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내가 유인하는 동안 여기 있어야 돼. 알았지?'


소녀가 말했다. 저 멀리 사람들이 낫과 삽, 몽둥이 등. 흉기를 들고 쫓아오고 있었고 얼굴을 가리고 안절부절못하는 10살 정도의 소년이 뒤이어 말했다.


'하지만 너는!? 혼자서는 싫어!!'

'내 걱정 말고 먼저 집에 가 있어 곧 뒤따라 갈게!!'


소녀가 사람들에게서 달아나는 동안 소년은 숨죽이며 풀숲에 앉아있었다. 곧이어 흉기를 든 사람들이 풀숲을 지나가고 잠잠해졌다.


'제발..'


소년은 소녀가 잡히질 않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도와는 반대로 소녀의 비명이 들렸다. 놀란 소년이 풀숲에서 나오려다 멈췄다. 아까 그녀를 쫓던 무리 중, 성인 남성이 소녀의 머리를 잡아 끌고 다녔다. 소녀의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에 그는 무서워서 몸을 부들거렸다. 소년과 눈을 마주친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소녀의 입 모양으로 말했다. 소년은 입을 막고 울면서 사람들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풀숲에 나와 그는 울면서 사람들을 부를 테니 곧 데리러 온다며 달아났다.


'미안해! 미안해!! ㅊ...'




소년이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데 눈이 갑자기 떠졌다. 아까 그게 꿈이었나? 너무 생생한 꿈을 꾸니 여기가 꿈인지, 아니면 거기가 꿈인지 잠시 헷갈렸다. 등 뒤로 축축한 느낌이 드니 여기가 현실이라는 걸 깨닫고 일어나려고 했다. 뭔가 덮여 있어 봤더니 샌즈의 겉옷이었다. 옆에 같이 누워있던 샌즈가 잘 잤냐고 물어봤다. 샌즈에게 내가 얼마나 잤냐고 물어보니 6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게나 오래?!


".....깨워주지 그랬어."

"너무 잘 자길래 푹 자라고 놔뒀지. 그런데 무슨 꿈 꿨어? 갑자기 미안하다고 말해서 놀랬어."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다가 뻔뻔하게도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고 샌즈에게 겉옷을 건네줬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녹은 눈 때문에 옷이 축축한데 바람이 들어오자 추웠다. 반사적으로 몸을 감싸자 샌즈가 어디서 들고 왔는지 담요를 머리에 떨어뜨렸다.


"저녁 먹을 시간이네. 그릴비의 식당에 갈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샌즈는 웃으면서 지름길을 안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잠시 뒤, 그릴비라고 적힌 식당 문에 도착했다. 워낙 순식간이라 어떻게 도착한 것인지 생각했지만, 얼른 들어오란 샌즈의 말에 그만두기로 했다.


바깥과 비교 될 정도로 식당은 따뜻해 덮고 있던 담요를 접어 들고 다녔다. 들어오기 전만 해도 떠들고 웃던 식당 안에 있는 괴물들이 샌즈와 나를 보곤 수군거렸다. 아까와 다른 분위기에 어색해져 주춤거리는데 샌즈가 그냥 무시하고 자리에 앉으라면서 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빨리 와. 주문해야지."


샌즈가 옆에 앉으라는 듯이 의자에 손을 두드리고 있었다.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자기들끼리 속닥이며 말하는 것에 신경 쓰여 걸음이 무거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당 주인 인 듯 안경을 쓰고 불.. 화염 그 자체인 사람이 왔다.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았는데 너무 뜨거워서 담요로 얼굴을 가렸다.


"햄버거랑 감자튀김. 어느 거 먹을래?"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냥 샌즈가 먹고 싶은 거 시켜."

"그럼.. 그릴비 햄버거 2개.."


담요로 덮었는데도 피부가 따끔거려 아예 엎드렸다. 갑자기 엎드린 나를 보고 가게 주인은 당황하더니 아차 싶어 샌즈는 나를 데리고 다른 자리에 앉았다. 열기가 사라지자 담요를 치우고 따끔거리는 얼굴을 만졌다. 화상을 입은 듯 아프다.


