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복도를 둘러봤다. 위로가는 문이랑 내려가는 곳 둘 중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문 옆에 아까 만난 프로깃이 보였다. 프로깃은 개굴거리며 내게 말을 했다.

"개굴. 개굴.(실례할께, 인간. 괴물들과 싸울때를 위한 조언 하나 해줄게. 특정 행동을 하거나 거의 쓰러뜨릴때까지 싸우면 말이지..괴물들은 너랑은 더 싸우려 하지 않을 거야. 괴물이 너랑은 싸우고 싶지 않아하면, 부디.. 자비를 보여줘 인간..) 개굴."
"...가증스럽네"

프로깃은 내말을 듣고 흠찟했다. 무릎을 굽히고 대답을 이어갔다.

"먼저와서 시비를 걸었는데 겨우겨우 이겨놓으니까 자비를 베풀라고? 그럼, 내가 이자리에서 너와 네 가족들을 죽이려고 달려와. 너는 목숨걸고 싸우다가 겨우겨우 제압했는데 너와 네 가족을 죽이려는 나를 용서해주겠어?"

프로깃은 땀을 뻘뻘 흘리다가 결국엔 시선을 회피하고 '아니..' 라고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자비고 나발이고 나는 내 판단에 따라 살리거나 죽이거나 할꺼야. 그러니 그런 조언은 필요없어."

나는 프로깃 옆에 있는 문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서럽게 울면서 뛰어가는 프로깃의 모습이 보이지만 무시했다. 울린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죽어가는 적을 치료해줄만큼 그런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위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에 들어가자 막다른 방이 나왔다. 양 옆에는 아까 넘어왔던 개울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으며, 방 중앙에는 대리석으로 조각한 작은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 위에는 사탕이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가 있었다. 그 옆에 '하나만 가져가시오.' 라고 적힌 쪽지가 있었다. 나는 바구니째로 들고..

"바구니를 들고가는게 아니라, 사탕 한 개 만이야!!!"

유령이 바구니를 들고가려는 모습을 보고 놀래서 소리쳤다. 나는 쪽지에 적힌 하나가 꼭 사탕을 지칭한게 아니라고 반박하자 유령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유령에게 할말 없으면 가본다고 했다.

"잠깐만!! 여기에 여러개 있는게 사탕밖에 없잖아! 그리고 아까도 그렇지만 좀 착하게 대해줄 수 없어?"
"뭐가?"

화가난 나는 유령을 봤다. 유령은 좀 놀랬는지 잠시 주춤거리다 말을 했다.

"착하면 모두에게 신뢰를 얻고.. 무엇보다 다같이 행복..."
"그래서 내가 얻는게 뭐야? 그들의 신뢰? 그게 다잖아. 실질적으로 착해봤자, 아무런 도움안돼. 오히려 이용만 당하다가 비참해지는거야."
"하지만..나는.."
"여기저기서 날 교육하려고 하는데 난 이미 배울만큼 배웠다고 생각해. 그러니 그만해."

나는 바구니를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 사탕한개를 집어 들었다. 사탕에 괴물사탕이라고 적혀있다.


'네이밍센스 진짜 구리네.'


사탕을 주머니에 넣고 손가락이 약간 끈적여 손가락을 비볐다. 감초향이 나는 듯하다.

"할 말 다했지?"

유령은 뭐라 더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령을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방 아래로 내려가는 중 위에서 '아아아아...' 라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곤충도 새도 아닌 것이 날아와 얼굴과 부딫쳤다. 딱히 아픈건 아니지만 지나가다가 재수없게 뺨을 맞은거 같아 기분이 나쁘다.

"용...용서해주세요.."

어릴 때 흔히 읽는 동화책에서 나오는 요정이 이렇게 생겼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절반은 동심이 깨져 울었을 것이고 나머지는 신기하다고 꿀벌 날개에 나비 더듬이를 가진 이 괴물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것이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괴물은 눈물을 그렁그렁 맺히면서 용서를 구했다. 뺨 맞은 기분이지만 이렇게 용서를 구하니 딱히 아프지도 않았고 내앞에 눈물을 쏟아내는 녀석이 귀찮아 그냥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런데 다른의미로 해석했는지 더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난 괜찮으니..."
"우에에에에에엥!!!"

내가 괜찮다고 말하기도 전에 괴물은 눈물을 쏟아내면서 도망쳐버렸다. 뭐 저런게 다 있어 한동안 쳐다보다가 다음 방으로 갔다.

복도가 끝없이 펼쳐지다가 자리에서 멈췄다. 복도 바닥이 갈라져있어 함부로 걸어가다간 무너질거 같았다. 주위 바닥이 얼마나 튼튼한지 바닥을 손으로 살짝 눌러봤다. 다행이 위험해 보이는 곳을 제외하곤 괜찮을거 같다.

"걱정마. 저기는 보기와 다르게 쉬.. 너 어디가?"

