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그가 흙손이라 잘 안된 것 같다…


당신과 샌즈는 오늘 병원에 찾아간다. 누군가 병에 걸려서 찾아간 것이 아닌, 단지 샌즈의 말더듬에 대한 원인에 대해 그리고 가능하다면 치료법까지 알아보고 싶었다.
정신과 진료실에서 말더듬에 대한 원인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심리적인 증상이라는 소견을 들었을 때 당신은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아련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저 샌즈를 쳐다볼 뿐이였다.

소중한 연인이 옛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옥죄면서 언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이 모든 것이 당신 탓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끝임없이 맴돈다.

하지만 이렇게 머릿 속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의사는 아직 말할 것이 더 남아있는지 또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다.
낮은 자존감, 누군가 자신을 괴롭힐 것이라는 피해망상 또한 말더듬에 더해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이다.

정신과 진료실에서 나온 후 당신과 샌즈는 집으로 걸음을 옮기지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고 묵묵히 병원으로 오며 걸었던 길을 테이프 감듯이 되돌아가며 집으로 향할 뿐이였다.
그렇게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당신은 문득 의사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낮은 자존감. 누군가 자신을 괴롭힐 것이라는 피해망상.'

이 말들이 떠오르자 당신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 같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갑자기 멈춰섰음에도 샌즈는 무슨 일인지 당신을 쳐다보는 것 조차 하지 않은채 무신경하게 그저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걸을 뿐이였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당신은 그런 샌즈의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샌즈를 부른다.

'샌즈, 나 봐봐.'

그렇게 말하면서 항상 그래왔듯, 상냥한 웃음을 지어보여주지만 샌즈는 몸을 돌려 당신을 향했고, 그리고 무심하게, 그저 생기가 없는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고개 들고, 어깨 펴.'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샌즈의 차가운 볼에 손을 대자 크게 움찔한 샌즈가 천천히 자세를 바로잡아 당신을 보더니, 그리고는 약간 머쓱해졌는지 내 눈을 피하고서는 '헤헤...' 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네가 나랑 함께하는 한, 그 무엇도 널 해칠 수 없어.'

의지로 가득 찬 목소리에 샌즈는 씩 웃으며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당신이 그에게 항상 하던 대견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듯한 그런 따듯한 손길이었다.

'날 믿어줘.'
'미, 믿고 있어, 주인님.'

그의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보며 당신은 샌즈를 번쩍 안아올렸다.가죽 하나, 장기 하나 없는 해골이였던 탓이였까, 그는 전혀 무겁지 않았고 익숙한 듯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병원은 집에서 20분 거리 정도였기에 당신은 샌즈를 안은채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듬성듬성 가로수가 박혀 있는 도로를 천천히 걸으며 품에 안긴 샌즈를 보니 그는 붉어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과거 지하에서 고통받았을 샌즈가 이런 하늘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지. 그때는 이렇게 밖으로 나와 파피루스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당신은 그를 불렀다.

'샌즈.'
'으, 응?'

갑자기 들린 당신의 목소리에 놀란 샌즈의 얼굴은 붉었다. 노을은 샌즈의 얼굴을 붉게 물들여놓았다.

'넌 정말 소중해. 내게는 정말 너 밖에 없어. 그러니까 항상 옆에 있어줄게.'
'......'

샌즈의 얼굴에 물들여진 노을이 더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듯 입을 움찔움찔거리다 이내 꾹 다물고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당신의 어깨가 천천히 젖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한참을 걷자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가로등이 켜졌다. 조금 더 걸으니 당신의 집이 보인다.
당신은 집에 들어가 발로 대충 신발을 벗고서는 내게 꼭 안긴 샌즈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샌즈는 떨어지고픈 생각이 전혀 없는지 당신에게 매달려 놓아주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당신은 씻기를 포기하고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당신의 품에서 얼굴을 떼지 않는 연인에게 당신은 정수리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었다.

'내, 내가 자는 동안, 제발, 아, 아무데도 가지마.'

떨리는 목소리에 애원조로 말하는 샌즈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당신은 샌즈를 더 강하게 끌어 안으면서 다정한 어투로 입을 연다.

'알았어. 계속 옆에 있을게. 잘 자, 샌즈.'

당신의 대답을 들은 샌즈가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느껴지고, 그리고는 잠시후 규칙적으로 호흡하며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당신은 그런 샌즈를 보며 애정이 담긴 말을 속삭이다 함께 잠이 들었다.



박고, 부수지 말고 제발 좀 애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