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잠자코 마우스를 몇번 눌렀다.
괴상한 키워드 몇 개가 계속해서 게시판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영 석연치가 않았던 덕분이였다.
'뼈박이'
"어이쿠, '골' 때리게 양호한 키워드네."
샌즈는 아주 온화한 표정을 온 얼굴에 가득 띄운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 그런데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에서 묘하게 뼈마디가 서로 거세게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듯한 끼기기기긱....하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계속 난다는 것과, 다른 한쪽 손에는 무언가 수상해보이는 서슬 시퍼런 아우라가 감돌고 있다는 사실은...글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마도.
'샌즈 야짤'
샌즈는 아무 말 없이 그 글을 따닥, 하고 마우스로 내리눌렀다.
왠지 그 글 속 자신은 진땀을 좀 과할 정도로 많이 흘리고...또 묘하게 정신이 나가서 '하아끄 하아끄~'라는 의성어를 3초에 한번꼴로 토하듯이 내뱉고 있는 멋진 모습이였다.
그리고 샌즈의 표정은 더욱 더 온화해졌다.
동시에 왼쪽 손에서 심상찮게 피어오르는 아오라가...좀 더 심하게 색깔이 선명해진 듯하지만 아마 그것도 기분 탓일 것이다.
'파피루스 야짤'
....
....씨발.
샌즈는 역시나 아무 말 없이 그 게시글을 눌렀다. 이번에는 그 모습이...마치 게시글 위를 향해 칼이나 창을 내리찍는 듯한 모습과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더욱 기분이 째질듯이 '좋아'졌다. 왠지 그 밑에 깔려있는 게 자기인 것 같기도 하고...오, 정말 누가 창작해낸건지는 몰라도 과연 이런 쪽 교육을 도대체 어디를 통해 받았는지, 공중에다가 띄워놓고 이쪽저쪽 땅바닥에다가 마구 패대기치면서 한번만 물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프리스크 야짤'
...
....어, 잠시만.
자신의 저질체력같이 약한 쿠크다스급 정신력이 단 3개의 키워드만으로 완벽히 산산조각난만큼, 만약 하나라도 비슷한 게 더 나왔다면 지금 샌즈의 컴퓨터 모니터는 신나게 폭발하면서 창문 밖으로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좀...너무 색다른 게 나와서 그런지, 샌즈의 머리 자체가 몇초 동안 굳어버린 듯 했다. 덕분에 모니터는 4~5년간동안 부지해왔던 그 실낱같은 목숨을 조금이나마 더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후, 고개를 휘휘 휘저으며 애써 덮쳐오는 번뇌를 떨쳐낸 샌즈의 표정은 아까 자신이 그 괴상한 그림에서 하고있었던 표정과 얼추 비슷하게 변해있었다. 조금 다른 걸 집어보자면, 아무래도 입에서 최소한 그 혐오스러운 의성어를 뱉어내지는 않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이런.....어우....'
샌즈는 최대한 페이즈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방금 목격한 그 제목을 다시 한 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푹 떨군다.
자기같은 해골이나 뼈다귀 종에게 성별이라는 게 있는지는 샌즈 자신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자신의 정신적 성향은 수컷(?) 쪽에 더 가깝겠지만, 그 덕에 지금 샌즈의 갈비뼈 속은 바짝바짝 말라들어가는 중이였다.
'샌즈...뼈다귀야...정신차려라, 정신...뭘 생각해야되나...번뇌와 잡념...이런, '골' 때리는...'
이제는 왠 두 개의 뼈다귀가 머릿속에 나타나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깃털날개, 다른 하나는 왠지 뼈다귀를 하나하나 이어만들어 날개와 꼬리를 단-개인적으로 샌즈는 외양만 봤을 때는 후자가 마음에 들었다-녀석이였는데, 샌즈의 정신머리는 그와 별개로 언제 멈출 줄 모르는 '호기심의 급류'에 휘말려 저 멀리 떠내려가는 중이였다.
이윽고 샌즈는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머릿 속의 온갖 잡지식, 상식들을 긁어모은 결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3초후---
샌즈는 숨을 깊게 들여마셨다.
이제 그림이 로딩되는 동안 잠시 마음의 준비, 그리고 마음속으로 프리스크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싹싹 빌어댈 여유쯤은 있ㅇ...
"뭐봐?"
샌즈는 자기 허리의 오른쪽 방면에서 그 목소리가 툭, 하고 무심한듯이 튀어나왔을 때, 진짜로 온몸의 뼈마디가 전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기분이 들었다.
"아, 안녕, 꼬맹이!! 어,오,언제 왔어?!!"
자기 딴으로는 평정을 가장한다고 한 말이겠지만, 평정심보다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있음이 훨씬 더 덧보이는 답변이였다는 것은 아마 에봇산에서 제일 눈치가 바닥나기로 유명한 괴물이라고 해도 알아챌 사실이였다.
참고로 샌즈의 왼쪽 손은 키보드 위에서 다소 기괴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가 '뭐해'의 'ㅁ'자가 들리는 그 순간 시퍼런 아오라를 풀어내면서 Alt+F4를 내리찍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테미가 대학 입학했다가 졸업하는 속도보다도 약 5.5배 정도를 빠르게!
아, 눈 앞에 닥친 위기는 그 당사자를 더욱 냉철하고, 민첩하게 바꾸어놓는다더니, 이 얼마나 자명한 진실인가.
....그리고 잠시동안 침묵...
정말 재빨랐던 대처에도 불구하고, 샌즈는 무언가 불길하고 끔찍한 시간이 찾아올것같다는 예감이 척추를 타고 축축하게 흘러내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 속에서는 이미 시끄러운 애옹애옹 소리와 함께 빨간 불빛의 사이렌이 어지러울 정도로 마구 회전하고 있다.
그 불길함이 제발 자신이 위기상황앞에서 너무 민감해진 덕분이길 바랬지만...
"샌즈, 근데..."
옆에서 쫑긋히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가는 눈매의 단발머리 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소 무심하지만 호기심으로 가득찬 투로 말문을 열었다.
오, 프리스크, 제발.
내 불길한 예감을 현실로 바꿔놓지는 말ㅇ....
"'박이'....가 뭐야?"
...소녀는 천진난만하게 그렇게 물었고...
.......동시에 샌즈의 머릿속에서 계속 빨갛게 번쩍이던 등이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났다.
그리고 그걸 뒤이어 샌즈의 머리 안을 꽉 채운 문장이 딱 하나 있었다.
아주 간단하고...또한 온몸의 뼈라고는 '뼈'를 전부 빼버린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오...............................................................씨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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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스노우딘 마을의 그릴비네 바에는 마을의 명물 뼈다귀 형제 중 한 명이 몇시간이고 한자리에 못박힌 채로 앉아있었다고 한다.
바로 옆자리에서 자기자신을 상대로 100전 100패의 환상적인 포커승률을 보여준 래서도그가 자기 친구에게 속닥인 바로는,
그 해골은 말없이 탄산음료잔을 하나씩 건네주는 그릴비에게서 잔을 받아드는 것 외에는 그자리에 굳어있었으며, 표정은 그야말로 나라 하나를 통째로 잃어버린 듯한 비통함에 웃는 건지 우는건지 구별이 안갔다고...
...그리고 다음 날에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반쯤 충격으로 굳어버린 토리엘이 스노우딘에 도착해 해골형제네 집 우체통에 이상한 편지를 하나 쑤셔놓고 아무 말 없이 돌아가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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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디스용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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