"피부 약한가 보네. 하기야 그릴비는 '핫' 한 녀석이라 가까이 가기만 해도 '불' 타오르지."


여기저기 웃는 소리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 이런 썰렁한 농담에 웃는 괴물들이 얼마나 유머가 없었으면 이런 거에도 웃을까란 생각에 안쓰러웠다.


"샌즈! 오랜만이야?!"


개로 따지면 허스키와 닮았나? 허스키와 닮은 개가 개껌을 피우며(씹지 않고 피워?!) 테이블로 왔다. 개는 개껌을 한 모금 삼키더니 뱉어냈다. 연기 냄새가 인간 세상의 담배와 똑같아 기침했다. 샌즈가 얼른 끄라고 눈치를 줘도 이 골초 개는 아랑곳 않고 개껌을 피우고 있었다.


"앞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

"아는 꼬맹이. 그 전에 도고. 우선 그거나 끄.."

"이야, 스노우딘에 이런 미인이 있었어?"


담배 냄새에 숨이 막혀 대답하기도 어려운데 도고는 꼬리를 흔들면서 이름이 뭐냐, 어디 출신이냐, 스노우딘에 어떻게 왔냐는 등 계속 물어봤다. 참다못한 샌즈가 도고의 입에 물던 개껌을 뺏어 재떨이에 비볐다. 화가 난 도고는 샌즈의 멱살을 잡았다.


"뭐하냐?"

"이거 놓지? 끔찍한 시간 보내기 싫으면?"

"무슨, SOUL도.."

"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우시죠."


그릴비가 아까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어 얼굴과 머릿속까지 아팠다. 도고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투덜거리며 가게 문을 발로 차 밖으로 나갔다. 샌즈가 도고에 대해 욕하며 자리에 앉자, 그릴비는 진정하라면서 햄버거를 내려놓고 나를 힐끗 쳐다보곤 주방으로 들어갔다. 안 그래도 아까의 화염 때문에 얼굴이 따끔거렸는데 이젠 머리와 손이 아팠다.


"꼬맹아 괜찮아?"

"괜찮아."

"표정은 반대로인데?"


나는 햄버거나 먹자며 입에 억지로 넣었다. 샌즈는 무안한 듯한 표정으로 '헤' 웃곤 햄버거 한입 먹으려고 했다. 그릴비가 멀리서 샌즈를 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저 햄버거를 먹었다. 먹는 거에 집중하는 중. 뺨에 차가운 게 닿아 하마터면 뱉을 뻔했다.


"그릴비가 자기 불꽃 때문에 미안하다면서 서비스로 음료수 줬어."


샌즈는 내 앞에 얼음 띄운 콜라를 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릴비를 보니 말없이 컵을 닦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자, 감사함에 고개를 숙이고 그릴비도 고개를 숙였다. 마저 햄버거를 먹으려고 들었는데 맞은편에 있던 샌즈가 병을 꺼내 자기 햄버거에 정체 모를 주황색에 가까운 소스를 햄버거에 가득하다 못해 접시에 흘러나올 정도로 잔뜩 뿌렸다.


"식성 한번 이상하네."


차라가 처음으로 옳은 소리를 했다. 샌즈가 움찔거리더니 차라 쪽을 봤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마저 먹는 샌즈를 보며 차라는 안심의 한숨을 쉬었다. 햄버거를 다 먹은 샌즈는 손에 뭍은 빵가루를 털었다.


"아까 뿌린 소스는 뭐야?"

"케요네즈. 마요네즈랑 케첩이랑 섞은 건데 꼬맹이도 뿌려 먹을래?"


나는 절대로 안 먹겠다는 표현으로 고개를 저었다. 샌즈는 '그럼 뭐.' 라며 병을 치웠다. 남은 햄버거를 마저 먹으려고 입에 넣으려는데 샌즈 쪽을 보니 아쉬웠는지 병에 남은 소스를 아예 마시는 걸 보고 햄버거를 손에 떨어뜨렸다. 거의 다 먹었지만 맛있었는데 아까웠다.


