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우리가 지상에 올라갔던 것, 기억해?
그날 다같이 보았던 태양도 기억해?
솔직히 귀찮은 일이 많았지만, 뭐... 나름 보람찬 기억이라고나 할까.
-또각또각
"하나, 둘, 셋... 다섯, 여섯... 몇 번째지, 너를 보는 게? 세는 것도 귀찮은걸."
하지만 녀석은 말 없이 칼자루를 잡았다.
"하아.. 정말이지.. 의지라는 걸 가지면 그렇게 귀찮은 녀석이 되는 건가? 괴물들은 의지를 가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는걸?"
이미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었다. 귀찮지만. 정말 귀찮지만 녀석을 되돌리기 위해서 몇 번이고 말을 걸었다.
결과는 마찬가지지만..
그때, 녀석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몇 번을 해도 소용 없다..."
녀석이 칼을 던졌다. 다행이 피했지만.
"...하긴, 그렇게나 덤볐으니 다른 방법을 쓸 법도 하지. 정말 놀랐다고. 다음은.. 나의 차례인가?"
녀석을 노려보고 팔을 휘둘렀다.
내 팔이 휘두르는대로 녀석은 바닥에, 천장에, 기둥에 내동댕이 쳐졌다.
"후우.. 이 짓을 몇 번이고 해댔다가는 팔이 남아나지 않겠어."
녀석이 이 세계를 몇 번이고 리셋하면서 내 몸도 같이 리셋이 됐기 때문에, 이 짓을 몇 번을 해댔어도 피로가 누적이 되지 않았다.
이미 칼을 던져버려서 빈 손이 되어버린 녀석은, 저런 몸이 되고도 나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러댔다.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지만.
뼈를 날리는 공격으로 슬슬 끝을 낼까 했지만, 내가 날리는 뼈들은 전부 피해냈다.
"헤헤. 그런 몸이 되고도 그런 움직임이라니, 나라면 뼈도 못 추렸겠는데 말이지."
슬슬 이 짓도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은 어떻게 나오나 볼까?"
녀석을 공중에 띄어놓으려고 하던 그때였다.
"새, 샌즈? 여긴.. 어디야? 아, 아파!"
녀석의 태도가 변했다. 마치 내가 알던 그 꼬맹이처럼..
"헤, 그런 수작이야?"
녀석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놓고, 서서히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입 닥쳐, 더러운 살인마. 하하, 그렇게 덤비면서도 그런 생각도 하고, 역시 의지를 가진 인간이란 건가?"
"무, 무슨 소리야, 샌즈?! 모, 몸이.."
뭔가 달랐다. 아니. 다르다고 믿고 싶었다.
"이봐, 꼬맹이. 정말 네가 내가 아는 그 꼬맹이라는 거야? 정말로 나를 기억하는 거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나야, 프리스크! 여긴 어디야? 몸은 왜 이렇게 아픈 거고?! 네 눈은 왜 그런 건데?!"
"..이것 참 골 때리는군..."
거리를 두고는 녀석을 풀어줬다.
하지만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 몸을 붙잡고는 고통스러운 신음만을 흘릴 뿐이었다.
정말 내가 알던 꼬맹이인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와 싸워온 건 누구지? 내 동생과 친구들을 전부 죽여버린 더러운 자식은.
"이봐, 꼬맹이."
녀석은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 네가 내가 알던 그 꼬맹이라면.."
나는 조용히 팔을 벌렸다.
"한번만 안아보자."
"새, 샌즈?"
"나, 그동안 정말 괴로웠어. 믿지 않겠지만, 너는 모두를 죽여왔어. 내 동생까지도..."
"...내, 내가?
놀란 눈치였다.
"네가 아니었겠지. 뭔가 다른 녀석 같았어. 이 세계를 몇 번이고 리셋 시켜가면서, 점점 모두를 죽여가기 시작했지."
녀석은 말 없이 눈물만 흘리며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그런 걸 몇 번이고 지켜본 나의 기분... 너는 모를 거야."
"새, 샌즈. 나는....!"
"그러니. 한번만 나를 안아줘. 나를 위로해줘, 친구야."
녀석은 만신창이의 몸을 이끌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두 팔 벌려 끌어안았다.
"고마워, 친구야. 우정이란 정말 위대한 거야. 정말, 정말..."
-푹
바닥에서 솟아난 뼈가 녀석의 배를 관통했다.
"허, 헉... 새.. 즈?"
"....정말, 말 그대로 터어어어어어얼렸구나!!!"
솟아난 뼈는 곧 사라졌고, 배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부들거리는 녀석만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샌, 커헉."
결국 정신을 잃은 녀석은 곧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친구야."
잠시 창문을 바라봤다.
"만약에 우리가 정말 친구라면 돌아오지 않을 거야, 이 시간선으로."
눈물이 흘렀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친구야.
지상에서는 우리가 함께 봤던 태양이 이 창문 너머로 보이겠지?
친구야.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지냈을까? 이렇게 끔찍한 시간은 보내지 않았겠지?
친구야.
가능하다면 나도 같이 리셋해줘.
아직 상냥하던 네가 있던,
같이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던,
그리고..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웠던 동생이 있던,
그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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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에 투고한 두 번째 문학이네. 그동안 유동으로만 쓰다가 이번에 회원가입을 해봤어. 언갤에서만 로그인해서 활동하겠지만...
어제 자기 전에 몰살 샌즈전 소재로 대회 연다는 글을 읽고, 자기 전에 대충 생각해서 오늘 떠오를 때마다 머릿속으로 구상해서 쓴 소설이야.
다음에는 위로대회도 쓰려고 급하게 쓰다보니 퇴고를 전혀 안 했어. 만약에 실수 있다면 너그럽게 봐줘.
사실 만화로 그리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그림을 ㅈㄴ게 못 그려서 그나마 쓸 수 있는 문학을 썼어. 디씨 창에다가 다이렉트로 써서 얼마나 긴 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면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읽어주면 더 좋을 거야.
글 읽어줘서 고마워.
오져따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