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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설정붕괴주의

 

 

 

 

 

 

 

 

 

 

 

“들어가도 될까, 꼬맹아?”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침대에 앉아있던 프리스크는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평온한 듯 퀭한 얼굴을 마주한 샌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멋쩍은 웃음의 해골을 보며 소녀는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샌즈는 일렁이는 갈색 머리카락을 내려다보았다. 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프리스크가 나이를 꽤나 먹은 이후 그녀의 방에서 이런 식으로 있는 것은 처음이라 샌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뼈다귀의 두개골을 스쳐지나간 것이 있었다. 샌즈는 고민하다가 소녀의 옆에 털썩 앉았다.

 

“아까 들어올 때, 좀…흠칫거리던 것 같던데.”
“아….”

 

프리스크는 이불을 만지작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샌즈는 말없이 소녀의 답을 기다렸다.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퍼져버리는 푸석한 웃음에 해골은 혀를 차려다 말았다.

 

“그냥, 노을에 빨갛게 물든 걸 보니까…꿈에서 본 게 생각이 나서.”
“…….”

 

뭐가 되었든 좋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에 샌즈는 바닥을 쏘아보았다.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어본 것 같다. 듣기 힘든 뼈다귀의 사과에도 프리스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미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소녀는 오랜만에 갔던 지하세계를 떠올렸다. 모든 괴물들이 지상으로 나간 지하는 평화로웠다. 비록 세이브 포인트에 대해 생각하느라 주의 깊게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몇 개월 만에 갔는데도 변함없이 조용했던 것 같다며 프리스크는 말문을 열었다. 해골은 그것이 분위기를 풀기 위한 소녀의 노력인 것을 눈치 채고 대답하며 말을 이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지상에 나온 이후 그들이 겪어 온 이야기들도 섞여 나왔다.
둘은 나름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인간과 괴물 사이의 숨 막히도록 서먹하던 분위기, 파피루스, 샌즈, 토리엘과 프리스크가 같이 살게 되었던 것, 양 측의 서로를 향한 사과문 발표 이후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던 것, 협정을 위해 함께 이리 저리 뛰어다니던 것, 어색하게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두 종족의 일상 같은 것을 떠올리며 그들은 대화를 계속 했다. 기뻤던 때를 회상하는 프리스크의 모습은 행복해보였다. 파피루스의 스파게티를 맛 본 이웃이 정색했다가 참을 수가 없다며 자신에게 요리를 배우러 오라고 강권 아닌 강권을 했던 이야기를 떠올릴 때는 배를 잡고 끅끅거리며 웃었다. 그 이웃이 파스타 전문점에서 일하는 요리사인지는 며칠 뒤에나 알았었지, 아마? 웃음을 터뜨리며 간신히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샌즈의 말에 프리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골은 꽤나 오랜만에 진정으로 즐겁게 웃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지상에는 인간과 괴물이 공존하며, 아침에 그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인간과 괴물이 함께 일하는 것이나 공부하는 것, 방송하는 것 등은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스며들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간과 괴물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에 대해 배운다. 평등을 주관하는 정부 부서에서는 두 종족 간 격차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괴물들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 중심으로 이루어진, 괴물의 권리 신장을 위한 시민단체의 주도로 여론이 형성된 가운데 괴물 할당제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된 날 집에서 모두 모여 파티를 열었던 기억이 샌즈의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법안의 성과로 괴물 국회의원이 하나 둘 등장했다. 많은 괴물들이 행복해졌다. 인간들도 그냥 저냥 행복해보였다. 물론 사소한 사건 사고는 계속 일어나지만, 이 정도면 나름 해피엔딩이다. 샌즈가 파피루스에게 읽어주던 동화책들의 비슷한 결말 마냥 ‘행복한 결말’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 ‘행복한 결말’ 속에서 꼬맹이만 힘들어야 하는 거지?’

 

해피엔딩 아래에서 그림자를 짊어지고 있는 프리스크의 모습이 해골의 두개골 안에 그려졌다. 샌즈는 헐떡이며 간신히 웃음을 멈춘 소녀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해골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웃었다. 소녀는 헤-하고 이를 보이며 웃었다. 샌즈는 또 다른 과거의 기억을 꺼내며 말을 시작했다. 소녀가 지금이라도 계속 즐거울 수 있도록.

 


-

 


“그래서 그 때……꼬맹아?”

 

샌즈가 말을 멈추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프리스크를 내려다보았다. 가뜩이나 잠을 잘 못 자서 피곤한데, 바깥나들이를 하고 온데다가 꽤나 오래 떠들었으니 졸릴 만 했다. 헤, 아직 애는 애야. 샌즈는 피식 웃으며 소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비몽사몽한 눈동자가 하얀 안광을 향했다.