"입가에 뭍은 소스 닦고 훈련하러 가자."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꼬맹아."


샌즈는 내 입에 뭍은 소스를 손으로 닦아냈다. 샌즈의 손에 깜짝 놀라 얼른 입에 뭍은 소스를 휴지로 닦아냈다. 샌즈는 '헤헤' 웃으면서 바보같이 웃었다. 다음에 반드시 공격에 성공할 거다. 그리고 저 웃는 얼굴을 다시 못 웃게 할거야.


샌즈가 계산한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지만, 식당이 더웠기도 했고 밖에 나와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아까 따가웠던 뺨을 식혀줘서 기분 좋았다.


"안녕?"


도고가 언제 왔는지 인사를 했다. 여전히 개껌을 피우고 있어서 냄새가 지독했다.


"아까 제대로 인사를 못 했네. 잠깐 나 좀 볼 수 있어?"

"싫다면?"

"아가씨. 나 아가씨한테.."

"난 관심 없으니까. 망할 개껌이나 꺼. 역겨우니까."


도고는 피식 웃더니 개껌을 최대한 들이마시곤 뱉어냈다. 역겨운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토할뻔했다. 도고는 다 피운 개껌을 눈 위에 던지고 그 위를 밟았다. 조그맣게 치익 소리가 났다.


"말이 험한 것도 귀엽긴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인간."


놀란 눈으로 도고를 보니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귀에 속삭였다.


"너한테서 인간 냄새가 나거든. 네가 인간이란 걸 다른 괴물에게 알리기 전에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아."

"그럼, 네 코가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면 되겠네."


장난감 칼을 꺼내 도고의 코를 찔렀다. '깽!' 소리와 함께 도고는 코를 손으로 막는 사이에 숲 속 방향으로 달려갔다. 손 틈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자 으르렁거리며 쫓아왔다.


등 뒤로 날아오는 파란 검을 피해 도망치다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자 동굴 안으로 숨었다. 도고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숨죽이는 동안 호랑이도 제 말이면 온다고 코를 킁킁거리며 찾고 있는 도고를 발견했다. 그는 냄새를 맡아도 본인의 피 냄새 밖에 안 난다며 화를 내고 있었다.


"젠장!! 인간의 SOUL은 엄청 귀한 거라 사례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도고는 애꿎은 눈을 발로 차고 돌아가려는 듯 했지만, 동굴 쪽으로 달려왔다.


"그래도 인간 냄새는 맡을 수 있어."


밖으로 도망치려는 걸 보고 도고는 단검을 내리찍었다. 피했지만 허벅지에 상처가 깊어 더는 뛰어갈 수 없었다. 짧게 욕하고 상처를 붙잡고 도망치는데 발로 차 중심을 잃어 아래로 굴러갔다. '쿵!' 재수없이 나무에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숨이 쉬질 않아 컥컥 거리고 뒤이어 오는 충격에 배를 부여잡았다. 그 사이에 도착한 도고는 머리를 잡고 일으켰다.


"인간의 SOUL.. 그거면 난 핫랜드로 갈 수 있겠지?! 아스고어 국왕이 사례금이랑 SOUL도 주실 거야."


도고의 입에서 침이 흐르고 있었다. 더이상 도망칠 수 없다면.. 개한테 죽는 것보단 낫겠지? 결심한 나는 눈 질끈 감고 있는 힘껏 도고의 눈을 할퀴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도고에게서 벗어나 전력을 다해 절벽으로 달려갔다. 도고는 내가 계획한 게 무엇인지 깨닫곤 붙잡으려고 했으나 이미 나는 절벽으로 떨어진 뒤였다.


욕하는 소리와 바람 소리가 섞여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이걸로 끝났겠지? 차라의 성불과 샌즈에게 주먹을 날리는 건 못하지만 이대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바로 땅인줄 알았건만 나뭇가지에 부딪히고 긁히고 땅에 떨어지니 나와 부딪쳐 부러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같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번에도 살았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젠장..."


