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퍼즐이였다. 이제는 포기했다. 보아하니 바닥으로 떨어지는 구멍 6개 중 하나에 스위치가 있는거 같았다. 차라가 내 생각을 또 읽었는지 맞았다며 박수를 쳤다. 차라를 보자 찔리는게 있었는지 시선을 회피했다.

"어디에 있을까.."
"난 여기를 추.."

그냥 마음 내키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먼저 가까운 곳 부터 가기로 했다. 떨어진 곳에 스위치 대신 빛바랜 리본이 떨어져 있었다. 낡았기도 하고 그냥 버릴까 하다가 마침 더웠는데 이걸로 머리를 묶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헐렁거리지만 나쁘지 않았다.

다시 위로 올라가 이번엔 그 반대쪽으로 갔다. 이번에도 꽝이다. 대신에 땅에 뭔가 박혀 있었다. 한눈에 봐도 수상해보여 무시하기로 했지만 이 망할 유령이 사고를 쳤다. 실수로 그것을 밟아버린 것이다.

"누가 날 밟은거야??!!"

채소 무와 당근을 닮은 괴물은 아무도 없는데 가끔 시선이 느껴지는 것처럼 겁에 질린체 이리저리 보며 범인을 찾고있었다. 둘러보다 나와 시선을 맞추자 무안하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봤다.

"어.....음.....내가 기른 채소 먹을래?"

나는 고민하다가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은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콩, 당근, 토마토, 옥수수를 건내줬다. 조금 덜 익은 토마토를 먹어보니 제법 맛있었다.

"완벽한 아침과 채소를 먹도록 하렴."
"어.....응."
"식물은 말 못해 멍청아."

차라와 나는 멍하니 괴물이 완전히 땅속으로 들어갈때까지 바라만 보다 시야에 사라고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나는 진짜로 밟아줄까 하며 아까 괴물이 들어간 자리에 발을 들었다. 차라가 안된다며 말리지만 이번엔 봐주지 않을 것이다. 방금 말한건 뭔데 그럼? 복화술이냐??

"나오기만 해봐라!! 얼굴부터 밟아줄테다!!"
"프리!! 그만해!!"

이미 사라져 없다는 것을 알지만 괴물주제에 바보 취급하는거 같다. 여기서도 바보취급 당하는게 화가 나 애꿏은 발만 아프게 밟고 또 밟았다. 발이 저릴때까지 땅을 내리찍자 분이 조금 풀렸다. 한숨을 쉬고 스위치를 찾아 위로 올라갔다.

다행이 그 다음에는 스위치를 바로 찾아 다음방으로 넘어갔다. 이번 방에는 색깔이 있는 스위치가 많았다. 차라가 말하길 여기서 파란 스위치를 찾아야 나갈 수 있다며 같이 찾아보자고 했다.

"파란색 스위치라.."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비슷한 하늘색을 눌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다른 스위치를 누르면 나올까싶어 누르다가 갑자기 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하기도 했다. 정말로 파란색 스위치가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파란 스위치를 찾는 중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뭔가봤더니 괴물이 눈을 감으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날 괴롭히지마!!"

덩치는 크지만 팔다리가 짧은 괴물이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팔이 짧아 이마에 손을 갔다대자 허공을 휘두를 뿐이다.

"안 괴롭히니까 그만두지 그래?"
"거짓말!! 내 눈에 뭘 넣고 괴롭히잖아!!"

이게 무슨소린가 했더니 하나밖에 없는 눈에 먼지가 들어가 있었다. 괴물은 그만 괴롭히라며 소리를 쳤다. 시끄럽다.

"가만히 있어. 눈에 뭘 더 넣기 전에."

괴물은 끽 소리를 내더니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다. 그 사이에 눈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자, 괴물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더니 이제 안아프다며 고맙다고 했다.

"아까보니 파란 스위치 찾는거 같은데 파란 스위치는 저기있어."

괴물이 가리킨 곳은 기둥이였다. 살펴보니 기둥 뒤에 파란 스위치가 있었다. 스위치를 누르자 어디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열심히 찾아봤는데 이렇게 쉽게 발견하니... 정말로 허무하다.

"다음엔 빨강 버튼누르면 돼. 그럼 나 먼저 갈께!"

괴물은 눈 치료해줘서 고맙다며 손을 흔들고 가던 길을 갔다. 차라는 빨간버튼을 찾았으니 이제 가보자고 했다. 내가 파란 스위치를 찾는동안 뭐하고 있었냐고 묻자 그 다음 버튼 찾아보고 있었다고 했다. 유령이 투명화가 아닌 손에 잡혔으면 좋겠다. 그래야 뺨을 때릴 수 있을테니까.

차라가 말해주지 않아도 빨간 스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왜냐면 나가는 출구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를 있는 힘껏 째려보고 그 다음 방으로 갔다. 차라가 마지막으로 녹색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고 했다. 녹색 티셔츠를 향해 때리면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통과해버리니 관뒀다. 차라는 겁에 질려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또 생각을 읽었군.

기둥 뒤에 있는 조그마한 녹색 스위치를 누르자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길이 생겼다. 걸어가는 중, 구석에 괴물 한마리가 춤을 추고 있었다.

"랄라- 그냥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어짜피 인생은 혼자야!!"

...무시해도 괜찮을거 같다.

