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다. 하루를 다시 지내며 샌즈는 믿을 수 없는 자신의 가설을 몸소 증명하게 되었다. 세계는 분명 ‘리셋’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태껏 시공간 자체가 엉키고 뒤틀리며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변칙’은 많이 느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고, ‘모든 것이 끝나버린’ 뒤엔 자신의 기억마저 약간의 위화감만 남은 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샌즈가 겪었던 ‘어제’, 즉 ‘오늘’이 너무도 선명하게 되풀이 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수 많은 가설이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이렇다 한 증명은 되지 못했다. 그저 머리가 너무도 아파 이대로 누워서 쉬고 싶을 뿐이었다.


샌즈는 어제에 이어서 이번에도 꿈을 꾸었다. 이번 꿈은 어제처럼 끔찍하진 않았다. 아니, 어제’만큼’ 끔찍하진 않았다. 다행히 침대에서 제대로 잠이 든 건지 또 굴러 떨어져 파피루스를 깨우진 않았지만, 여전히 꿈의 내용은 최악이었다.

줄무늬 옷을 입은 꼬마. 그 꼬맹이가 다시 꿈에 나와 샌즈를 괴롭혔던 것이다. 어제 꾼 꿈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듯 그 꼬마는 피로 물든 칼을 쥐고 있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무표정이던 어제 모습과는 다르게 얼굴에 한껏 미소를 띈 것일까. 하지만 그 미소는 너무도 섬뜩했다. 그리고, 그 꼬맹이의 뒤엔 수 많은 죄악이 쌓여 있었다.

그 꼬맹이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지하의 괴물들의 수는 점점 적어졌다. 꼬맹이는 칼을 휘두르고, 죄 없는 괴물들은 너무 허무하게 베여 쓰러졌다. 꼬맹이를 막기 위해 왕실 근위대가 나섰지만 그들 역시 인간을 막지는 못했다. 분노한 언다인이 직접 인간의 앞을 막아 섰지만, 혈투 끝에 언다인 마저 녹아 사라져 버렸고 알피스는 그 모습을 카메라 너머로 보다가 정신이 붕괴된 듯 공허한 웃음을 되풀이하다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뒤에서 박사를 지켜보던 메타톤은 어쩔 수 없다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자신의 몸을 급하게 완성시켰고, 그 몸을 이끌고 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채 꼬맹이를 막기 위해 나섰지만 이미 죄악 그 자체가 되어버린 인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마지막을 지켜보던 알피스는 아무런 말 없이 사라졌고, 얼마 후 꿈 속의 ‘샌즈’가 알피스 박사를 찾아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그 순간부터, 마침내 꿈속의 ‘샌즈’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정해진 각본인 듯, 후드를 눌러 쓰고 붉은 스카프를 두른 샌즈는 그 꼬맹이의 앞을 막아 섰다. 모두의 복수를 위해, 파피루스의 복수를 위해.


하지만 꿈은 거기서 끝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이 샌즈의 골을 지나치게 시리게 했는지 눈이 떠져버린 것이다. 샌즈는 눈 위로 파랗게 타오르는 불을 제어 할 수 없었다. 꿈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감정을 조절하며 누워 있자, 끼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거운 구두의 걷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 졌다. 파피루스겠지.


 “샌즈! 일어나! 오늘은 특별한 날 이라구!”


아니나 다를까 한껏 기분이 고양 되어있는 파피루스가 샌즈를 흔들어 깨웠다.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얼굴엔 미소를 한 가득 머금고 있었다. 샌즈는 그 얼굴에 지난 꿈에서 보았던 끔찍한 광경이 잠깐 오버랩 되었지만 단순한 꿈이었던 것을 알기에 살짝 머리를 털어 생각을 떨쳐내었다.


 “헤, 파피루스. 왜 그렇게 텐션이 높은 거야? 뭔가 골때리는 걸 본 것처럼. 응?”

 “오늘은 느낌이 좋단 말이야. 드디어, 내가 왕실 근위대에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 우린 좀 더 완벽히 대비를 해 놔야 해. 일어나서 순찰을 시작 하자구, 샌즈!”


그 말을 마치고 나서 파피루스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휑하니 방을 나가버렸다. 방에 내려앉은 정적이 샌즈의 가슴을 다시 한번 무겁게 짓눌렀다.


 “……헤, 인간이 올 것 같은 느낌 말이지.”


줄무늬 옷의 인간 꼬맹이. 애써 잊으려 해도 그 꿈이 계속 떠오르고 만다. 

샌즈는 생각했다. ‘리셋’을 자각하게 된 것이 이 꿈과 연관이 있을까? 아니면….





아 이걸 어덯게 이어야되나