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 처음 눈을 뜬 곳은 어둡고 비좁은 곳이었다. 내 위와 아래엔 형제들이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었다. 갑갑하다. 어릴적엔 자리가 널널하다고 형제들끼리 하하 호호 했는데 지금 다 자라고 나니 숨이 막혔다.

 

'탁'

 

중간이 쪼개지는 소리에 비좁은 곳에서 겨우 시선을 옮겨 위르 바라봤다. 맑은 햇살이 있고 향긋한 흙냄새가 집 안에 들어왔다. 멀리서 다른 동지들이 보였다. 햇살의 따뜻함과 그리운 흙냄새에 이끌려 떨어지는 동지도 있었고, 다같이 가만히 감상을 하며 따스한 햇살을 느끼는 동지도 있었다. 그 속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따뜻해."

 

햇살의 따스함은 비좁은 집에 대한 기억을 잊게 만들정도였다. 그래 그 때까지만 해도..

 

어느 괴물의 손에 이끌려 우리들을 통째로 들고 갔다. 가만히 햇살을 즐기던 형제들과 내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다. 몇몇 동지들은 괴물이 거칠게 휘두르는 바람에 바닥에 굴러 떨어지고 운 없는 녀석은 새들에게 먹히거나, 도로 위 바퀴에 깔려 죽고 말았다. 죽기 싫어 필사적으로 달라 붙었다.

 

어느순간 한곳에 다같이 모여 우리들은 서로 마주보며 이게 무슨 상황이며 옆에있던 형제들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형제를 잃어 울고 있는 동지도 있었고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아무런 말없는 녀석도 있었다. 나는 조금이나마 살고 싶어 몸을 버둥거려 집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하지만 형제들이 너무 크고 단단히 끼어있어 아무리 움직여도 꼼짝을 못했다. 갑자기 들어올려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나와 내 형제들은 우수수 떨어졌다.

 

"아파!!"

"젠장! 여긴 또 어디야?!"

 

순식간에 집을 잃은 우리들은 욕을 하며 다시 집을 돌려달라고 외쳤다. 우리를 데려온 괴물은 들리지 않은지 다 뜯어낸 집을 버리고 우리들을 데려다 은색의 방에 내려 놓았다. 머리위로 차가운 물이 떨어져 깜짝놀래 비명을 지르고 어떤 머리 이상한 놈은 하늘에서 물이 떨어진다 라며 좋아하고 있었다. 괴물의 손이 우리들을 어지럽게 휘적이며 정신없게 만들고 물속에 잠시 넣었다. 내가 아무리 물속이라도 괜찮다만 이대로라면 썩어들어갈거 같아 수면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몸이 탱탱히 불어 이대로라면 썩을 거 같다고 생각할때 쯤 몸이 들려 와르르 쏟아졌다.

 

"으아아아아아!!"

 

다같이 비명을 질렀다. 물에 너무 오래있어 정신이 없는 와중에 갑자기 떨어져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 등 뒤로 뭔가 싶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우리랑 다른 처음보는 녀석인데 옷이 벗겨지다 못해 살이 없는 녀석이다. 놀라 비명을 지르자 다른 친구들과 형제도 바닥에 누가 있다는 걸 깨닫고 다같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게뭐야!!"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 제발...!!"

"누가 구해줘!!!"

 

이미 불어버린 몸을 이끌고 벽을 긁어도 소용이 없었다. 무서워서 눈물이 나왔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아!! 제발.. 제발... 살려줘 하지만 우리들의 살려달라는 바람과 다르게 머리위로 빛은 사라지고 점점 뜨거워졌다.

 

"하...하하...."

 

살고 싶다는 바람과 다르게 바닥은 뜨거워지고 하나 둘 씩 뜨거움에 못이겨 죽어가고 있었다. 이미 내 형제 절반 이상은 죽어버렸다. 뜨거움에 숨이 막혀온다. 우리가 이렇게 죽어가는 걸 누가 알고 있을까? 점점 몸이 익어가고 있는걸 보면서 눈을 감았다.

 

 

"얘들아 밥 먹자."

"엄마? 오늘도 콩밥이야? 난 콩밥 싫은데"

"이놈시키! 콩밥도 얼마나 맛있는건데?!"

 

 

.....아무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