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일어나! 아침먹어야지!\"
\"으으...\"
\"형!\"
\"가아...\"

샌즈는 소파에서 몸을 굴렀다.

쿵!
\"억!\"

반쯤 잠에 빠져있던 샌즈는 바닥에 엎드린 체 다음부턴 침대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방이 난장판이란 걸 기억해내곤 역시 그냥 소파에서 자자고 마음먹었다.

\"오늘 아침은 뭐야?\"
\"위대한 파피루스님의 역작! 크림스파게티야!\"
\"...\"
\"왜?\"

샌즈는 자리에 앉아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다 입을 얼었다.

\"파피루스.\"
\"엉?\"
\"\'크림\'스파게티를 먹으면... \'트림\'이 나올까?\"
\"녜에에에에에!!!!\"

샌즈는 소리지르는 파피루스를 보며 오늘 하루도 매우 보람찬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

\"오, 오랜만이에요, 토리엘.\"
\"어머, 안녕하세요, 샌즈.\"

초소에서 낮잠이나 잘까 생각하던 샌즈는 마침 걸어오는 토리엘에게 인사를 건냈다.

\"음... 전 안\'녕한\'데 오늘도 스노빌은 \'영하\'네요.\"
\"아하하하!\"

토리엘은 샌즈의 개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크게 웃었고 샌즈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분 좋은일 있으셨나봐요?\"
\"네, 오늘 프리스크가 저한테 초콜릿을 주더라고요.\"
\"초콜릿?\"
\"네. 오늘은 인간들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면서 주던데요?\"

띠리링띠리링
\"아, 잠시만요, 토리엘. 여보세요?\"
\"샌즈! 와서 나 좀 도와라!\"

수화기 너머로 언다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뭘?\"
\"동생이랑 같이와!\"


샌즈는 언다인이 전화를 끊자 여전히 제멋대로 인 녀석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음... 토리엘, 전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요. 가봐야겠네요.\"
\"저도 이제 학교로 가봐야겠어요. 다음에 봐요.\"

=========

\"언다인! 우리왔어!\"
\"오! 왔냐!\"
\"어... 어서와.\"
\"이건 다 뭐야?\"

샌즈는 못과 판자로 땜질한 탁자 위에 놓인 것들을 보고 물어봤다.

\"뭐긴 뭐야? 초콜릿 만들 재료지! 인간들은 오늘 초콜릿을 만든다고!\"
\"그게 우리랑 무슨상관인데?\"
\"어... 앞으로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려면 우리도 뭔가 알아야하지 않을까 해서...\"
\"그럼 이 초콜릿을 만들면 인간과 친해지는 건가?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의 스파게티와 함께라면 시너지가 엄청나겠군!\"
\"좋은 기세다, 파피루스!\"

파피루스는 인간과 친해질 수 있다는 말에 눈을 빛내며 의지를 불태웠고 언다인은 처음부터 무언가 달아올라 있었다.
샌즈는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드는 법은 알아?\"
\"당연하지! 어제 밤새서 애니를 보면서 공부했다고!\"
\"언다인은 역시 대단해!\"
\"좋아! 바로 시작하자! 알피스! 처음에 어떻게하는 거였지?\"
\"어? 아... 일단 초콜릿을 녹이는 거였는데... 중탕을 한다 그랬어.\"
\"중탕?\"
\"그게...\"

그나마 인간 세상에 대한 지식이 가장 많은 알피스의 지시에 따라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해서 너무 뜨겁지 않게, 초콜릿에 물이 안들어가도록 해서 녹인다.\"
\"녜엑? 이미 들어갔는데?\"
\"어? 어...어쩌지?\"
\"뭘 고민해! 증발시키면 되지!\"

언다인은 옆에다 버너에도 불을 붙였다.

\"하지만 언다인, 직접 불에 하지 말라고...\"
\"괜찮아! 순식간에 증발시켜버릴테니까!\"
\"잠까...\"

언다인은 레인지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확 돌려버렸다.

화르르륵!!!
\"어? 어라? 이거 너무 센데?\"
부화아악!!!
\"녜에에에에에엑!\"
\"느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

=========

\"이번엔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해.\"
\"걱정 마!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은 절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니!\"

언다인이 다이얼을 돌릴때 집 밖으로 도망쳤던 샌즈가 다시 돌아왔을 때, 부엌은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남아있던 셋 모두 요리를 망쳤다며 우울해 하는 모습에, 샌즈는 무심결에 다른데서 만들면 되지 않냐고 했다.
그리고 샌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괴물은 남은 재료를 챙겨 샌즈와 파피루스의 집을 점령해버렸다.
샌즈는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집 부엌에서 의지를 다지는 괴물들을 보며 말했다.

\"근데 이거 초콜릿을 녹여서 만드는 거면 처음부터 그냥 주면 되지 않아?\"
\"무슨 소리야 샌즈.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언다인의 대답에 다른 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걸 다 만드시겠다?\"

샌즈는 자신의 키만큼 쌓여있는 초콜릿의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줘야하는 괴물이 얼마나 많은데!\"
\"알피스! 이거 잘 안 녹아!\"
\"어... 원래 그렇데.\"

3분뒤 처음으로 초콜렛 하나를 녹인 괴물들은 그걸 다른 그릇에 부었다.

