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27.5  28  29  30 ]




 네 앞의 땅바닥에는 화살표로 표시가 되어있는 증기 배출구가 있었다. 그 주변을 붉은색 파이프가 감싸고 있었는데, 이곳의 뜨거운 환경 때문에 아마 증기가 끊임 없이 배출되는 것 같았다. 너가 좀 더 다가가자, 화살표가 깜빡였다. 좀 더 앞을 보니, 증기 배출구 앞에는 절벽이 있었고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어 다시 땅이 나타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의 구조가 거의 그런 식이었다. 화살표가 있는 증기 배출구와, 용암으로 향하는 낭떠러지의 연속이었다. 화살표들은 모두 증기 배출구에서 증기가 솟아오르는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낭떠러지 앞의 땅이 있는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너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뭘 뜻하는 것인지 알아챘다. 너는 그 증기가 솟아오르는 화살표 위에 섰다.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메타톤이 했던 말을 믿으면서 기다렸다. 이내 증기가 솟아올랐고, 그 증기가 솟아오르는 힘으로 너도 날아올랐다. 


 "우와아!"


 증기의 힘에 빙글빙글 돌면서 일순간 날아오른 너는, 용암에 떨어지지 않고 정확하게 땅 위에 착지했다. 점수를 줄 수 있다면 만 점을 줄 수 있었다. 너는 착지하는 순간에 나름 멋지다고 생각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달려나가서 다음 증기 배출구 위에 올라섰다. 아까처럼 똑같이 날아올라 다음 땅 위에 착지하며 드라마틱한 포즈를 취했다. 너의 멋진 모습에 관중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을 그렇게 날아오른 뒤에야, 너가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살핀 뒤 제대로 된 길이 어딘지 보았다. 정확한 증기 배출구에 올라타서 제대로 된 길이 있는 땅으로 안착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머릿결이 흐트러지는 것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번의 비행이 몸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띄워준 탓이었다.

 또 나아가다 보니, 이상한 기계가 있었다. 흰색의 동그란 기계가 너의 가는 길에 레이저를 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주황색 레이저와 하늘색 래이저가 있었다. 파란색 레이저는 계속 해서 양 옆으로 움직이며 너가 가는 길목에 레이저를 쏘고 있었다. 왠지 둘 다 맞으면 안 될 것 같이 생겼다.


 "이거 그냥 고개 숙여서 지나가면 되는 거 아냐?"


 그 순간에 너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가 온 것 같아서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알피스였다. 너는 뭔가 꺼림칙했지만 전화까지 했으니 받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 그, 안녕! 알, 알피스야!"

 "네."

 "그 레, 레이저를 조심해. 하늘색 레이저는 멈출 때 안 맞고, 주, 주황색 레이저는 움직여야 맞지 않아."

 "그냥 고개 숙여서 지나가면요?" 

 "어? 어, 어떻게 한다고?"

 "이거 그냥 허리만 좀 숙이면 지나갈 수 있어요."

 "오! 그,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그, 그럼, 지나가!, 끊, 끊을게!"


 말을 더듬고,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는 쉬운 방법을 못 떠올릴 정도로 멍청하며, 자기 혼자 떠들기 좋아 하는 괴물이라. 최악의 조합인데? 


 '너무 심하게 말하진 마'


 알피스가 보는 앞에서 도망친 건 너라니까.


 '그래도, 난 알피스 씨가 엄청나게 지루한 말을 할 거 같아서 그랬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야.'


 SNS 메세지도 무시한 것도 너야.


 '그건 너가 시켰잖아.'


 그게 싫은 건 아니잖아.


 '맞아. 메세지는 좀 귀찮을 것 같았어. 그래도 너무 그러진 마.'


 뭐,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내가 뭐라 더 매도할 건 없겠지.

 너는 그렇게 나와 대화하면서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숙여가며 레이저 지대를 통과했다. 어떤 괴물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메타톤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몸체로는 점프를 하거나 숙이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다. 만약 그게 맞다면 이런 퍼즐이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지하 세계의 연예인은 메타톤이지 너가 아니므로 이런 적절하지 않은 레이저 퍼즐에 대해선 더 따지지 않기로 했다.