귀찮은 유령이 또 나타나 참견한다. 나는 뒤로 잠시 걷다가 달려가 바닥이 갈라진 곳을 뛰어 넘었다. 반대쪽이 충격으로 부숴질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다. 먼지를 털고 일어나 다음으로 넘어갔다. '....와우.' 라는 감탄사가 들리니 조금 쑥쓰러웠지만 무시하고 갔다.

"있잖아! 아까 너 너무 멋있었어!! 어떻게 넘어갈 생각을 한거야?"

유령은 계속해서 듣기 부끄러운 말을 계속 했다. 이 말많고 참견 많은 유령을 때놓으려면 종교를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수녀와 같은 성직자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다음 방에는 중앙에 제법 큰 바위와 가시발판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까처럼 뛰어 넘을까 하다가 뛰어 넘기엔 높아 잘못하면 다칠거 같았다. 바위 조금 앞에 스위치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발로 눌러봤다. 가시가 사라졌다.


'간단한 퍼즐이라 다행이네.'


이제 바위를 밀어내려는데 생각보다 안움직였다.

"좀 도와줄까?"

사양했다. 누군가한테 도움받는건 필요없다고 말하니 유령은 흐음.. 거리며 멀뚱하게 쳐다봤다. 밀어내도 꿈쩍도 안하는 바위가 원망스럽지만 계속 쳐다보는 유령 때문에 짜증난다.

"힘들어하니까, 도와줄께."
"필요없어."
"이러다 체력 다 소모되서 괴물한테서 질텐데?"
"...알았어. 도와줘."

유령은 잠시 몸을 빌린다며 내가 결정하기도 전에 들어와 바위를 밀어 스위치를 눌렀다. 가시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와 함께 유령은 몸에서 빠져나왔다.

"어때?"
"허락맡고 사용하던가."
"나한테 할 말은 그것뿐이야?"

유령은 기다리는거 같았다. 뻔하지..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말을 요구하고 있다.

"....고마워."

유령은 뿌듯해하며 웃고있었다. 언젠가 저 유령을 성불시킬 것이라는 의지가 차올랐다.

 

 

다음방으로 걸어가면서 이 유령은 쉴 틈도없이 떠들었다. 입이라도 막으면 좋겠건만 유령에게 입을 막아봤자 손이 바로 통과해버릴테니 이곳을 탈출하면 바로 해야하는 일 첫 번째로 이 유령을 성불 시켜버리는 것이다. 유령 표정이 안좋은거 보면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다. 복도를 걷다가 자리에서 멈췄다.

"이런."

바닥 전부 다 깨질 것 같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냥 걸어가면 바닥으로 추락 할거 같은데 책에서 호수같은 얼음빙판에 엎드려서 기어가면 빠질 위험이 적어진다고 본거 같아 따라하려는 중 유령이 말을 했다.

"힘들게 엎드려서 갈 필요 없어. 날 따라와."

유령은 발자국 보여주면서 내가 가야할 길을 보여줬다. 한 발자국 나아가면서 신기하게도 무너지지않고 평범한 길을 걷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았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유령은 '어때? 이런거 재밋지 않아?' 라며 웃었다. 물론, 나는 별로라고 대답했지만. 유령은 너무하다며 우는 시늉을 했다.

마지막 방이라고 생각하면 또 퍼즐을 풀어야 나오는 방이 나오고 이제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바위를 밀어 가시발판을 없에는 방법이다. 다른 점은 무려 3개나 있다는것!

"이제 질렸어.."

좀 쉬고 싶어 마침 보이는 푸딩모양 의자에 앉을려고 했다. 손을 대자 끈적감에 놀라 바로 치웠지만 이미 손은 끈적한 액체로 인해 버려졌다. 보아하니 의자로 앉을려고 했던 것은 괴물이였나보다. 얼마나 놀랬는지 위, 아래, 좌, 우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안."

괴물은 아까보다 더 요란하게 움직였다. 계속 사과를 했지만 사과를 하면 할 수록 더 요동칠뿐 가만히 있질 않았다. 사과하는 것에 지친 나는 그냥 가만히 냅두고 앉아 휴식을 취했다. 요동치던 몸부림이 갑자기 멈추더니 꾸물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

"우와.. 이제 너도 자비를 할줄 아는구나! 잘했어!!"

유령은 내게 이런식으로 자비를 베풀면 된다고 칭찬을 했다. 나는 한게 없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위를 옮길려는데 유령이 '흠흠..' 거리며 자기를 어필했다. 또 몸을 빌려달라는 거겠지. 이번엔 어림없다.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계속 밀었다. 아까보다 쉽게 밀리지만 3개를 밀라니 좀 지친다. 첫 번째 바위와 두 번째 바위를 겨우겨우 스위치까지 밀고 마지막 바위를 옮기려는 중이었다.

"어허! 이보쇼! 누가 밀어도 좋다고 했지?"

바위가 말을 했다.

"...내가."