 

“…으응, 듣고…있어. 흐아암….”
“이제 잘 시간이야, 꼬맹아.”

 

해골이 장난스런 얼굴로 낄낄댔다. 프리스크는 끄으으…하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침대로 엎어졌다.

 

“잠들기 싫어….”

 

웅얼거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샌즈의 머리를 관통했다. 순간 굳어버린 해골은 멈칫하다가 프리스크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프리스크는 본인이 중얼거렸던 말도 기억을 못 할 것 같았다. 괜찮다는 뼈다귀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프리스크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베개를 벤 소녀의 얼굴이 그렇게 편안해보이지는 않았다. 졸리면서도 잠들지 않기 위해 버티려는 프리스크의 모습에 샌즈의 마음 한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괜찮을 거라는 해골의 말은 소녀에게 충분한 의지처가 되지 못하는 듯 했다.

 

“샌즈, 옆에…있어줄 거지?”
“그래, 그래. 그러니까 자라, 꼬맹아. 피곤하잖아.”
“…….”

 

소녀의 눈이 깜박깜박 거렸다. 닫혔다가 올라가는 눈꺼풀 사이로 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밖의 달빛 때문인지 눈동자가 반짝였다. 프리스크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 손 잡아주면 안 돼?”
“…? 그래, 뭐…손 정도야 잡아줄 수 있지.”

 

척추를 기울인 채 앉아서 자는 건 좀 ‘뼈’ 아프겠지만 말야. 샌즈는 조금 당황했던 것을 숨기려 낄낄 웃었다. 무서울 때 친구나 가족의 손을 잡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럼. 샌즈는 왼손을 프리스크의 오른손 옆에 조심스레 얹었다. 이불을 쥐던 소녀의 손이 그의 왼손을 꼬옥 움켜쥐었다. 프리스크는 해골의 말을 잠시 되새기곤 떠오른 의문을 내뱉었다.

 

“왜 허리를 숙인 채 앉아서 잔다는 거야?”
“뭐, 의자에서 앉아서 잘 텐데 손을 잡아줄 거면 허리를 숙여야 하지 않겠어?”
“왜 의자에 앉아서 자? 옆에 누워서 자면 되잖아.”

 

…뭐라고?
두개골이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해골은 어이없음에 말을 잃었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말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교육적인 면에서 이로울 지를 생각했다.


 

-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샌즈는 헛웃음을 지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뒤에 닿아오는 폭신한 침대가 지금처럼 불편했던 적도 없었다. 분명 난 꼬맹이를 타이르려고 했는데, 앉아서 자는 것도 그렇게 ‘골’ 때리는 경험은 아닐 거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해골은 자유로운 손으로 두개골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

 

프리스크가 잠이 깼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샌즈는 조심조심 몸을 틀었다.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자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해골은 안도하며 뼈다귀에 들어갔던 긴장을 풀었다. 손에 닿아오는 온기가 따뜻했다. 달빛을 닮은 하얀 안광이 소녀의 손을 향했다. 샌즈가 프리스크의 손을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던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무리 꼬맹이라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크긴 컸구나. 뼈다귀는 처음 만나 악수를 할 때 잡았던, 아이의 작은 손을 떠올렸다. 자신의 손에 다 잡히던 작은 손이 어느새 커서 자신의 손을 깍지 끼며 안아 와도 충분한 크기가 된 것을 보며, 샌즈는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의 시선이 소녀의 손에서 얼굴로 향했다. 프리스크의 얼굴은 평온해보였다. 악몽에 시달리던 아이의 얼굴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헝클어져 흘러내리는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내리 닫힌 눈과 코, 다물린 입술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어디를 보아도 소녀는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샌즈의 존재가, 아니면 잡아준 손이 프리스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듯 했다. 해골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이와 함께 그의 눈꺼풀도 점점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샌즈의 갈비뼈가 느리게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종종 시간이 되돌아가는 악몽에 시달리던 그는 악몽의 존재를 잊은 것 마냥 깊은 잠에 빠졌다.

 


-

 


갈색 눈이 떠졌다.
프리스크는 졸음에 잘 확보되지 않는 시야를 맑게 하려 눈을 깜박거렸다. 흐릿한 앞이 맑아지며 정신이 잠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푹 잔 덕에 몸이 가뿐했다. 그 가뿐해진 시야에 들어온 것은,

 

“…????”

