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교수님이 파워블로거였다
어째서 일기를 쓰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갔다
쓸 것도 없는데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쓰기를 게을리한 것이 내가 내게 내린 재앙이었다
놀랍게도 문자로 이루어진 세계에 산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기숙학교는 깡촌에 틀어박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기차를 타고 귀가했다
자유시간은 잠들기 전 한두 시간 정도
컴퓨터와 휴대폰이 없었다
할 수 있었던 가장 자유롭고 적극적인 행동이 읽거나 쓰는 것이었다
번역하면 둘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그보다 길었던 두 번째 유폐
대학로가 퍽 아름다운데 나는 하필이면 골방에서 방종하였다
소극적 욕망과 생존에 충실한 나날
나를 잃는 것이 기뻤으나 그로써 내 글을 잃었다
잃은 줄을 잊으려고 애쓰다가 최근에야 알았다
토막나는 문단만큼이나 사고도 불완전하다
한두 문장에서 끊기는 생각들, 형상이 되지 못하는 인상
실어증이라고 뭉뚱그려 본다 몇 년 되었는데 발견한 건 최근 일이다
몇 년 동안 실천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주제인데 길지도 않은 글 한 편을 못 쓴다
일주일 동안 개요만 짰다
두세 번 엎었는데 점점 더 산으로 간다
근거를 대려고 자료를 찾을수록 오히려 주장에 회의가 든다
영어학 거른 거 후회된다 언어학은 존나 실용적인 학문이었다
아 과학적일 필요까지도 없고 다만 읽을 만한 것을 쓰고 싶다ㅏㅏㅏㅏ
의식의 흐름 이군
다른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걍 읽다보니 근래 내가 겪은 고민들과 생각들이 떠올라서 가만히 멍때리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는데 욕심을 부리려는 나 자신이 더 나아질거라는 그런 기대로 이런 걱정을 잊으려 하는 중
자율고 다녔는갑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