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동굴 생태계의 중심이다. 박쥐는 동굴 내부와 외부를 자유로이 오가며 동굴 바깥의 양분을 섭취하고, 동굴 안에서 남은 양분을 배출한다. 박쥐의 대변으로 삶을 지탱하는 동물은 수없이 많다. 인간의 동굴 환경 파괴보다도, 박쥐의 실종이 훨씬 크나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게 동굴 밖에 낭비된 박쥐의 대변을 아까워 하며 성을 내는 아이가 있다. 나무 위에서 떨어진 그것은 아이의 질기지만 생채기가 난 줄무늬 옷에 묻었다. 묘사하기 힘든 색깔의 구아노는 팔 근처에 묻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상황이 곤란하던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신경질을 내었다. 딱히 아끼는 옷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처럼 새로 받은 좋은 옷인데 하며 낙담했다. 썩 좋진 않은 냄새가 나다 보니 닦고 문질러 보았지만 이미 배어버린 냄새는 어찌 할 수 없었다. 불에 지져도 이렇게 깊게 밴 냄새라면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불에 대어 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대변 타는 냄새라는 형용키 어려운 냄새였고,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들었다면 눈 사이가 찌그러질 단어를 입 밖으로 내지르고 불에서 옷을 떼었다. 정작 나무 위에서 아이를 괴롭게 한 박쥐는 한 마리의 동굴 새우의 배가 곪게 되었다는 사실은 상관 없다는 듯이 시원하게 날개를 파닥였다. 그러고는 다시 과일을 먹는 것인지 과일의 단내와 아이가 피워 놓은 모닥불의 빛에 꼬인 날벌레를 잡아먹는 것인지 다시 열심히 무언가를 먹기 시작했다. 한 밤 중에 첩첩산중에서 먼 미래의 석유를 퇴적당한 이 아이는 낮까지는 조사대 무리에 끼어 있었다.

 

200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들려오는 소문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에봇 산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흔한 소문이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인터넷의 보급 후로는 에봇 산 근처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알려졌다. 거의 몇년에 한번 꼴로는 들려왔고, 특히나 그 중에선 아이까지 섞여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며 부모들의 불안은 매우 커졌다. 소문이 널리퍼진 후 사람들은 에봇 산은 근처에도 가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었다. 불안은 국가를 이끄는 곳까지 전해졌고, 의회의 몇몇 의원들은 에봇 산 근처의 출입을 아예 통제하겠다는 법안까지 제출하기에 일렀다. 하지만 별달리 큰 위험이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하고, 다른 산이라고 위험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굳이 이 산만 통제하는 것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에봇 산 근처 주민과 기업들의 항의도 있었다. 그러자 한 의원이 산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면 조사를 해 보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냈고, 국가 단위로 하기엔 큰 이익이 없어 하려는 부서가 없자, 전설을 믿지 않거나 전설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민간 조사대가 몇몇 생기게 되었다.

 

에봇 산 근처 촌마을에서 살며 여러 번 산을 돌아다녀 보았던 아이는 마을에 조사대가 찾아오자 전설을 알고 싶어 끼워 달라고 졸랐지만, 아이를 위험한 곳에 데려갈 리가 없는 조사대원들은 안된다고 잘라 말하고는 산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몰래 조사 대원을 몇시간씩 산을 올라 따라잡은 아이를 이제 와서 산길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 조사대원들은 사람은 거의 다니지 않는 산짐승이 들락거리며 생긴 길에서 다치지 않도록 질긴 옷을 입혀주고서 따라 오도록 허락해 주었다. 어른에 맞춘 사이즈다 보니 제일 작은 것으로 골라도 소맷자락은 손가락에 닿고 상의 길이는 무릎 절반까지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보고 조사대원 중 한 명이 코피를 쏟았지만 아이는 별달리 신경쓰진 않았다. 정오까지는 그저 등산하는 느낌 밖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대가 가방에서 먹을 걸 꺼내 먹고 있을 때, 학계에 알려진 건지도 모를 만큼 커다란 곰이 조사대를 덮쳤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조사대원들과 아이는 뿔뿔이 흩어졌고, 아이가 더 이상 곰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무렵에는 아이 곁에 있는 조사대원은 단 한명 뿐이었다. 그 조사대원은 아이를 꼭 여기에만 있으라고 하며 아이의 가방에 물건을 몇가지 넣어주고, GPS가 달려있는 물건인지 연락이 되는 물건인 건지 무언가를 들고 떠나더니, 해가 거의 질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배가 고파진 아이는 과일이라도 따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과일 나무 밑으로 가서 나무를 올라가 보려고도 하고 흔들어 보기도 했지만 턱도 없었고, 결국 지치고 추워 나무 밑에 퍼앉아 받은 성냥과 주변의 태울만 한 것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가 지금에 이르른 것이다.

