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크를 부르는 소리는 대답이 없다.
"야, 잠깐 대화 좀 하자."
프리스크는 그 소리가 불쾌할 뿐이다. 어쩌면 자신의 육체를 빼앗은 자에게는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두를 살릴 때 이런 느낌이었구나?"
"...뭐?"
"네가 왜 속죄하고 싶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네."
"이해가 된다고?"
"야, 괴물들 죽이는 것도 일이야 일. 융합체는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지, 샌즈놈은 끔찍한 시간 타령하지, 알피스는 계속 짜증나게 하지... 내가 니 영혼 가질려고 리셋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니까."
차라는 자신의 행각들을 마치 자랑거리마냥 늘어놓았다. 마치 자기도 이해해달라는 소리로 들렸을까. 프리스크의 얼굴은 분노로 새빨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알피스도 죽이고 네 영혼도 얻었지. 처음에는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어. 세상을 멸망시키면서 엄청난 희열도 느끼고. 그 때 만큼 기분 좋았던 순간은 찾기 힘들거야. 근데..."
차라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의외의 말을 꺼냈다.
"외롭더라. 많이."
프리스크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차라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해해, 니가 듣기엔 개소리인거. 근데, 너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 기분을 알아? 이 넓은 세상에서 나 혼자만 남은 기분을 느껴본 적 있어?
솔직히 나, 이런 거 의외로 약하거든.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았어. 근데 일주일, 한 달이 지나니까 우울해지더라. 무기력해지고. 더 있으니까 환청까지 들리고...미치는 줄 알았지. 그래도 내가 주도권을 계속 갖기 위해선 멀쩡한 척을 하는 수밖에 없었어."
프리스크도 차라에게 주도권을 뺏긴 이후로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기에, 약간은 공감이 되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차라라는 사실이 달갑지 않긴 했지만.
"그러다 재미난 생각이 들었어. 지금까지 모두를 죽여봤으니, 한 번 모두를 살려보는게 어떨까? 내가 모두를 살려도 융합체는 나타날까? 알피스는 어떻게 반응할까? 모든게 궁금해진 나는 다시 되돌렸지. 그래, 소위 말하는 '불살 엔딩'을 위해 리셋을 선택했어."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 재미도 없었고. 그냥 다시 죽여버릴까 생각도 했어. 그런데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괴물들을 보니까, 이전과는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거야! 야, 이런 즐거움도 있었구나 하고 만끽했지. 파피루스랑 데이트하고, 언다인이랑 요리하고, 알피스랑도 데이트하고...
물론 예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네 주도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재밌었지."
프리스크의 머리는 점점 복잡해져간다. 나름대로 주도권을 어느정도 잡았다고 좋아했는데, 결국 이것도 차라 덕분이었군. 여전히 손바닥 안이구나. 이제 볼 것 다 봤으니 다시 모두를 죽이겠지? 그럼 난 어떻게 되지? 지하의 괴물들은 어떻게 하지? 결국 이렇게 반복되는건가...
프리스크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져간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차라는 피식 웃더니, 예상치 못한 제안을 건네었다.
"이 몸, 그냥 너 가져."
차라는 몸의 주도권을 양보하고 있다.
그렇게 원하던 몸의 주도권이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엄청난 제안에 당황한 프리스크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냥 귀찮아서 그래. 어차피 여기서 누릴 건 다 누렸으니, 이젠 좀 쉬어야지. 이제와서 죽인다고 한들 융합체하고 싸우는 것 말고 더 없잖아? 게다가 네 주도권도 강해졌으니, 더욱 골치아파질 것이 뻔하지."
"...너, 모두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
"예전에는. 근데 죽이는 것도 물리더라. 좀 지치기도 하고. 지금와서 니 주도권 뺏어봤자 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이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니 맘대로 해. 난 그냥 공허로 가서 알피스랑 놀련다."
차라는 몸의 주도권을 건냈다.
프리스크는 머뭇거리더니, 그것을 조심스레 가져갔다.
마치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은 어린아이처럼, 프리스크의 얼굴이 미소로 가득찼다.
"...고마워."
"넌 여기서도 고맙다는 말이 나오냐."
차라의 몸이 점점 흐려져간다. 주도권을 잃은 차라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차라는 영원한 휴식을 위해 공허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차라의 얼굴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피를 갈망하는 얼굴도, 학살을 즐거워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프리스크가 지금까지 봐왔던 차라의 얼굴 중 가장 편안한 얼굴이었다.
"앞으로 만날 일 없게 하자고, 파트너."
프리스크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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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 언더메이트에서 살인마로 나오는 차라가 불살루트에서 감화되는 걸 보고 싶었을 뿐.
매번 언더메이트를 챙겨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어. 저런 애가 불살루트를 타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에서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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