 

샌즈였다.
프리스크는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 눈앞에서 후드를 입은 채 자신의 쪽으로 돌아누워 곤히 자고 있는 해골의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어제…아, 맞다. 기억났다. 소녀는 무슨 일인지 알아내기 위해 기억을 떠올리다가 이유를 알아냈다.

 

‘내가 불편하니까 그냥 옆에서 누워서 자라고 했었지….’

 

그렇게 말했더니 어디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해줘야 할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리고…어쨌지? 설마 ‘어차피 샌즈니까 상관없다’며 잡아끌기라도 한 건가? 프리스크는 잠에 취했던 과거의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른 것인지 떠올리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수면욕과 공포가 합해지면 생각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체감한 소녀는 머릿속이 꼬이는 것을 느끼며 몸을 뒤척였다. 어? 잠깐만, 생각해보니…?! 프리스크는 자신이 샌즈의 손을 잡고 잠들었던 것을 뒤척인 후에 깨달았다.

 

“…?”

 

잡힌 손이 움직이며 감각을 느낀 샌즈 또한 잠에서 깼다. 닫혀있던 눈구멍이 꾹 감겼다가 열렸다. 프리스크는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정작 하얀 안광은 별 감정 없이 소녀를 쳐다봤다.

 

“잘 잤냐, 꼬맹아?”
“응….”

 

평온한 목소리가 아침 인사를 건넸다. 프리스크는 말꼬리를 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눌려서 구겨진 이불을 향했다. 샌즈는 소녀의 모습을 좀 지켜보고는 말을 이었다.

 

“헤, 얼굴을 보니 어젯밤은 악몽 없이 평온한 시간을 보냈나보네. 그럼 먼저 내려 가있을 테니 오늘은 아침 먹으러 내려와라, 꼬맹아.”

 

샌즈는 평상시의 웃는 얼굴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붙잡혔던 손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몇 걸음 문으로 향하던 뼈다귀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 지름길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던 프리스크는 잠시 현실 감각을 잃고 샌즈가 서있던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상체를 일으킨 소녀는 한 손으로 머리를 빗어 내렸다. 헝클어진 머리가 손가락에 계속 걸렸다. 프리스크는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던 것에, 그리고 악몽 없이 잠을 푹 잘 수 있던 것에 만족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악몽에서 벗어날 해결책을 알아냈기에 프리스크는 기쁨을 느끼며 침대에서 벗어났다.

 


-

 


푹.
해골의 머리가 침대에 들이박혔다. 이내 올라간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

 

‘일단 이게 현실이 맞나?’

 

평온한 대응을 한 후 자신의 방으로 간 샌즈가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일단 머리를 들이박았을 때 매트리스가 파이고, 시트에 파묻히던 감각을 떠올려보면 현실이 맞는 것 같기는 했다. 해골은 소녀의 교육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어젯밤의 일을 돌이키며 짧게 한탄했다.

 

‘…뭐, 그래도 위급상황은 위급상황이니까.’

 

샌즈는 초췌하던 얼굴을 떠올리며 어제의 상황을 납득하기로 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꼬맹이가 자신의 여정을 제대로 극복해내는 거니까. 이어서 샌즈는 전날 밤에 했던 다짐을 떠올렸다.

 

‘나는 꼬맹이의 손을 잡아 줄 책임이 있어.’

 

책임질 준비는 아직 되지 않았지만, 그 꼬맹이도 준비가 되어서 끔찍한 시간을 감당하는 건 아니니까.
샌즈는 의지를, 아니 책임감을 느끼며 소녀가 내려와 있을 부엌으로 향했다.

 

 

 

 

 

 

 

 

 

 

 

 

 

 

 

음 역시 글이 너무 늘어진다 당분간은 글 쓸 시간도 많이 없는데...
샌즈가 프리스크에게 책임감을 꽤나 강하게 느끼는 이유는
의지가 사라짐으로써 되돌아가는 가능성이 원천봉쇄 돼서 온전한 구원자가 된 프리스크+그런 프리스크가 모두가 행복한, 완전한 불살엔딩(불살엔딩+시간선 변동 불가능)의 대가를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것+부수적이지만 그런 프리스크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자신뿐이라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사실 다 쓰고 나니 “???응??” 싶어서 이유를 지금 정리해본 거라 글에는 잘 표현이 안 된 것 같다 시불쟝

 

그리고 감기 걸렸는데 ㄹㅇ 좆같다 코 막히고 가래 끼고 가끔씩 머리도 아픔 시발 여름감기 과제와 시험과 함께 꺼졌으면
여름감기 조심해라
그럼 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