥 넘어갔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어.

"정말?"

내 물음에 네 눈빛은 그 새를 못 견디고 흔들렸다. 그래, 넌 거짓말을 못 하니까.

"...... 사실."

잠시 침묵하던 네가 입을 뗐다.

"나 예전에 살던 집에...... 다녀왔어."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었다. 프리스크는 이제껏 에봇산에 오기 전 삶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집?"
"으응."

네가 우리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 갔던 날이 떠올랐다. 당황한 인간 사진사에게 '가족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말했었지. 너에게 가족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게 우리에게, 내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데. 참았던 말들이 쏟아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 욕심쟁이 꼬맹이 같으니라구."

너에 대한 원망 대신 장난스럽게 간지럼을 태웠다.

"아, 새, 샌즈, 그만 해."

간지럼에 약한 너는 웃으며 몸을 움츠렸다. 네 웃음소리에 입 안은 바짝 타들어 갔다. 환하게 웃는 네 모습에 오히려 속이 부글거렸다.

"우리로는 만족이 안 돼?"

'나로는'으로 말하려던 것을 고쳐 말했다.

"...... 응?"
"우리가 가족이라고 했잖아. 사진도 찍고, 응? 근데 이젠 인간 가족한테 가고 싶어졌어?"

나도 모르게 다소 날카로운 말투가 나왔다.

"그, 그런 거 아니야."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차피...... 이미 이사 갔대. 그, 그냥 갑자기 생각 나기도 하고...... 궁금해서."

넌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대답했다. 목이 메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갑갑해졌다. 대체 무엇이 너로 하여금 그 과거를 떠올리게 했을까.

"프리스크."
"응, 샌즈."
"여기가 너의 집이야."

프리스크.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그런데 너무 많아서 잘 나오지가 않아. 네가 우리에게, 내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말하고 싶은데. 나는 아직도, 여전히, 앞으로도 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자, 잠깐 저 녀석 뭐하는 거야......."

지금은 이렇게 대신할게.

"너, 너무 진도가 빠, 빠른 거 아냐......?"
"아, 뭐...... 말보다 행동이 더 나을 수도...... 물론 아까 그 말빨도 족히 360점짜리였지만."
"혀, 형, 너무, 사, 사랑스러......!"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이 생각보다 컸다. 천천히 입을 뗐다.

"파피루스는 안 해줬다던데.
입술이 없어서 느낌이 새롭지, 응?"

넌 귀 끝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붉게 물든 모습이 더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앞으로 어디 갈 때는 꼭 나한테 먼저 얘기하는 거야. 알았지?"
"으, 응."

못다한 말은 천천히 털어놓을게.


P. S.
"...... 알피스?"
"아, 안녕 프리스크."
"나도 있어요, 우리 자기!"
"아, 메타톤도 왔네. 무슨 일이야?"
"아...... 저, 그게."
"각설하고 우선 받아요."

메타톤은 족히 한 다발은 되어 보이는 메아리꽃을 건넸다. 꽃은 유리덮개로 덮여 있었다.

"메아리꽃이네."
"으응, 그치만 평범한 메아리꽃이 아니야. 이건 그러니까, 특별히 '일정 구간을 저장해서 반복 재생'하도록 만든 거야. 말하자면...... 핸드폰 음성메시지 같은 거야."
"설명은 그쯤 하고 얼른 가요."
"아, 응. 이거 꼭, 꼭 혼자 있을 때만 열어서 들어봐. 알았지?"
"어? 응."
"그, 그럼 우린 갈게!"

둘은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프리스크는 방으로 꽃을 가져와 책상에 올려놓았다. 막 뚜껑을 연 순간.

"아가야, 방에 있니?"
"아, 네!"

프리스크는 토리엘의 부름에 답하며 방을 나섰다. 빈 방을 메아리꽃이 말소리로 채우기 시작했다.

"프리스크. 내가 방심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