 

불을 쬐도 등이 추웠던 데다가 뛰면서 물도 다 마셔버린 아이는 산 밑으로 내려가기라도 해야겠다 싶어 일어났다가, 문득 박쥐를 보고 따라가면 동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는 박쥐를 달빛에 의지해 따라가다가, 별로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바위 절벽에 동굴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옷 값은 했다고 기뻐하며 동굴에 들어갔으나, 생각보다는 따뜻하지 않아 깊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굴 깊이 들어가면 물도 흐를 거란 생각에 성냥불을 피우고 흙 묻은 신발로 젖은 동굴의 바닥을 짚으며 찰박찰박거리며 걸어 들어갔다. 물이 어딘가에서 콸콸콸 소리를 내어 소리를 따라가다 천장을 뒤덮은 박쥐를 보고서 옷에 떨어졌던 그것이 생각나 걸음을 재촉했다. 물이 있는 곳에 가고 보니 박쥐 하수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며 동굴 한쪽 모퉁이를 돌자 귀가 멀 정도로 큰 물 소리가 나며 성냥불에 반짝이는 물이 보였다. 가까이서 본 물은 깊은 데도 바닥이 비칠 만큼 깨끗했고, 박쥐 상수도겠네! 속으로 외치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물을 떠마시려 몇 발자국 더 걸어갔다가 물기에 미끄러졌다. 운도 없게 거친 물살에 빠진 아이는 순식간에 떠내려 갔다. 가까스로 자세를 잡고 얼굴을 물 밖에 낸 아이는 물 먹으러 갔다가 물이 나를 먹었느니 불곰을 봤을 때부터 복선을 눈치 챘어야 했다느니 싱거운 생각을 하며 킥킥 웃다가, 성냥불이 물에 꺼졌다는 걸 그제서야 눈치채고 어둠과 처한 상황에 슬슬 두려움을 드끼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눈물이 서서히 올라와 흘러 넘쳐 방울방울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몇 방울 떨어지기도 전에 아이도 폭포에 휩쓸려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이성보다는 정신을 먼저 잃었다.

 

正下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진다. 멀쩡한 것 부터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은 것까지 다양하다. 물론 절대다수가 재활용 가능하지만, 귀찮음이나 비용 때문에 아무 곳에나 버려진다. 환경 오염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남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거나 먼 미래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득이 되어 돌아왔다.

 

떨어져 기절하고 수 시간이 지나 깨어난 아이는, 어딘지도 모르는 채 뭣도 모르고 일어나려다 하마트면 굴러 떨어질 뻔 했다. 정신을 차린 아이는 낮게 쌓인 쓰레기 더미 중간의 침대 시트였던 듯한 물건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몸이 뻐근하고 아팠지만, 운이 나빴더라면 아픈 느낌조차 느끼지 못 할 보기 흉한 덩어리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고 덜덜 떨다가, 심각한 상상과 상황과 맞지 않는 악취에 코를 잡았다. 자기 옷에서 나나 싶어 코를 대 보았다가 다른 냄새에 스스로를 고문하고 나서는, 어디서 나는 냄새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조심 쓰레기더미 위를 기어다니다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내었다. 알아보기 힘들 만큼 망가진 냉장고는 재료가 로봇이나 생물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이상한 모양새였는데, 문을 열자 방금까지 맡았던 냄새를 직격으로 맡게 되었다. 뼛가루로 만들기라도 했는지 녹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빙수부터, 채소로 만든게 아닌 듯한 김치에, 고기가 수상한 스테이크 같은 것들이 들어있어 기겁하며 문을 닫았다. 아무리 버려진 냉장고라지만 이런 게 들어있을 수 있나 하며 고픈 배를 잡고 쓰레기더미 밑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주변의 쓰레기들은 떨어져던 폭포 위에서 떠내려와 떨어지는 듯 했다. 물에 휩쓸렸을 때는 주변이 어둡고 소리도 물 때문에 들리지 않아 쓰레기가 떠내려오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았다. 진작에 알았으면 뭐라도 잡고 떨어지던가 할 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그땐 그리 어두웠는데 이 주변은 왜 조금 밝은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보자 천장과 벽에 빛이 나는 광물 같은 것이 퍼져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광물이 신기한 듯이 아이는 눈을 반짝였다. 인터넷으로 별별 것을 본 적이 있는데다 별로 좋은 쪽만은 아니지만 철이 들어 사리 분별 쯤은 할 줄 알던 아이라도 촌마을 아이의 호기심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용케 찢어지지 않은 가방에 쓸 만해 보이는 반창고 따위를 몇개 집어넣어 고쳐매고, 젖어서 얼어붙을 듯 했던 몸에는 낡은 옷가지를 찾아내어 여러 장 껴입고 슬금슬금 더미 쓰레기더미 아래로 내려갔다. 박스 따위를 밟고 내려가니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던 아래 흐르는 얕은 물에 헌 신발이 도로 젖었다.

 

동굴 깊이 들어온 데다 폭포에 휩쓸려 더 낮은 지하로 들어왔으니, 나갈 길이 가까울 리는 없다. 쓰레기 사이로 난 길을 걸을 수록 절망감이 밀려왔다. 동굴에 오르막길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수직 동굴같은 경우라면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가지 못 한다. 울음도 나오지 않는 채로 물이 흘러오는 쪽인 것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배고픔을 억누르려 좀 전에 본 냉장고의 내용물을 생각해 보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괜시리 헛구역질만 나와 쑤시던 몸만 더 괴로워졌다. 가방을 앞으로 매고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 보던 아이는, 기척을 느끼고 박쥐가 떠올라 그대로 가방으로 머리 위를 가렸다. 물길을 따라 여기저기 퍼져있는 쓰레기들 사이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아이는 동물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것에 의문을 느끼기 앞서 맹수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불안했던 심정은 귀에 들린 소리에 맥빠지게 끝났다.

 

"오 세상에 이게 도대체 뭐야??"
"오 세상에 움직이는 쓰레기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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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에 한번씩 인간들이 지하에 떨어졌었지만

영혼 6개를 모은 이후로 수십년동안 인간이 안떨어진 지하에

어쩌다보니 떨어진 인간이 주인공인 내용

 

 

갤떡도 없는데 가벼운 물건이나 읽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