\"그리고 녹은 초콜릿과 생크림을 섞어준다.\"
\"내게 맡겨! 느아아아아아!!!!!\"
\"꺄아악! 언다인! 다 튀잖아!\"

언다인이 그릇에 생크림을 붓고 마구 휘저으면서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앗! 미안 알피스.\"
\"언다인, 그냥 내가 섞을게. 넌 냄비를 하나 더 올려서 같이 중탕을 해줘.\"

그렇게 언다인과 파피루스가 중탕을 하고 알피스가 섞으면 샌즈가 그걸 밖에있는 눈덩이들 사이에 파묻는걸로 분업이 되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마지막 초콜릿이다!\"
\"앗! 이런... 생크림이 다 떨어졌어.\"
\"이런, 빨리 주워.\"
\"샌즈, 재미없어.\"
\"이미 다 녹은 초콜릿은 어쩌지?\"

알피스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파피루스가 소리쳤다.

\"걱정말라고!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이 녹은 초콜릿을 쓸 대가 있으니!\"

=========

\"프리스크! 너도 하나 받아!\"

알피스는 프리스크에게 초콜릿을 건내줬다.
초콜릿을 받은 프리스크는 고맙다고 말했다.

\"...오...파피루스...난 유령이라...초콜릿을 못먹어...\"
\"그리고 전 기계라 못먹죠! 하하!\"
\"그것 참 아쉽군! 하지만 걱정마라! 이 위대한 파피루스님의 초콜릿 스파게티는 먹을 수 있을거야!\"
\"...오...\"
\"어...\"

파피루스의 말에 둘은 난감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 갑자기 메타톤이 말했다.

\"아 이런! 곧 방송시간이내요! 가봐야겠어요!\"
\"그래? 그것 참 아쉽네!\"
\"저도요! 블루키! 내 몫까지 맛있게 먹어줘!\"
\"...오...\"

냅스타블룩이 침울한 소리를 냈다.
그때 그 모습을 보던 아스고어가 말했다.

\"메타톤, 여기서 방송을 하면 되지 않나?\"
\"...예?\"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폐하!\"
\"하, 하지만 방송장비가...\"

그때 초콜릿을 나눠주던 샌즈가 옆에 있는 알피스에게 물어봤다.

\"알피스, 방송장비 여기서도 쓸 수 있어?\"
\"음... 두세시간 정도라면... 가능할거야.\"
\"그렇다네~\"
\"으... 그게... 방송을 뭘 해야할지도...\"

그 말을 들은 언다인이 소리쳤다.

\"뭘 고민해! 발렌타인이지 발렌타인!\"
\"그래요, 지금 이걸 내보내면 되겠네. 괴물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토리엘도 밝게 웃으며 언다인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그럼 걱정 없겠구만!\"
\"...................예... 폐하...\"

==========

결국 오늘 메타톤 방송은 스노빌에서의 발렌타인데이가 나갔다.
대충 발렌타인데이의 의미와 초콜릿 만드는 법 등을 설명해주었고, 이 방송으로 인해 한 달 뒤에 있을 화이트데이가 괴물들 사이에 유행하게 되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여튼, 방송에서는 그나마 제일 전문가인 알피스, 요리사 대표 토리엘, 그리고 인간 대표 프리스크의 토크쇼로 시작했다.
하지만 곧 프리스크와 메타톤의 예전 그 최고 시청률을 뚫은 쇼를 다시보고 싶다는 전화가 쏟아졌고, 그자리에서 즉석으로 둘의 쇼가 진행되었다.
둘의 역동적이면서 화려한 쇼에 시청률은 또다시 최고치를 갱신했고, 메타톤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배터리가 다되어 쓰러졌지만 후회따윈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쓰러진 메타톤을 언다인과 알피스가 챙겨가고 초콜릿도 전부 나눠주어서 자연스럽게 괴물들도 다 흩어졌다.
파피루스는 자신의 스파게티를 아무에게도 맛 보여주지 못했다며 약간 우울해했지만.

\"그럼 가볼게요, 샌즈, 파피루스.\"
\"안녕히 가세요, 폐하! 인간도 잘가!\"

토리엘이 프리스크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자  프리스크도 다른 손을 흔들었고 파피루스 역시 밝게 인사해줬다.

\"잠깐만.\"

샌즈는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을 꺼내 들고있던 초콜릿을 프리스크에게 쥐어줬다.

\"발렌타인데이 선물. 고생했다 꼬맹이.\"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토리엘을 따라 집으로 갔다.
샌즈와 파피루스는 그 둘이 안 보일 때 까지 서있었다.

\"형! 오늘 정말 재밌었어!\"
\"그래?\"
\"응! 그러니 들어가서 남은 스파게티나 먹자고!\"

파피루스는 한껏 흥이 나서 집으로 먼저 뛰어들어갔다.
샌즈는 그런 파피루스의 등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 천천히 걸어가며 혼잣말을 했다.

\"...이번엔 무슨 개그를 해야 안 먹고 넘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