 레이저들을 모두 통과하니 옆에 있던 기둥에 밝게 빛나는 스위치가 하나 있었다. 왠지 건드리면 안 될 것같이 생겨서 너는 건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무언가의 전원을 켜거나 끄는 장치라면 너가 이곳의 전원을 건드릴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더 앞으로 가니, 아까 봤던 증기 배출구가 또 있었다. 이번에는 네 앞에 있는 화살표의 방향이 마구 바뀌었다. 네 앞으로는 거대한 문이 있었는데, 문의 왼쪽과 오른쪽에 동그란 문양 같은 것이 있었다. 불이 켜져야 할 것 같이 생겼는데, 불이 켜지지 않았다. 너는 일단 왼쪽부터 가보기로 결심하고 화살표가 왼쪽을 가리키는 순간에 맞추어 증기 배출구에 올라 날아갔다. 너는 멋진 포즈를 취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러고 나서 멋있게 일어나서 멋있게 걸어갔다. 그렇게 노력할 필요는 없는데.

 앞으로 가다 보니, 하늘색 레이저가 있었다. 허리를 숙여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 너머에 있던 괴물 두 명이 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교복을 입은 괴물들이었는데, 한 명은 그릴비와 닮았지만 색깔이 초록색인 괴물이었고, 다른 한 명은 묘하게 생긴 생김새에 빨간 모자를 쓰고 빨간 스케이트 보드에 한 발을 걸친 채로 널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그냥 지나갈 수 있구나? 나는 머리가 너무 길어서 닿을 수밖에 없어."

 "그렇다니까! 갑자기 레이저가 켜져서 학교에 못 가는 지경이라구!"


 머리가 길다는 건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을 말하는 건가? 어떤 의미로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예 엎드려서 지나간다고 해도, 불은 위로 솟아오르니까 레이저를 피하긴 힘들 것이었다. 다른 한 명은 딱히 레이저를 통과 못 할 것처럼 생기진 않았다. 둘이 친구기 때문에 같이 있는 거거나, 학교에 가기 싫은 거거나 둘 중 하나겠지.

 너는 그 두 괴물 옆으로 작은 건물이 하나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두 괴물한테 말을 걸었다.


 "혹시, 저 건물 뭐 하는 곳인지 아세요?"

 "응? 여기는 저 바깥쪽에 있는 문을 여는 열쇠가 될 퍼즐이 있는 곳이야. 평소에는 꺼져있는데, 갑자기 퍼즐이 작동 돼서 놀랐다구. 이곳에 있는 퍼즐을 풀고 여기와 반대쪽에 있는 퍼즐을 풀고 나서 문 앞에 가면, 문이 열릴 거야."

 "알려줘서 고마워요!"

 "여기 처음 오나 봐. 난 널 처음 보거든."

 "네, 처음 왔어요. 메타톤이랑 방송을 하게 됐거든요."

 "메타톤?!" "메타톤?!"

 "네."


 두 괴물이 경악을 하며 너에게 다가왔다. 둘 다 너보다 키가 큰 괴물이었기 때문에 살짝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며, 그리고 교복을 입은 두 괴물의 눈빛이 아까 와는 다르게 빛이 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메타톤 님과 방송을 한다구? 진짜? 정말?"

 "메타톤 님과 방송을 한다구? 진짜? 정말?"

 "네, 네……."

 "그러면 나 메타톤 님 사인 좀 받아주면 안 돼? 나 메타톤 팬클럽 회원인데 학교 때문에 사인을 받질 못 했어! 정말이야! 나 좀 도와줘!"

 "그러면 나 메타톤 님 사인 좀 받아주면 안 돼? 나 메타톤 팬클럽 회원인데 학교 때문에 사인을 받질 못 했어! 정말이야! 나 좀 도와줘!"

 "어, 어, 네……."

 "정말 고마워! 꼭 부탁해!" 

 "정말 고마워! 꼭 부탁해!"


 너는 얼떨결에 두 괴물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지금 이 장면이 생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극성맞은 두 여고생 괴물에게 방송에 대한 얘기를 했다간,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알고 싶지 않았다. 너는 두 괴물에게 웃음 지으며 뒷걸음 쳤고, 일단 퍼즐이 있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뒤를 돌아서 내부를 살펴봤다. 이상하게 생긴 게임 화면 같은 게 있었고 네 앞에 조작 기판이 있었다. 네 방향의 화살표와 버튼 하나였다.

