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은 오늘도 하루하루 기다린다. 맛있는 반찬이 되어 세상에 나아가 영양분이 되어 찬란한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고. 그의 누르스름한 색과 광택은 그 어느 콩들보다도 더욱더 빛났다. 어느 날, 인간이 콩을 한 소쿠리만큼 집더니 좋은 콩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나를 골라줘. 나라면 멋진 콩자반, 콩밥이 될 수 있어!’
인간은 콩 중에서 유난히 싱싱하고 빛났던 그 콩을 집더니 자신의 소중한 봉투 안에 콩을 집어넣었다. 콩은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콩들 사이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어서 반찬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인간은 엄선된 콩을 정갈하고 깨끗하게 씻으며 콩들의 윤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인간은 씻은 콩들을 냄비에 넣고선 뚜껑을 닫고 불을 켜 찌기 시작했다. 콩은 뜨거웠지만 맛있는 반찬이 되기 위한 시련 중 하나라 생각하고 꾹 참았다, 3시간이 지나고, 푹 쪄진 콩들을 꺼낸 후 비닐에 담더니 콩을 으깨며 벽돌 모양으로 빚기 시작했다. 콩은 자신이 반찬이 아닌 무언가가 되는 건가 의아해하며 인간이 자신을 벽돌 모양의 무언가로 만드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기만 하였다. 인간은 그렇게 벽돌 모양으로 예쁘게 만든 ‘메주’를 가지고 통풍이 잘되는 한 방 안으로 들어가 짚을 깔고 메주들을 올려놓았다.
며칠 뒤, 잘 마른 메주가 된 콩은 인간이 바구니 안에 담아서 바깥으로 이동하였다. 바깥에는 한 항아리가 놓여 있었고, 그 항아리 안으로 만들어진 메주들이 들어갔다. 콩은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콩의 모양은 아니지만, 인간들의 요리에 간을 맞추고 풍미를 더 해줄 조미료, 간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자신의 소원이었던 반찬은 아니지만, 그래도 버려지지 않고, 자산의 모든 것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해낼 수 있는 간장이 된다는 생각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빨리 숙성되어 최상의 간장이 되는 것만을 기다렸다. 인간은 정성 들여 메주들을 항아리에 담고, 고추와 숯 그리고 1급 청정수를 넣고선 뚜껑을 닫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물은 간장이 되어갔고, 간장의 풍미와 숙성도가 점점 깊어져 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까마득한 세월이 지났음에만 짐작했으리라. 뚜껑이 열리자 닮았지만, 자신을 간장으로 만들었던 인간이 아닌 다른 인간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곤 간장 한 숟갈을 퍼 손가락에 살짝 찍어보더니 맛을 보았다.
“이렇게 맛있는 간장은 처음 먹어봐요, 어머니. 정말 최고의 간장이에요.”
흐뭇해하는 인간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콩에 들려오자 콩은 자신이 최고의 간장이 되었음을 깨닫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더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에. 자신이 되고 싶은 반찬은 아니지만, 최고의 조미료가 되어 세상을 빛낼 수 있기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그렇게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간장 속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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