얼마나 더 비참해야 하는 거야. 이제 죽는 것도 힘들어서 눈물이 나오려고 해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울어주는지 하늘에서 눈이 내려 얼굴에 눈송이를 떨어뜨렸다. 지친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멀리서 괴물 울음소리가 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몸 위로 쌓여가는 눈을 받아들였다.

 

 

 

 

조금씩 쌓여가는 눈이 사람이 죽었을 때 덮어주는 흰 천처럼 쌓여갔다. 하늘은 지친 나를 표현한 듯 조용히 눈송이를 떨어뜨렸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편해질 거 같아 무거워진 눈을 감았다. 이걸로 됐어. 여기로 떨어진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으니까 이대로 자도록 해줘.


'부디.. 의지를 가지거라..'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짊어진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남성의 목소리.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고 고마움과 증오가 섞인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살아난 듯 똑같아 등 뒤로 공포가 기어 올라왔다. 그분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니 상관은 없겠지만 만약에 내가 생각한 그분이 맞다면, 내 말이 들린다면, 만약에 듣고 있다면.. 당신 때문에 내 의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굴려져 아예 없어져 버렸는데 더이상 의지 따위 남을 리가 없잖아.


"망할 자식아.."

"오! 드디어 일어났다!!!"


눈을 떴을 때 눈으로 만들어진 이불이 아닌 마른 지푸라기가 덮여 있었고 하늘에 눈이 아닌 종유석에서 떨어진 물이 머리 위에 내렸다. 원래는 숲 속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동굴 안에 새 둥지처럼 나뭇가지와 깃털로 둘러싸인 곳에서 일어나니 정말로.. 행복한 운명으로 태어난 게 아니면서 명줄도 더럽게 질기네.


'이걸로 몇 번째 실패지?'


전생에 내가 죄를 지었으면 그때 살았던 나에게 벌을 주던가 이미 다른 시대에 태어나 전생과 아무런 관련 없이 태어난 지금의 나에게 절대로 너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죽지도 못한다고 말하는 듯이 지쳐버린 몸으로 목을 졸라도, 손목에 칼을 그어 죽으려고 해도 살아남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끝내려고 했건만 그마저도 살았으니 분명히 누군가 내게 준 저주다.


마른 지푸라기를 치우고 물기를 대충 닦아내니 얼굴의 무늬가 눈꽃인 새가 '토도도'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네가 추운 날씨 때문에 죽은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이글루' 난 너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농담인가? 순간적으로 샌즈의 이미지가 지나갔다. 여기서도 이런 농담을 듣다니.


"차라리 죽여줘!!"


차라가 나타나 손으로 귀를 막았다. 애초에 차라는 이미 귀신이고 귀신을 성불시키지 않는 이상 어떻게 죽.. 차라가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은 걸 보면 내 생각을 읽었다. 지하세계엔 종교가 없나? 거기로 들어가면 유령을 성불시키는 방법 정도는 나올 거 같은데..차라의 표정이 어둡다. 마음먹고 실행한게 아니지만 끝내는 거에 실패했고 샌즈를 연상하 게 하는 농담 좋아하는 새에게 부담 주지 않도록 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그냥 둬도 괜찮은데.. 어쨌든 고마워. 이제 나갈게."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통증에 주저앉아버렸다. 아까 도고의 단검에 입은 상처 사이로 붉은 샘물이 한 방울씩 올라와 넘치기 시작했다. 새가 당황해 퍼덕이니 동굴이 뒤덮일 정도로 깃털이 빠져나와 코를 간질였다.


"으아아아아!! 나가지 마!!! 너 다쳤잖아!!! 이러다 죽겠어!!"

"그전에 내 코가 먼저 죽을 거 같은데. 이 정도로 안 죽으니까. 가만히 있어."


새는 퍼덕이다가 깃털 몬스터가 된 나를 보고 날갯짓을 멈췄다. 그리고 그 꼴이 뭐냐고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배를 부여잡고 이리저리 굴렀다. 화가 나지만 참고 머리와 어깨에 붙은 깃털을 털어냈다.