 너는 일단 화살표를 만져봤다. 화면에 나타나 있는 검은 상자들이 움직였다. 화면을 대충 보아하니, 노란색이 너고, 하얀색이 목표물 같았다.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보니 화면의 노란 화살표에서 총알이 발사됐고, 총알이 검은 상자에 맞았다. 검은 상자가 그러면서 사라졌다. 한 번 더 누르니 총알이 발사되어 그대로 맞은 편의 하얀색 화살표에 명중했다. 퍼즐을 풀었다는 듯한 경쾌한 효과음이 들려왔다.

 그냥 아무렇게 만졌을 뿐인데 퍼즐을 풀어버렸다.


 '이거, 퍼즐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


 괴물들 퍼즐이 원래 그래.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반대편으로 가자고.

 너는 건물에서 나와 바로 왔던 길을 돌아갔다. 뒤에서 두 괴물이 부탁을 들어달라며 당부했다. 너는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파란색 레이저를 통과했다. 돌아갈 때에도 증기 배출구에 올라 서서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계속 바뀌는 화살표 중에서 오른쪽 화살표가 될 때 올라섰다. 이번엔 오른쪽 땅으로 날아갔다.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탑승감이었다.

 이곳에도 왼쪽에 있던 것과 같이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절벽 쪽에 걸터앉아서 쉬고 있는 두 괴물이 있었다. 괴물이 걸걸하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이거 좀 봐봐. 핸드폰으로 보고 있는데 진짜 인간이랑 똑같이 생겼다니까."

 "요즘 특수 효과가 엄청나긴 하지."

 "저기에 저런 투명바닥도 있었어? 난 몰랐는데."

 "그건 나도 몰랐어."


 괴물들이 대화하는 걸 듣자 하니, 너가 넘어지는 장면 쯤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너는 부끄러워져서 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걸어가서 건물에 들어갔다. 반대편에 있던 퍼즐 게임과 같은 방식이었다. 훨씬 더 간단해 보였고, 너는 몇 번 버튼을 눌렀을 분인데 퍼즐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거기서 나와서 증기 배출구 쪽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빠르게 뛰어갔다. 너가 여기에 오는 장면까지 방송에 나오는 걸 본다면, 저 두 괴물이 너가 뒤에서 그 얘기를 들었다는 걸 알게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너는 증기 배출구 쪽에 다시 서서 돌아갔다. 그리고 거대한 문이 있는 곳으로 증기 배출구를 타고 날아갔다. 거대한 문 앞에 서자, 아까는 켜져 있지 않았던 동그란 문양이 초록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거창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생각보다 웅장한 광경에 너는 '우와…….'하고 소리를 내다가 몇 초가 지나서야 그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그리고 앞에는 증기 배출구가 계속해서 나란히 있었다. 너는 거리낌없이 증기 배출구에 올라 섰고, 날아올라 다음 배출구에 안착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날아올랐다. 그것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넌 하늘색 타일이 박힌 땅에 안착할 수 있었다.


 "와, 또 하고 싶어.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아."


 놀이기구 타본 적 있어?


 "응, 방금!"


 지금 방송 중이야. 말로 하지 마.


 '아, 맞다.'


 너는 입을 틀어막으면서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까지 핫랜드에서 보아온 적갈색의 땅이 아니라 잘 디자인된 하늘색 타일이 박힌 땅이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보니, 어느 순간 조명이 꺼진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졌다. 너는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만 했다. 말하기도 전부터 눈치챘다.


 "인간과, 메타톤이 함께하는, 즐거운 요리 시간!"


 조명이 켜지면서 휘퍼와 볼을 들고, 머리에는 요리사 모자를 쓴 메타톤이 보였다. 너가 서 있는 곳은 방송을 위해 세팅된 듯한 주방이었다.


 "자기, 언다인에게 보여준 실력을 그대로 뽐내보라고요."


 메타톤이 휘퍼를 마이크 삼아 입에 대며 말했다. 너는 씨익 웃으면서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