'잠깐만!' 이라는 마지막 바위의 말을 무시하고 억지로 밀었다. 바위는 귀가 아플 정도로 비명을 지르다가 스위치까지 닿자 이내 멈추었다. 가시발판이 없어지고 건너자 뒤에서 '억지로 바위를 미는게 어디 있어?!!' 라며 온갖 욕을 하고있었다. 그냥 한번 뒤돌아 보자 '아무것도 아니야, 힘센 깜찍이?'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으로 바위를 부수고싶다고 생각했다.

"하, 저 바위녀석. 원래는 자기 요구 들어줄때까지 스위치 방향으로 절대로 안갔는데.. 네가 억지로 밀어 버리니까 속 시원하네."

유령이 속 시원하다면서 바위에 대한 온갖 험담들을 퍼부었다. 어지간히 쌓였는지 바위에 대한 욕으로 책 한권정도 나올거 같았다.

복도를 지나다가 체력을 채워주는 빛 옆에 탁자가 있었다. 얼마나 오래됬는지 치즈가 아예 늘러붙었다. 지친 몸을 회복하고 다음 복도로 걸어갔다. 벽에서 '찍' 하는 쥐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퍼즐이 없는거 같았다. 왜냐면 다음 방으로 넘어가야하는 길에 다른 유령이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유령들은 다 귀찮게 하네."
"야! 나는 쟤랑 다르다고?!"

옆에있는 유령은 본인이랑 누워서 자고있는 유령이랑 엄연히 다르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좀 틀린게 있다면 자고있는게 아니라 자고있는 척 하는 유령이지만.

"일어나."
"zzzzzzzzzzzzz"

유령이 큰소리로 'z' 를 말하면서 자는 척을 하고있다. 안 일어나니 그냥 밟고 가야겠다.

"잠깐!! 어떤 사람이던 괴물이던 그건 실례야!!"
"그럼 네가 깨울래?"

유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령이 유령을 깨우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유령은 자고있는 척 하고있는 유령을 건드렸다. 손이 그대로 통과했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있지, 너말이야.. 네가 자리에서 안일어나면 밟고 지나갈까 생각 중인데 어떻게 생각해?"

유령은 파랗게 질리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오...........미안해.........' 라면서 길을 비켜주었다.

"앞으로 방해안되게 길에서 눕고 다니지마."
"오........걱정해주는거야.............?"

유령은 '헤......' 하며 홍조를 띄었다. 어째서 웃고있다?

"아무튼 난 먼저 가볼께."
"오, 기다려...."

나는 그냥 가던 길을 가보려는 중 유령이 꿈틀꿈틀 거리며 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것 봐봐....이건 '신사 블룩'이야. 마음에 드니......"

유령은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아니 별로.' 라고 말하고 싶은데 내 반응을 애타게 기다리는 유령을 보니 차마 그렇게 말은 못하겠다. 그냥 대충 '괜찮네' 라고 말했다.

"맙소사.....평소엔 아무도 없어서 오는건데...오늘은 친절한 친구를 만났어....오, 또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나중에 봐...."

유령은 사라졌다. 이제 출발하나 싶었더니 다시 나타났다.

"오......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물어 봤어.....내 이름은 냅스타 블룩이야......그냥.....블루키라 불러줘...."
"프리스크."

블루키는 '오....' 거리며 '멋진 이름이네' 라고 말했다. 내 옆에 있는 유령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럼 옆에 있는 너는......?"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이름을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안물어 봤으니까 모르지.

"나? 내 이름은....."
"오.....그러고보니.....닮았어.....이름이.....체리?"
"그건 모르겠고. 내 이름은 차라야."

차라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눈에 보이지않지만 뒤에서 후광이 나오는듯 했다. 블루키는 '오....너도 멋져....챠랴' 라며 차라의 심기를 건드렸다. 챠랴가 아니라고 소리치자 블루키는 '오.....쓸데없는 소리를 했어. 미안해...오.......'라며 사라졌다.

블루키와 헤어지고 위로 올라가다가 푯말이 보였다. '잊어버리셨나요? 거미 빵 판매점은 바로 내려가셔서 오른쪽 입니다. 와서 거미가 만든, 거미를 위한, 거미음식 드셔보세요!' 라고 적혀있다. 이게 음식이라고....? 당신은 경악했다!!

"너 내 생각 읽지 말랬지."
"미안, 그래도 재밋잖아?"

다음 방으로 넘어 가려는 중 차라가 물어봤다.

"그러고 보니. 왜 안물어 본거야? 내 이름? 안궁금했어?"

딱히 궁금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는 여기서 나가면 다시 만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면 너는? 너도 내 이름 여태까지 몰랐잖아."
"....그건 그렇네. 하하..이제 서로 알게 되었으니 상관없잖아?"

순간적으로 봤다. 조그맣게 말한 입모양으로 '알고 있었어.' 라고 말한 것을.. 나중에 성불보단 이 유령의 아주 강력한 약점을 찾아내 괴롭히다가 더이상 지내지 못하게끔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조금 욕심내서 3~4화까지 올려

내일부턴 2개만 올리고 19화 이후 1개씩 올릴꺼

진짜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연재 허락 고마워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