"미안. 내가 너무 웃었지?"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만 참았다.


"오랜만에 집에 손님이 오고 무엇보다 나도 쓸모있는 존재가 된 거 같아서..."


새는 아까와 달리 슬픈 눈으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발로 찼다. 돌멩이가 힘없이 굴러가다가 이내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야? 난 스노우드레이크. 스노위라고 불러줘."

"...프리스크."

"프리스크는 자유(free)로워서 좋겠네?!"


스노위는 혼자서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다. 웃지 않는 나를 보더니 이건 본인이 한 농담 중 웃긴 농담이니 웃으라고 했다. 억지로 기계식 웃으니 강요해서 미안하다며 멋쩍어 했다. 차라는 반응하길 포기했는지 얼빠진 모습으로 벽에 기대고 있었다. 앞으로 자주 저런 농담을 해야겠.. 차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역시 나는 개그 소질이 없어."

"....나쁘지 않았어."


스노위는 기쁜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내겐 부담이 커서 시선을 회피했다. 스노위는 내 손을 잡고 고맙다며 위아래로 흔들었다. 너무 세게 쥐어 아팠지만 좀처럼 놓아주질 않았다.


"친구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SOUL 사냥꾼으로부터 널 꼭 지켜줄게!! 넌 내 생에 최고의 청중이었어!! 네가 상처가 다 나아 떠나더라도 언제든지 환영할게!! 진짜로 고마워."


스노위는 눈물을 닦아내며 훌쩍였다. 나는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마도 과거가 많이 상처받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분이 지나 눈물을 통해 사라진 아픔을 다 닦아낸 후 스노위는 코를 훌쩍이며 마을에서 먹을 거를 가져올 테니 그동안 쉬고 있으라고 말했다. 스노위가 날아가 점이 되어 사라지자, 상처가 난 쪽으로 바지를 걷어냈다. 상처는 물론 주위 피부가 파랗게 변했다. 언제 왔는지 차라가 경악을 했다.


"이거... 설마.."

"어쩌면 영원히 못 걸어 다닐지도."


바지를 다시 입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떨어진 깃털들을 모아 몸을 따뜻하게 했다. 동굴에 들어온 찬 바람이 깃털을 날리고 덮고 있던 지푸라기까지 날려 보냈지만 조금 남은 것들로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했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참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깃털과 지푸라기가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지독한 밤의 겨울바람은 손발 감각이 없어지도록 얼음 바람을 불었다. 추위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몸을 꼬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스노위를 기다리다간 얼어 죽을 거 같아 둥지에 있는 나무를 조금 꺾어 불을 지피도록 했다. 부싯돌로 사용할만한 돌멩이를 찾아 밖으로 나가 땅을 살펴봤다. 붉고 퉁퉁 부은 손가락과 손이 얼음과 돌멩이를 구분 못 해 감각이 돌아오도록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최악이네."


괴물 2마리 정도가 주변에 어슬렁거렸다. 지금 장난감 칼도 없고 맨손밖에 없는데 얼어버렸고 도망치기엔 상처가 다 낫지 않았다. 아직 미동이 없는 것을 보면 관찰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리에 피해야..


"프리!!"


차리의 비명과 동시에 팔에 스친 얼음송곳이 빨갛게 변했다. 그렇게 깊은 상처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얼음송곳을 날린 것을 보면 한 번만 공격하지 않을 테니 멀리 도망치기로 했다. 뒤에서 얼음송곳이 날아오고 괴물들을 벗어나려고 달아나지만 불행히도 발목이 덫에 걸려버렸다. 아파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다른 괴물들이 몰려올까 봐 손으로 입을 감쌌다.


"미안해.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아!! 용서해줘!!"


그 말을 뒤로 얼굴에 뭔가가 씌었다. 벗으려고 했지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발목이 아파져 왔고 숨이 막혔다. 어떻게든 버티려는 의지를 가졌지만 얼마 못 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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