"하지만 너는 혼자 있는게 싫지? 외롭지? 안그래? 이제 그만 솔찍해지는건 어때?"
"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껍질만 번지르르한 위로는 필요없다. 정말로..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거야?"
"프로깃한테서 들었어. 속은 누구보다 여린데 엄청 강해보이는 척 하는게 보인다고.."
"그래? 그럼 걔는 어디있어?"
"이 방에 나가고 계속 앞으로 가다보면 있어."
"그래? 고마워."

나는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먼저 공격했으면서 자비를 보여 달라는 뻔뻔한 요구에다가 잘 모르면서 남을 멋대로 판단하는 개구리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얼마나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겠다는 의지가 차올랐다.

 

 

 

 

차라는 이제 저쪽으로 가면 폐허에 나갈 수 있다며 다른 방향으로 유도했지만 내게 나가는 것보다 우선 순위가 있었다.

"안녕?"

이 개구리에게 나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고치는 것.

"개굴.(안녕. 인간. 날 보러올 줄 몰랐어.)"
"다른 괴물에게서 들었어. 내가 강한 척한다고 말이야."

프로깃은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눈치챘는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 왜 그런말 한거야?

"있잖아. 날 우습게 보는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면 곤란한데 말이지."
"개굴. 개굴. (맞아. 난 널 잘 알지 못해. 하지만 이건 알아. 네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거. 그리고 네가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도. 있지 힘들면..)"
"잘 알지도 못하면 동정하지마.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말만 번지르르 하게만 하는 위선자 주제에."

프로깃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도망쳤다. 이미 늦었다. 도망가지 못하게 구석으로 몰았다.

"어이없지 않아? 힘이 없어서, 그런 말에 속은거 뿐인데 뒤에서 쑥덕거려. 가엽다, 불쌍하다, 어떻게 그런일이 있는데 너는 괜찮은거냐. 하나같이 겉만 이렇게 말하고 정작 내가 필요할때 아무도 오지않았어."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냈다.

"너도 그 사람들 중. 하나에 속하는 구나. 제발 죽어줘."

프로깃은 이리뛰고 저리뛰며 도망쳤다. 당신은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프리!! 진정해!!"

당신은 내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당신은 칼을 계속 흔들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프로깃이 칼에 맞았다. 프로깃의 영혼이 보인다.

"프리!! 그만해!! 이러다 프로깃이 죽겠어!!"

당신은 숨을 헐떡인다. 영혼이 부숴지기 일보직전인 프로깃을 보니 정신차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정신을 차렸다.

".....아."

당신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나는...나는..."

당신은 정신을 잃었다. 차라가 나를 흔드는거 같지만 눈이 감겼다.

정신을 차렸을땐 침대에 누워있었다. 바로 옆에는 처음으로 완전한 음식인 시나몬버터스카치 파이가 있었고, 차라는 지쳤는지 자고 있었다. 유령도 잘 수 있나?

이불을 걷자 여러군데 붕대와 밴드, 소독한 곳이 빼곡히 있었다. 치료한것에 감사하지만 보여주기 싫은 것 까지 치료해준건 싫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너무 이기적인거 같았다.

방에서 나오니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반대쪽으로 가보자 토리엘이랑 프로깃이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토리엘이 나와 눈을 마주치자 놀라며 나를 끌어 앉았다.

"아가야..많이 힘들었지? 이럴줄 알았다면 좀 더 배려해줄걸.. 미안하다.."
"개굴. (네가 싫어할걸 알았다면 나도 배려했을텐데.. 미안해.)"

아무리 봐도 내가 가해자인데 뭐가 미안하다는걸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죄송해요. 토리엘. 프로깃."

프로깃은 개굴거리며 먼저 가보겠다고 했다. 토리엘이 좀 더 있는게 낫지 않냐고 했지만 프로깃은 상처는 다 나아 괜찮다고 했다. 프로깃이 나간 이후, 토리엘이 물어봤다.

"아가야. 지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해줄 수 있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구나."

토리엘은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말해주려다 그것을 듣고 욕하는 사람들, 더러워하는 사람들이 곂쳐져 말을 못하겠다. 목에서 스멀스멀 죄악감이 올라온다. 뱉어버리고 싶다.

"저는...저는..."

볼정사납게 뱉어버렸다. 토리엘은 내 죄악감을 보고 놀라며 걸레로 닦아냈다. 목과 가슴이 아프다. 어서 끝내고 싶어 떨어졌건만, 어째서인지 살아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하루 빨리 이 죄악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죄악감중 일부를 치운 토리엘이 끌어 안았다.

"아가야. 네 잘못 아니란다. 네 잘못이 아니야.."

토리엘은 등을 토닥여줬다. 나는 울음을 참았다. 울면 보기 흉하고 약해보이기 때문이다.

"아가야. 네가 괜찮다면 나랑 같이 사는건 어떠니? 너만 좋다면 네가 다 나을때까지 내가 지켜주고 싶구나."

나는 간단한 네, 아니오 조차 할 수 없었다. 토리엘은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내겐 달콤한 말로 유혹해 이득을 챙기는 더러운 사기꾼 처럼 들리는지.. 너무 많은 거짓말들을 들어서인지 이게 전부 다 거짓일거 같아 무서웠다. 나는 제발 이것이 거짓말이 아니길 바라는 의지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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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을지 모르겠네

연재 시간은 잘 모르겠지만 저녁쯤에 올릴거 같다

잘사람은 잘 자고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