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530745
눈을 뜨자 가장 먼저 파란 하늘이 보였다. 다만 항상 그랬던것처럼 시야 가득히 파란색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 위에 난 구멍을 통한 제한적 시야로만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고 치스크는 생각했다. 멍한 정신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환하게 빛이 비추어지고 있는 노란색 꽃밭에 누워있었다. 자신이 맨정신으로 이런 곳에서 자고 있었을리가 없으니 아마도 정신을 잃었던 것이리라. 그렇다면 이제 어째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냐는 문제가....
"...아."
기억이 났다. 분명 느닷없이 서있던 자리가 무너져 구멍 쪽으로 떨어졌다. 기절했다가 깨어나면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는 말이 정말이긴 했나보다. 손을 움직여 바닥에 깔린 꽃들을 만져보았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양껏 느껴졌다. 꽃밭 가득히 난 꽃들이 완충제 역할은 해줬어도 충격을 전부 막아내지는 못해 기절해버린걸까. 어쨌든 살았다는 것에 치스크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이윽고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하는지를 모른다는 것때문에 치스크는 잔뜩 불편해졌다. 그래도 '엄마가 보고싶어' 따위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그놈의 집구석에서 뛰쳐나왔을 때에도 다시는 안 볼 생각하고 나온거니까.
일단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법 깊은 곳인지, 꽤나 크다고 생각되는 구멍에서 내리쬐는 햇빛도 지금 이 장소를 전부 비추지는 못하고 꽃이 자라고 있는 장소 정도만 비추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공동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한쪽 벽에 난 통로가 치스크의 시야에 들어왔다.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심이 뒷덜미를 타고 오르는 그 느낌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도 치스크는 발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을것 같았다.
통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딘가 유적지에서나 볼법한 모습의 아치형 문이 나왔다. 통로 안쪽까지 들어오는 빛의 양은 아주 적었기에 그렇다는 느낌만이 들 뿐, 정말로 그런지 어떤지 치스크는 알 수 없었다. 일단은 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렇게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또다른 공동이었다. 신기한 것은 그 가운데에 나있는 노란색 꽃 한송이에 무대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아도 딱히 광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쩐지, 꽃은 치스크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바보같아, 라고 치스크는 조소했다. 단순히 꽃에 난 무늬라던가 광원의 방향을 통한 그림자로부터 얼굴을 떠올린것 뿐이다. 자세히 볼 수록 그것은 정말로 얼굴 같아서 어쩐지 치스크는 불편해졌다. 이런걸 불쾌의 골짜기라고 하던가?
"반가워!"
그런 생각은 느닷없이 노란꽃이 입을 열었을 때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혀끝까지 '헐 쉬벌!'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치스크는 초인적인 힘으로 그걸 막아내었다. 꽃이 말을 한다는 것은 꽤 충격적인 일이고, 그녀의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일이지만 일단 인격을 가진 상대에게 느닷없이 욕설을 날리는 것은 꽃에게라도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어, 저기. 괜찮은거야?"
걱정스러운 말투로 꽃이 말했다. 미안, 괜찮지 않고 전부 너때문이야. 치스크는 도저히 그 말을 꺼낼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더더욱 불편해졌다. 어쨌든 걱정해주는걸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기에 치스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 으흠. 다시 한 번 반가워. 내 이름은 플라위. 노란꽃 플라위야!"
아아, 그래. 꽃이니까 플라위구나.
앞에서 플라위가 이곳에는 처음이냐며, 뭐라뭐라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치스크의 의식은 서서히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집구석이 싫어서 산으로 가출했더니 구덩이에 빠지질 않나, 꽃밭에 떨어지고는 기절하질않나. 게다가 이번에는 말하는 꽃까지 나타났다.
* 짧은 시간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 당신은 불편함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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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고자라 미안하다. 이 정도밖에 쓸 수가 없었엉
치스크ㅋㅋㅋ개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